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모으는 분야는 패키지입니다. 애플이 'InFO'라는 것을 선택해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 반도체외주(파운드리) 사업에 빨간불이 켜졌고, 삼성은 전자 계열사를 총동원해 새로운 패키지를 개발한다고 하죠. 

 

패키지는 그동안 반도체 업계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웨이퍼 위에 회로를 어떻게 그리느냐가 워낙 중요한 사안이었기 때문인데요, 전자기기가 경박단소화 되면서 이제는 칩ㆍ수동부품ㆍ모듈 크기를 모두 줄이기 위해 패키지 기술이 주목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다양한 패키지 약어들을 들으면 뭐가 뭔지 헷갈리시는 분들 많으시죠? 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기자도 역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KINEWS가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패키지 기술을 한번 살펴봤습니다.  

 

 

▲인텔 스카이레이크. /인텔 홈페이지


애플ㆍTSMC가 쓴다는 '팬아웃 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일단 웨이퍼레벨패키지(WLP)가 무엇인지 알아봅시다. 말 그대로 웨이퍼를 패키징한다는 뜻입니다. 웨이퍼 전공정이 끝나고 회로가 그려진 웨이퍼에는 모자이크처럼 직사각형 모양의 다이(Die)들이 빼곡하게 보입니다. WLP는 그 다이를 일일이 자르지 않고 웨이퍼를 그대로 두고 반도체 회로와 외부 모듈을 이어줄 전극을 형성시킵니다. 전극은 보통 은, 주석, 구리 등의 합금으로 이뤄진 솔더볼이 쓰입니다. 패키지 공정 끝에 다이를 하나하나 잘라내 모듈에 부착하면 되고, 반도체 다이 면적이 그대로 칩 면적과 같아 패키지 크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WLP의 또 하나의 특징은 주기판(인쇄회로기판, PCB)과 반도체 사이 보조기판(서브스트레이트)을 쓰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반도체 다이의 입출력(I/O)단과 PCB의 회로 배선 크기나 숫자가 다를 때는 서브스트레이트를 사용해야 하는데요, 이 공정을 없애 더욱 얇은 패키지를 구현합니다.

 

 

▲웨이퍼레벨패키지 공정 흐름. /인피니언 제공

 

그런데 WLP라고 불리는 패키지도 다양한 형태가 있습니다. WLP를 검색해보면 웨이퍼레벨칩스케일패키지(WLCSP), 팬인웨이퍼레벨패키지(FI-WLP),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3DWLP 등 복잡해보이는 패키지 기술들이 줄줄이 딸려 나옵니다.

 

일반적으로 말하는 WLP는 팬인(Fan-In), 칩스케일패키지(CSP)라고 볼 수 있습니다. 팬인은 회로의 입출력(I/O) 단자(게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입력선의 숫자를 말합니다. FIWLP는 I/O 게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입력선 수에 맞춰 PCB와 연결하는 솔더 범프(솔더볼)를 형성시킨 형태입니다. I/O와 솔더범프의 수를 맞추면서도 솔더범프 면적이 다이 크기를 넘지 말아야 하므로 I/O가 많지 않은 반도체에 주로 쓰입니다. 

 

FOWLP는 WLP 패키지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스마트폰 두뇌 역할을 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다양한 기능이 집적된 다이는 I/O 게이트 숫자만 수만개까지 형성됩니다. 수 마이크로미터(μm) 단위 I/O 크기에 맞는 솔더범프 형성기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FOWLP를 고안했습니다. I/O게이트의 출력을 분산시켜 다량의 전기 신호도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이와 PCB를 이어주는 전극(솔더범프)부분이 다이보다 커집니다. 

 

웨이퍼 공정에서 패키지를 하기 때문에 좀 더 미세한 전극을 다룰 수 있고요. 다이 면적보다 칩 크기가 커지기 때문에 다이를 잘라서 보조웨이퍼(캐리어웨이퍼) 위에 재배열하는 과정도 추가됩니다.

 

 

▲WLP와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패키지 면적 비교. /욜(Yole) 디벨롭먼트.

 

기존 플립칩 등과 다른 점은 서브스트레이트가 없어 얇고, 신호전달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이고, 여러 칩을 패키지 안에 넣는 시스템인패키지(SIP)에 유리하다는 겁니다.

 

 

▲다양한 기술이 접목돼 하나의 패키지를 이루고 있는 모습. /욜디벨롭먼트(Yole Development) 제공

 

오늘 소개한 WLP 기술은 최근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학계와 산업계에서 연구가 시작된 건 오래 전입니다. 다양한 패키지 기술이 제안되고, 칩 특성에 맞게 실제 생산 투자가 이뤄집니다. 

 

애플이 'A10' AP부터 적용하기로 한 InFO 기술은 FOWLP와 패키지온패키지(PoP) 등 여러 패키지 기술이 칩 하나에 접목돼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앞으로 다양한 기능을 한데 모으려는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이고요. 칩의 기능과 특성에 맞는 다양한 패키지 방식이 공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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