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을 찾지 못해 표류하던 국내 팹리스 업계가 인공지능(AI) 스피커 붐을 타고 재도약을 노린다.


퀄컴, 커넥선트(Conexant)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AI 스피커 시장에 진출하고, 고성능 인식, 프로세싱 기술이 요구되면서 국내 팹리스들도 가격 경쟁력과 빠른 대응을 앞세워 시장 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후 이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AI 스피커 시장 선점한 팹리스들



넥셀(대표 강태원)은 AI 스피커용 프로세서 솔루션을 양산하고 있다. 자사의 AP ‘NXP4330Q’와 4개의 마이크까지 연결 가능한 음성인식(Voice) 프로세서 ‘NXC100’을 한 데 묶어 솔루션으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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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 미니’(사진)에는 넥셀의 AI 스피커 솔루션이 탑재됐다./카카오


잡음(Noise)이 많아도 음성을 추출하는 에코 노이즈 제거(ECNR) 기능을 담았고, 가격은 해외 경쟁사 솔루션 대비 절반 정도로 낮췄다. 카카오의 AI 스피커 ‘카카오미니’ 등 국내 AI 스피커 상당수에 이 회사의 제품이 탑재됐다.


강 대표는  “AI 스피커는 집안 내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중심 축으로 자리잡았다”며 “스마트 가전 중 가장 급성장할 시장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나패스(대표 이경호)는 GCT세미컨덕터와 함께 AP· LTE 모뎀 솔루션 ‘GDM7243V’를 개발, 공급했다. GCT세미컨덕터는 통신 칩 전문 팹리스로, 아나패스가 지분의 32.3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퀄컴이 AP와 모뎀을 원칩(SoC) 솔루션으로 제공했듯, 이 회사도 자사의 AP와 GCT세미컨덕터의 LTE 모뎀을 한 데 묶었다. 이 칩은 세계 최초의 LTE 지원 AI 스피커인 KT ‘기가지니’에 탑재됐다.


실리콘마이터스(대표 허염)도 하이파이 디지털아날로그컨버터(DAC), 파워앰프(PA) 등 오디오 백엔드(Back-end) 솔루션을 개발,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했다. 지난 2016년 인수한 아이언디바이스의 기술에 전력 설계 기술을 더해 에너지 효율성을 높였다.



사물인터넷(IoT)의 허브(Hub), AI 스피커



AI 스피커는 스피커에 음성인식, 클라우드, AI 기술을 더한 제품이다. 목소리만으로 기능을 실행, 남녀노소 누구나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보다 저렴하고, 집 안의 여러 구성원이 쓸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덕에 AI 스피커는 스마트홈 등 미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허브(Hub)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IT업계는 물론 통신업계까지 AI 스피커를 내놓는 이유다.  


AI 스피커에는 최소 4개~ 6개 칩이 쓰인다. 목소리를 구분하고 잡음을 걸러내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IoT 플랫폼 시장 선점이 궁극적인 목표이기 때문에 제조 원가 이하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AI 스피커를 차량에 설치, 하나의 IoT 플랫폼을 제공하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다. 굳이 손으로 내비게이션을 조작하지 않아도 말만 하면 목적지를 설정해주고, 차량 상태 등도 확인해 알려준다.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인터넷 서비스 업계도 이 물결에 동참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세계 AI 스피커 시장은 지난 2016년 7억2000만달러(7841억원)에서 2021년 약 35억2000만달러(약 3조8333억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팹리스들도 AI 스피커용 반도체를 기반으로 적용처를 넓히려는 전략을 세웠다.


넥셀은 독자적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연산 기술을 활용, AI 전용 신경망처리장치(NPU)를 개발 중이다. 스피커 외 다른 가전 등에도 AI 기능이 도입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다. 


아나패스는 GCT세미컨덕터와 협력, AP 및 모뎀 솔루션을 IoT 기기에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용자의 위치를 실시간 전송하는 IoT 기기나 컨테이너에 실린 화물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는 산업용 기기에도 적용 가능하다.


아나패스 관계자는 “AI 스피커 외 이동형 사물인터넷(IoT) 멀티미디어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어 사업 확장 가능성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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