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칩스앤미디어(대표 김상현)가 올해 흑자 전환할 전망이다. 영상 기술이 다음 세대 기술로 전환되는 과도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4K 초고화질(UHD) 영상 시장이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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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BBC·디스커버리·내셔널지오그래픽 등 다큐멘터리 제작사의 UHD 콘텐츠를 자사 스마트TV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TV제조사들도 UHD 콘텐츠 유통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삼성전자


4K UHD 영상 처리에 최적화된 고효율 비디오 코덱(HEVC, H.265)을 지원하는 IP ‘웨이브(WAVE)5’ 시리즈 판매량이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IP는 반도체를 설계할 때 적용, 특정 기능을 수행하게 만드는 일종의 회로 블럭이다. 칩스앤미디어가 주력하는 사업은 비디오 IP로 각종 IT기기에서 동영상을 녹화, 재생하는 데 쓰인다. 


HEVC는 이전 H.264보다 데이터 압축률이 50% 높아 더 좋은 화질의 영상을 같은 용량으로 저장, 재생할 수 있어 4K UHD를 구현하는 필수 코덱 규격으로 꼽힌다.


칩스앤미디어가 HEVC 규격의 제품을 출시한 건 표준이 지정된 지 1년 만인 2013년이다. 차세대 표준에 발빠르게 대응했지만 4K 영상 콘텐츠 제작이 많이 이뤄지지 않아 UHD 시장은 좀처럼 커지지 않았다. 


결국 이 회사는 지난해 실적이 전년대비 33% 줄었다. 매출액은 약 91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적자가 15억여원이었다.


▲칩스앤미디어 매출 및 영업이익 추이/DART, KIPOST



UHD 방송이 기폭제, 4K UHD 화면 전폭 지원



국내 방송사는 지난해 지상파 UHD 방송을 시작했고, 해외 방송사들도 2020년 UHD 본방송을 목표로 세우고 시·실험 방송을 진행 중이다. 세계 방송용 카메라 시장 1위 일본 소니도 지난해 4K UHD 콘텐츠 제작 솔루션을 선보였다.


애플도 지난해 선보인 iOS11부터 HEVC를 지원한다. 덕분에 UHD 콘텐츠를 전문으로 제작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세계 4K UHD 기기 시장 규모 추이./와이즈가이리포트, KIPOST


시장조사업체 와이즈가이리포트에 따르면 세계 4K UHD 기기 시장은 지난해 523억달러(약 55조9087억원) 규모로, 연평균 20.5% 성장해 2022년에는 1329억달러(약 142조834억원)를 돌파할 전망이다.


칩스앤미디어는 애플의 H.265와 구글의 ‘VP9’, 여기에 중국 표준 코덱 ‘AVS2’까지 지원해 비디오 IP 업계에서는 탄탄한 입지를 자랑한다. 세계 1위 반도체 IP 업체 Arm도 HEVC 등 멀티 플랫폼 비디오 IP를 제공하지만, 중국 표준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가장 큰 경쟁사였던 이매지네이션(Imagination)도 사업에서 철수했다.


이 회사는 4K UHD 영상코덱을 지원하는 한편, 새 기기에서 HD·FHD 영상 콘텐츠를 이용할 때 해상도 차이를 느끼지 않도록 ‘수퍼 레졸루션(Super Resolution)’ 기술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인공지능(AI)을 활용, HD·FHD 콘텐츠를 UHD로 변환할 때 노이즈·색상·명암 등을 보정, 매끄럽게 바꿔준다. 


소프트웨어가 아닌 회로 단계에서 이 기술을 적용하면 CPU나 GPU 등 다른 코어 프로세서에 미치는 영향을 줄여 동작 효율성을 확보할 수 있다. 



자율주행·컴퓨터 비전으로 사업 다각화



칩스앤미디어는 비디오 IP 분야에서는 선행 기술을 선보여 온 만큼 8K UHD 영상을 처리할 수 있는 IP도 개발, 차세대 비디오 코덱 시장에서도 장악력을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또 UHD IP에 컴퓨터 비전(Computer Vision) IP로 중요한 사물은 고화질로, 나머지는 저화질로 처리하는 ‘스마트 비전 분석(Smart Vision Analysis)’ 기술을 결합, 프로세싱에 소모되는 에너지를 줄여 효율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사업 다각화를 위한 다양한 신제품도 내놓고 있다. 자율주행차용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용 비디오 IP, 이미지신호처리(ISP) IP를 개발, 지난해 연말부터 영업하고 있다. 


현재 ADAS 시스템은 200만화소(MP)급 FHD 카메라가 주로 쓰이는데, FHD로는 반경 100m 내 사물만 인식할 수 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고도화 하기 위해서는 인식 거리가 반경 400m로 넓어져야 한다. 대용량 영상 처리를 위한 고성능 압축 기술이 필요하다. 


그동안 NXP반도체에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를 위한 비디오IP를 공급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관한 노하우를 쌓은 만큼, ADAS 시장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의 강점을 살려 고객사도 다변화할 계획이다. 최근 완성품 업계가 범용 프로세서가 아닌 자사 기기에 특화된 주문형반도체(ASIC)를 원한다는 점을 공략한다. 경쟁사들은 프로세서 IP와 비디오 IP를 솔루션으로만 공급, 개별 고객사의 요구에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위해 미국 지사를 설립해 현지 영업도 강화했다. 이매지네이션 한국 지사장을 맡았던 이주엽 씨가 현지 지사장을 맡아 미국 등 글로벌 영업을 담당한다. 


이호 칩스앤미디어 부사장은 “비디오 IP는 자율주행 뿐 아니라 CCTV, 드론 등 적용처가 많다”며 “올해 다시 흑자로 전환,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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