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의 '라이젠'이 인텔의 '8세대 코어 프로세서'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새학기, 새직장을 맞아 PC를 구입하러 온·오프라인 매장을 가보면 예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구석에서 소량의 모델만 겨우 찾을 수 있었던 AMD 프로세서 기반 PC가 인텔 코어 프로세서 기반 PC와 같은 매대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예전이라면 망설임 없이 인텔 프로세서를 택했겠지만 이제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인텔의 ‘8세대 코어 프로세서’와 AMD의 ‘라이젠(Ryzen) 프로세서’. 지난해부터 PC업계를 뜨겁게 달궈놓은 두 제품을 살펴봤다.



AMD의 ‘라이젠’이 인텔의 ‘8세대 코어’를 이길 수 없는 이유, 성능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는 뼈대인 설계구조(Architecture)를 뜯어 고치고 최신 공정을 적용했다. 인텔의 프로세서보다 코어 수가 많고, 가격도 싸다. 


하지만 AMD의 시장점유율은 10%대 초반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올 초 ‘CPU 게이트’ 사태를 겪었지만 여전히 80% 이상의 점유율을 쥐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성능이다. AMD의 1세대 ‘라이젠’(코드명 서밋릿지)은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보다도 클럭 당 컴퓨팅 성능(IPC)이 낮다. 클럭은 1초당 프로세서가 작동하는 횟수다. 클럭을 제한 값 이상으로 설정하는 오버 클럭 성능도 뒤쳐진다.


즉, 한번 가동할 때 인텔의 프로세서가 더 많은 작업을 처리한다. 동작 속도를 높일 수 있는 한도도 인텔이 높다. 특히 이같은 성능 차이는 고사양 게임을 하거나 3차원(3D) 그래픽 콘텐츠 등을 제작할 때 두드러진다.


▲인텔의 14나노 공정은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가 생산된 글로벌파운드리의 14나노 2세대(LPP) 및 12나노(12LP) 공정보다 트랜지스터 밀도가 높다./각 사, KIPOST 취합


공정으로 얻은 이점도 없다. 인텔의 8세대 코어 프로세서는 ‘14㎚+’와 ‘14㎚++’ 공정에서, AMD의 라이젠은 글로벌파운드리의 2세대 14나노(14LPP) 및 12나노(12LP) 공정에서 제작된다.


올해로 예정됐던 10나노 양산을 내년으로 미루면서 노드(Node)가 뒤쳐졌지만 인텔은 자신만만하다. 인텔의 공정 기술은 타사보다 한 세대 앞서있기 때문이다. 

AMD가 3세대 라이젠을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하기로 한 이유다.


하드웨어(HW)·소프트웨어(SW)와의 호환성·안정성도 인텔이 압도적이다. AMD가 헤매고 있던 10여년간 인텔은 프로세서의 설계구조를 큰 폭으로 바꾸지 않으면서 새로운 기능을 더해 성능을 높여왔다. PC 생태계 또한 인텔을 중심으로 구축됐다. 반면 AMD의 ‘라이젠’은 설계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바람에 지원하는 업체가 적다.



‘망작’ 옵테인, 신의 한 수가 되다



▲인텔의 8세대 프로세서 중 이름 옆에 플러스(+) 기호가 붙은 제품은 옵테인이 내장돼있다./인텔


인텔의 ‘망작’으로 뽑혔던 3D 크로스포인트(Xpoint) 기반 ‘옵테인(Optane)’도 프로세서에 ‘플러스(+)’가 됐다. 


3D 크로스포인트는 상변화메모리(P램)의 일종으로 용량은 적지만 빠른 D램과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지만 느린 낸드플래시의 중간 성능을 가지고 있다. 


초기 ‘차세대 메모리’라는 이미지 탓에 이도 저도 아니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시스템과 저장장치(Storage) 사이 데이터 병목현상을 해결해주는 캐시메모리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MD 라이젠 프로세서의 ‘가성비’를 칭찬하는 전문가들도 막상 PC를 살 땐 인텔 프로세서를 찾는다”며 “PC는 구매 주기가 길어 어중간한 가성비보다는 확실한 성능을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뭘 갖고 싶은 지 몰라서 다 준비했다, 145종 라인업



인텔이 내놓겠다고 밝힌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종류는 최소 145종이다. 


인텔은 한 세대마다 공정과 설계구조를 번갈아 바꾸던 ‘틱톡(Tiktok)’ 전략을 7세대부터 ‘공정-설계구조-최적화(PAO)’ 전략으로 바꿨다. 


설계구조도 복잡해졌다. 현재까지 출시된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의 설계구조는 ‘카비레이크 R’부터 이를 한 차례 더 최적화하고 코어 수를 늘린 확장판 ‘커피레이크(Coffee Lake)’, 지난달 발표된 ‘위스키레이크(Whiskey Lake)와 ‘앰버레이크(Amber Lake)’ 등 총 4가지로 나뉜다.


▲현재까지 출시된 인텔 8세대 코어 프로세서 제품군별 특징./인텔, KIPOST 정리


그렇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인텔은 일반 소비자들이 수많은 제품을 쉽게 구분할 수 있도록 적용처·기능별로 시리즈 명을 정한다.


적용처별로는 Y, U, H, S 시리즈로 구분할 수 있다. Y시리즈는 초저전력 프로세서로 부착식 태블릿PC나 팬리스(Fanless) 노트북PC에, U시리즈는 얇고 가벼운 노트북PC, 미니PC, 투인원(2 in 1) 노트북PC에 쓰인다. H시리즈는 고성능 프로세서로 게이밍 노트북PC에 적용되고, S시리즈는 데스크톱PC용이다.


이외 X시리즈(익스트림), K시리즈(배수락 해제), S시리즈(라이프 스타일), E시리즈(임베디드), R시리즈(아이리스 프로 iGPU 내장), G시리즈(외장형 GPU 내장)도 있다.


그 다음 봐야할 것은 제품명(i) 뒤에 붙는 숫자(3, 5, 7)다. 이 숫자는 성능을 뜻한다. i3은 저가형으로 업무·사무용으로 쓰이고, i5는 가정이나 엔터테인먼트용으로 쓰이는 보급형, i7은 전문가나 게이머 등 마니아 층을 겨냥한 고급형 제품이다. 


마지막으로 코어(core)와 스레드(thread), 클럭, 캐시메모리 등 나머지 사양을 결정하면 된다. 


코어는 프로세서 내부에서 연산을 담당하는 영역(Block)으로, 이를 가상화해 쪼갠 게 스레드다. 즉, 스레드는 코어가 적어도 더 많은 데이터를 한꺼번에 연산할 수 있도록 해준다. 


성능이 좋다고 해서, 가격이 싸다고 해서 본인에게 맞는 CPU라고 할 수는 없다. PC 성능의 기본인 프로세서부터 선택할 수 있다면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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