생태계 모두

▲전시회 기간 ST마이크로 부스 앞에는 30분 간격으로 사람들이 모였다. ST마이크로의 반도체가 들어간 작은 로봇을 구경하기 위해서다/.ST마이크로


볼 것, 배울 것 많았던 ‘반도체대전(SEDEX) 2018’이 3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26일 막을 내렸다.


‘반도체대전(SEDEX)’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가 주관하는 행사로 상반기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여는 ‘SEMICON Korea’와 함께 국내 반도체 업계의 양대 전시회로 꼽힌다.


올해 반도체대전에 참가한 기업들은 한목소리로 ‘협력’을 외쳤다. 이전과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서로 힘을 모은다는 ‘협력’이 아닌 ‘갑을’의 관계를 담고 있었던 ‘협력사’라는 단어가 이제 제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소자부터 소재·부품·장비까지… 반도체 생태계, 전시장으로 총출동



올해 SEDEX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소자 업체를 비롯해 장비·소재·부품·설계 등 국내외 195개 기업이 530부스 규모로 참여했다. 


삼성전자는 ‘새로운 기능성으로의 여정’, SK하이닉스는 ‘데이터 빅뱅시대의 ICT 산업 핵심기업’을 주제로 부스를 차렸다. 양사 부스 주변에는 Arm, ST마이크로 등 거대 외국계 기업이 자리했다.


특히 올해 전시회에서는 반도체가 아닌 완성품 솔루션으로 눈으로 쉽게 알아차리기 어려운 기술 발전을 소개하는 기업들이 주목을 받았다. 이전까지 이같은 시연 대상은 대부분 모바일 기기였지만 올해는 로봇, 차량용 전력 모듈 등으로 범위가 넓어지면서 ICT 업계의 트렌드 변화를 체감할 수 있었다.



기조연설 “반도체 발전, 모두가 힘 모아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25일 ‘SEDEX 2018’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KIPOST


기조연설로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마틴 앤스티스 램리서치 최고경영자(CEO)가 연단에 올랐다. 둘 모두 진정한 의미의 ‘협력’을 강조했다.


이석희 사장은 “데이터가 급증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의 중심엔 반도체가 있다”며 “장기적으로 메모리는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메모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넘어야할 한계를 하나하나 지적했다. 고 종횡비(A/R) 문제, 채널간 간섭 문제, 단수에 따른 비용 문제 등을 일일이 설명하고 어떤 기술이 연구개발(R&D)돼야하는 지 짚었다.


심지어 SK하이닉스의 9x단 낸드, 1x나노 D램 A/R 수치 등도 프레젠테이션에 담겨있었다. 이전까지라면 그저 “한계가 있다. 자세한 건 영업기밀”이라고 하고 넘어갔을 테지만 올해는 달랐다.


이는 이제 소자 업체만의 힘으로 반도체 기술 발전을 이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이어 연단에 오른 앤스티스 램리서치 CEO도 이 점을 무엇보다 강조했다. 그는 현재 반도체 산업이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설명했다.


앤스티스 CEO는 “현재 반도체 업계의 도전 과제들은 이전과 달리 워낙 커서 어떤 단일 회사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다”며 “앞으로의 승패는 협업을 통해 생태계 전체를 위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회·세미나·심포지엄 등… 부대행사에서도 협력 이어져



이같은 변화의 분위기는 부대행사에서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먼저 한국반도체산업협회와 대한전자공학회 SoC설계연구회, 한국반도체연구조합 등 산·학·연은 올해부터 매년 ‘반도체 산·학·연 교류 워크숍’을 열기로 했다. 


올해 1회에는 업계·학계를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됐지만 내년에는 연구기관과 정부에서도 행사에 참여한다.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주관으로 26일 열린 ‘2018 반도체·디스플레이 심포지엄(SSD) 2018’에서는 각 소자(로직, D램, 낸드)부터 주요 장비(노광, 식각, 증착), 그리고 후공정까지 업계 전문가 및 업계와 긴밀하게 협력 중인 학계 인사들이 나와 기술을 상세히 소개했다.


‘2018 IP-SoC 디자인 컨퍼런스’에서는 블록체인, 미중 무역 전쟁 등 반도체 업계에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사안을 거시적으로 짚어줬던 첫 날 행사에 이어  업계간 IP 비즈니스를 위한 행사를 금요일 별도로 진행해 호응을 받았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특히 부대행사가 풍부해 쉴 틈 없이 보고 듣고 배웠다”며 “특히 생태계 내 진정한 협업만이 국내 업체들이 살 수 있는 길이라는 분위기가 업계와 학계, 연구계, 기관 등의 전반에 퍼졌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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