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m·퀄컴 등 모바일 진영 이어 자일링스도 참전

150억 달러(약 15조9120억원) 규모의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SoC) 시장에서 반도체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 강자 퀄컴에 이어 하이퍼스케일(Hyperscale) 시장만 노렸던 프로그래머블 반도체(FPGA) 업체 자일링스(Xilinx)도 이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고 선전 포고했다. 



데이터 용량 급증… 고성능 프로세서 필요성 대두



현재 데이터센터 프로세서 시장의 주류는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인텔이 이 시장의 99.8%를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클라우드 서비스가 늘어나고, 인공지능(AI)이 도입되면서 한 번에 처리해야하는 데이터의 양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은 구 서버를 고성능 프로세서가 담긴 최신 모델로 교체하는 한편 데이터센터 증설을 계획 중이다.


허나 고가의 CPU를 써 원하는 성능을 내기에는 비용 부담이 크다. 단순 데이터 처리라면 CPU의 진가가 발휘될 수 있지만, 이미지나 영상 등 멀티미디어 데이터의 경우 CPU로는 프로세싱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에 대응, 등장한 게 그래픽프로세서(GPU)나 주문형반도체(ASIC)다. GPU는 그 자체로 멀티미디어 데이터 처리나 특수 연산에 특화돼있고, ASIC은 만들기는 까다롭지만 원하는 기능만을 담을 수 있다. 


엔비디아는 머신러닝, 딥러닝 기술 등의 강점을 살린 GPU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ASIC의 경우 구글의 텐서프로세싱유닛(TPU)이 대표적이다. 


▲퀄컴이 선보인 서버용 프로세서 ‘퀄컴 센트릭 2400’은 세계 최초의 10나노 제품이다./퀄컴


Arm, 퀄컴 등 모바일 시장 강자들도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것 중 하나가 전력 소모량인데, CPU나 GPU 모두 전력 소모량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노렸다.



‘CPU+FPGA’ 솔루션 들고 나온 인텔



이처럼 반도체 업계가 일제히 시장에 가세하자, 시장 1위 인텔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지난 2015년 FPGA 업계 2위 알테라를 인수한 인텔은 자사 서버용 CPU ‘제온 프로세서’에 최적화된 FPGA 제품을 내놨다. 


FPGA는 CPU나 GPU, ASIC과 달리 어느 때든 회로를 변경, 원하는 기능을 집어넣을 수 있지만 연산 속도나 성능은 다른 프로세서보다 다소 떨어진다. 


하지만 이를 CPU와 함께 묶어 이기종(heterogeneous computing) 솔루션으로 구성하면, CPU가 감당하기 힘든 데이터 처리를 FPGA가 전담하게 하는 식으로 전력소모량 대비 성능을 높일 수 있다. 


특히 인텔은 CPU와 별도로 FPGA를 탑재하거나, CPU 패키지 안에 FPGA를 통합할 수 있게 했다. 기존 서버용 프로세서 시장의 점유율을 십분 이용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최근 델 EMC, 후지쯔 등 서버 업체들이 이 솔루션을 채용했다.



자일링스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CAP)’ 제시


▲자일링스가 선보인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 ‘ACAP’의 구성도./자일링스


자일링스의 서버용 프로세서 솔루션은 ‘적응형 컴퓨팅 가속화 플랫폼(ACAP)’이다. FPGA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실시간(realtime) 프로세서,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등을 통합했다. 


설계 구조(아키텍처)도 바꿨다.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블 엔진’을 회로 블럭에 추가하고, 각 회로 블럭 및 기능 클러스터 간을 네트워크 연결 구조로 구성한 네트워크온칩(NOC)의 개념을 도입했다. 


자일링스는 4년간 총 10억달러(약 1조608억원)를 들여 이 칩을 개발했다. 일명 ‘에베레스트(Everest)’ 프로젝트다. ACAP의 트랜지스터 숫자는 500억개로 엔비디아의 ‘볼타(Volta)’ GPU 트랜지스터 수 210억개의 2배 이상으로, 인텔의 CPU·FPGA 솔루션보다 설계 유연성이 높다. 


인텔은 FPGA를 CPU와 묶어 솔루션으로 판매하고 있지만, 이 제품은 단일 프로세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와트(W)당 성능도 타사 솔루션보다 높다고 자일링스는 설명했다.


또 하나의 강점은 ‘적응형’이라는 점이다. 지금은 제조사가 각각의 데이터 형식에 따라 별도로 프로그래밍을 해 기능을 구현했지만, 어떤 데이터 형식이든 처리 가능하게 만들었다.


자일링스가 당장 이 시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기는 힘들다. 단순 프로세싱 성능만 놓고 보자면 GPU보다 밀리고, 인텔이 차지하고 있는 시장에서의 입지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서버 투자 비용이 부담스러운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눈여겨볼 만한 솔루션이다.


안흥식 자일링스 지사장은 “소프트웨어(SW) 코드의 경우 일부 고객사에 먼저 샘플을 제공했고, 제품은 내년 TSMC의 7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며 “3년 뒤에는 자일링스도 대표적 서버 프로세서 업체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