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다이오드(LED) 시장이 공급 과잉 때문에 몇년간 투자 침체를 겪으면서 핵심 장비인 유기금속화학장비(MOCVD) 1위 업체 비코도 사업 영역을 반도체 후공정으로 확장, 성장 정체를 해소한다는 전략을 편다.

비코(지사장 한병무)는 자사 매출액 중 LED MOCVD, 반도체용 습식 식각 장비, 반도체용 스테퍼가 거의 동등한 비중이 됐다고 3일 밝혔다.

비코는 경쟁사던 독일 액시트론이 시황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중국에 매각되면서 전세계 MOCVD 시장의 60~70%까지 점유했다. 

MOCVD는 질화갈륨(GaN) 막을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증착하는 시스템으로, LED 생산의 필수 장비다. 하지만 신규 설비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비 출하량이 급격하게 줄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LED MOCVD 출하량은 지난 2010년 754대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100대도 넘기지 못했다.

비코는 질화갈륨온실리콘(GaN-on-Si) 기반 반도체 MOCVD 설비로 제품군을 넓혔지만 이 시장도 쉽사리 열리지 않아 매출액이 내림세를 그렸다. 지난 2010년 9억33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3250만달러로 감소했고, 이 기간 영업이익도 2억6100만달러 흑자에서 1억2200만달러 적자로 대폭 줄었다. 비코코리아도 매출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해 용인에 있던 사옥을 매각했다.

매출이 줄어들자 회사는 인수합병(M&A)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2013년 시노스(Synos Technology)를 인수해 플렉서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원자층증착(ALD) 장비 시장에 도전했지만 공정 방식이 바뀌면서 한국에서 해당 사업을 철수했다.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지난 2014년 말 SSEC(Solid State Equipment Holdings LLC)에 이어 지난 5월 울트라텍(Ultratech)을 인수해 습식 식각(Wet etch), 세정 장비(Cleaning), 노광기(Stepper) 등 범핑 공정용 설비를 내놨다.

범핑은 반도체 웨이퍼 뒷면에 작은 돌기 형태의 범프(bump)를 심어 인쇄회로기판(PCB)과 전기 신호가 오가는 통로를 만드는 공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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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코가 내놓은 반도체 후공정 범핑용 스테퍼 설비./사진=비코

스테퍼는 웨이퍼 뒷면에 범프가 있어야 할 위치를 표시하는 데 쓴다. 마이크로미터(㎛) 두께 선폭의 격자무늬 마스크에 빛을 투과시키면 기판 위에 회로가 그려진다. 회로를 따라 범프를 심거나 실리콘관통전극(TSV)용 구멍(via)을 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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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코의 반도체 후공정용 습식 식각 장비./사진=비코

식각 설비는 TSV 등 3차원(3D) 패키징을 하기 위해 칩 간 신호를 주고 받는 구멍(via)을 드러내는 데 사용한다. 기존 플라즈마 건식 식각 방식은 식각, 두께 측정, 화학적 기계 연마(CMP), 세정 등 4가지 장비가 필요했다.

비코는 습식 식각 장비에 두께 측정 센서를 통합했다. 습식 용액(wet chemical)으로 웨이퍼 위를 다듬으면서 동시에 두께를 측정한다. 이후 표면을 갈아내면서 세척, 구멍을 드러낸다. 장비 하나로 2단계만 거치면 되는 셈이다.

한병무 비코코리아 대표는 “마이크로LED 등 차세대 LED 기술이 상용화되면 LED MOCVD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며 “후공정 장비도 TSV, 실리콘인터포저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두루 활용되는 만큼 매출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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