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TSV 패키징 라인 증설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 경쟁이 본격화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설비 투자를 시작한 데 이어 마이크론도 관련 인력을 채용하면서 시장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 초 양산하기 시작한 2세대 8GB HBM2 D램(사진)은 버퍼 칩 위에 8Gb D램을 8단 적층했다. /삼성전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최근 HBM 연구개발(R&D) 인력을 대거 채용 중이다. 마이크론은 1달여 전 링크드인에 HBM 담당 시니어 엔지니어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냈다.


마이크론은 HBM 대신 GDDR6 및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HMC) 기술을 개발한다고 발표한 적도 있지만 시장이 원하는 HBM 시장에 먼저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마이크론이 HBM으로 돌아선 이유


▲하이브리드메모리큐브(HMC)는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를 나란히 두는 대신 하나로 쌓는다./마이크론


HMC는 로직(Logic) 반도체 위에 D램을 여러 개 적층하고 실리콘관통전극(TSV)으로 연결한 3차원(3D) 반도체다. 마이크론이 출시한 HMC를 채용한 곳은 인텔 뿐이었다.


하지만 인텔까지 딥러닝용 'NNNP(Nervana Neural Network Processor)' 칩, 코드명 ‘레이크 크레스트(Lake Crest)에 HMC 대신 HBM을 탑재했다. 이후 마이크론은 공식 석상에서 HMC 기술 개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성능 메모리 시장의 중심 축은 이미 HBM으로 기울어졌다”며 “고성능 프로세서의 수요가 커질수록 HBM의 수요 또한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급증하는 HBM 수요


클라우드,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에 이어 5세대(5G) 이동통신까지 등장하면 데이터 용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에 서버 업계나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계는 슈퍼컴퓨터(HPC) 및 그래픽카드(GPU) 등 고성능 프로세서를 적극 채용하고 있다.


고성능 프로세서는 로직 반도체의 연산 속도도 중요하지만, 내장되는 D램의 성능과 용량도 향상돼야 한다. 이에 대응해 나온 게 HBM이다.



▲왼쪽에서 보듯, 기존에는 기판 위에 프로세서와 그래픽D램이 별도로 패키징돼 내장됐다. 하지만 응답 속도를 높이기 위해 현재는 실리콘인터포저 위에 프로세서와 HBM을 올리고 난 후 패키징한다./AMD


HBM은 D램 여러 개를 쌓아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용량을 높인 메모리다. 프로세서와 하나의 패키지 안에 탑재된다. 


메모리 업체가 HBM을 만들어 반도체 외주생산(Foundry) 업체에 넘기면, 파운드리 업체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프로세서를 올리고 2.5D 패키지를 만들어 바로 후공정(패키징)으로 마무리하거나 외주반도체후공정테스트(OSAT) 업체가 이를 진행하는 식이다.


로직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를 별도 패키징했던 이전과 달리 한 패키지 안에 두 반도체를 담아 칩 간 물리적 거리를 줄여 응답속도를 높였다.


삼성전자가 올 초 양산하기 시작한 2세대 8GB HBM2 D램은 1개의 버퍼 칩 위에 8Gb 칩을 8개 쌓았다. 초당 데이터 전송량은 307GB에 달한다. 참고로 8Gb 그래픽D램(GDDR5)의 초당 데이터 전송량은 32GB다.


HBM 시장에 먼저 나선 건 AMD다. AMD는 SK하이닉스(HBM)와 UMC(인터포저), 앰코테크놀로지 및 ASE(패키징) 업체와 협업해 GDDR를 HBM으로 대체한 프로세서를 선보였다.


JEDEC에서 2016년 표준화한 HBM2는 엔비디아가 ‘테슬라(Tesla) P100’에 채용, 시장의 문을 열었다. HBM2는 D램을 최대 8층까지 쌓을 수 있고, 칩 간 전송 속도도 핀 당 최대 2GT/s로 기존 HBM보다 2배 빠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도 HBM 증설


이에 앞서 삼성전자는 충남 천안 삼성디스플레이 LCD 생산라인 L6에 실리콘관통전극(TSV) 공정을 도입, HBM이나 3단 적층 상보성금속산화물반도체(CMOS) 이미지센서 후공정을 할 예정이다. 


AMD와 엔비디아, 그리고 올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 자일링스 등 주요 업체들은 차세대 제품에 GDDR 대신 HBM이나 HBM2를 채용하겠다고 밝혔지만 HBM2를 양산할 수 있는 곳은 세계에 삼성전자 하나 뿐이다.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중 가장 공급 부족인 게 HBM”이라며 “삼성전자 한 곳 밖에 공급사가 없어 프로세서 업체들이 줄을 설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HBM2를 양산하기 시작했지만, 극히 소량에 불과하다. 최근 옛 현대전자의 LCD 생산공장을 HBM2 패키징 공장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이 회사는 올 초 열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하반기부터 2세대 HBM2를 대량 양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공장은 3000평(약 9917㎡) 규모로, OSAT 업체의 1개 동과 비슷하다. 투자액은 5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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