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정폴리머(LCP)만 상용화돼… 저손실(Low Df) FR4 등 개발 중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다가오면서 모바일용 인쇄회로기판(PCB) 시장에 ‘안테나’ 바람이 불고 있다.

기기의 측면이나 위·아래에 내장되던 안테나가 부품 위, 기기 한가운데 들어가면서 PCB가 신호 감도를 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쓰였던 PCB로는 이를 감당할 수 없어 소재·부품 업계가 연구개발(R&D)에 온 힘을 쏟고 있다.

 

5G, 신호 감도를 높여라

 

▲우리는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주파수 속에서 살고 있다. 주파수(Frequency)가 커질수록 파장(wavelength)은 짧아진다./SKT인사이트

 

5G 뉴라디오(NR)는 6㎓ 이하 주파수와 24㎓ 이상 초고주파수 대역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다. 주파수 대역은 신호가 초당 진동하는 횟수를 뜻하는데, 대역이 높아질수록 파장(λ)이 짧아지고 전송 손실은 커진다.

때문에 기존 끈(Strip) 모양의 안테나와 PCB로는 데이터 송수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신호를 받아들이거나 내보내기 어렵다. 일정 간격을 두고 여러 안테나가 배열된 어레이(Array) 안테나가 들어가는 이유다. (KIPOST 2018년 4월 6일자 <5세대(5G) 무선통신, 안테나 업계 판도 흔든다> 참고)

어레이 안테나는 무선통신(RF) 프론트엔드(RFFE) 모듈처럼 신호의 입출구 역할을 하는 반도체 패키지 위나 PCB 위에 형성된다. 

 

▲5G 8X8 MIMO DPA 스마트폰 구조 예시도. BF모듈 안에 안테나 소자(황토색 사각형)가 가로 4줄, 세로 2줄로 배열돼있다. 회색 부분이 인쇄회로기판(PCB)다./IEEE Xplore

 

문제는 PCB다. 반도체 부품이야 원래 들어간다지만, 디스플레이, 카메라 모듈, 배터리 등의 부품이 기기에서 차지하는 영역이 커지면서 현재는 기기 일부에만 PCB가 들어간다.

기기 두께와 방열 특성을 유지하면서 안테나를 그릴 수 있는 PCB를 넣어야 하는데 PCB 자체도 주파수 신호를 감쇄시키는 장애물이 된다. PCB 소재의 유전상수(Dk)와 에너지손실값(Df)에 따라 신호 감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애플이 선택한 RF-PCB의 정체

 

▲각 소재별 유전상수 및 손실값. LCP는 파나소닉 자료를 참고했다./업계 취합, KIPOST 정리

 

유전상수와 에너지손실값은 신호 감도와 반비례한다. 업계가 요구하는 5G 안테나용 PCB의 유전상수와 에너지손실값은 각각 2.9, 0.001 이하다.

현재 PCB 소재로는 에폭시에 유리 섬유를 합성한 FR4가, 연성인쇄회로기판(FPCB)에는 폴리이미드(PI)가 들어간 연성동박적층판(FCCL)이 주로 쓰인다. 둘의 유전상수와 에너지손실값은 이를 충족하지 못한다.

대안으로 떠오른 게 애플이 지난해 출시한 아이폰8 시리즈 및 아이폰X부터 적용했던 액정폴리머(LCP) 기반 경연성 인쇄회로기판(RF-PCB)이다. RF-PCB는 일정 부분은 휘어지고, 일정 부분은 형태를 유지한다.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주요 부품을 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특징이다.

 

▲애플은 아이폰7에 LCP 안테나를 1개 썼지만 아이폰X부터는 적용을 확대했다. 아이폰X에 내장된 RF-PCB 기반 부품은 안테나 3개(상하부, 중계)와 3D 센싱 카메라 총 4가지다. LCP안테나는 무라타와 캐리어(Career)가 공급하고, LCP안테나 모듈은 무라타와 럭스쉐어정밀(Luxshare Precision)이 만들었다./CSCI

 

메인 보드나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RF-PCB가 기존 경성(Rigid) PCB와 FPCB를 하이브리드로 접목한 것이라면 안테나에 쓰인 RF-PCB는 LCP 소재다. 

LCP는 유전상수와 손실값이 FR4나 PI보다 월등히 좋아 5.9㎓ 주파수 대역의 신호까지 무리 없이 송수신할 수 있다. 업계의 요구수준과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배선 재료인 구리(Cu)와 열팽창계수(CTE)도 비슷해 신뢰성도 높다. 

문제는 가격이다. 일본 무라타제작소가 메인으로 공급한 이 LCP 기반 RF-PCB는 FPCB보다 원가가 20배 이상 높다. 소재 가격 자체도 비싼데다 고온 경화 공정도 거쳐야해 제조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안테나야 그렇다 쳐도 전면에 적용하긴 힘들다.

현재 LCP 공급망이 해외 업체들로 구성돼있다는 점도 한계다. 원천 소재를 대부분 일본 업체들이 공급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세양폴리머가 유일하게 LCP를 생산한다. LCP 안테나를 생산하고 있는 곳은 전무하다.

올해 애플의 LCP 안테나 협력사는 여전히 무라타와 캐리어로, 모듈은 무라타 대신 암페놀(Amphenol)과 럭스쉐어정밀이 공급했다. 

 

새로운 솔루션을 찾아라

 

삼성전자는 내년 출시할 갤럭시S 시리즈 중 5G용 모델에 LCP 안테나를 적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애플과 공급망을 공유하기엔 부담이 크고 가격도 비싸다. 스마트폰 전면에 적용하기는 더욱 어렵다.

이에 삼성전자 협력사들은 LCP RF PCB와 함께 안테나용 FCCL 기반 저유전(Low-Dk) FPCB, 저손실(Low-Df) PCB 등을 개발하고 있다. 개발 목표 시점은 20㎓ 이상 초고주파 대역을 활용하는 5G 스탠드얼론(SA)이 상용화되기 전이다. 

먼저 에스아이플렉스와 대덕GDS는 소재 업계와 함께 기반 기술과 공급망을 유지할 수 있는 저손실 PCB를 개발하고 있다. 소재는 FR4 기반으로 두산전자가 공급하고 있는데, 아직 성능의 20~30% 밖에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저온동시소성세라믹(LTCC) 기반 PCB를 개발 중인 곳도 있다. RF 모듈에 주로 쓰이는 LTCC는 유전상수나 에너지손실값이 모두 업계의 요구 수준을 만족하고, 두께가 10~15마이크로로 얇다. 

하지만 유리(Glass)를 저온에서 동시 소결하다보니 잘 깨져 대형화가 어렵다. 때문에 일부는 LTCC로, 일부는 LCP로 만들어 커넥터로 연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레이더, 방산기기 등 초고주파를 활용하는 기기에 쓰이던 유기(Organic) 라미네이트도 초기 물망에 올랐지만 값비싼 고열 공정이 필요하고, 제조 기간이 길어 후보에서 제외됐다. 

업계 관계자는 “5G 상용화 시점이 자꾸 앞당겨지면서 업계가 최근에서야 5G PCB 연구개발에 착수했고, 현재로서는 LCP가 유일한 솔루션”이라며 “전선 재료인 구리도 표면 거칠기(roughness)나 꺾임에 따라 어떻게 신호가 손실될 지 몰라 다각도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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