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텍은 일본, 알파홀딩스는 중국에 사무소 설립 계획

삼성전자 파운드리(Foundry) 사업부가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면서 생태계 내 업체들도 해외로 발을 넓히고 있다.

 

8인치·12인치 파운드리 서비스를 강화한만큼, 대규모 물량은 아니더라도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할 수는 있다는 판단에서다. 틈새 시장인 8인치는 물론, 좀처럼 늘지 않던 12인치 가동률도 증가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삼성전자는 앞서 ‘삼성파운드리포럼 2018 코리아’에서 8인치 생산 라인을 확대하고 공정을 다양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행사장에서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 사장이 연단에 올라 발표를 하고 있는 모습./삼성전자

 

 

롱테일 시장 겨냥

 

 

파운드리 시장은 철저히 파레토 법칙(상류층 20%가 전체 재산의 80%를 장악하고 있다는 것)에 의해 돌아간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분사하기 전,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전략은 애플,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에 맞춰져있었다. 생산 라인이나 운영 시스템, 서비스도 대량 양산에 맞게 꾸려져 소규모 물량이나 전력 반도체 같은 특수 공정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요 고객사를 모두 TSMC에게 빼앗긴 뒤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반도체 설계자산(IP) 업체, 설계자동화(EDA·DA) 업체, 디자인하우스로 구성된 ‘삼성어드밴스드파운드리에코시스템(SAFE)’을 발표했다. 이후 디자인하우스를 중심으로 이를 지속 확장 중이다.

 

 

디자인하우스는 반도체 설계 업체(Fabless)의 설계를 제조사의 공정에 맞게 바꿔준다. 설계의 밑그림인 RTL(Resistor Transistor Level) 수준의 설계는 물론 아예 전용반도체(ASIC)를 만들어주기도 하며 최근엔 후공정인 패키지와 테스트까지 턴키(Turnkey)로 서비스하는 추세다.

 

파운드리 업체의 매출이 곧 자사의 매출로 이어지는 구조라, 영업도 대신 해주는 경우가 많다. 즉, 팹리스와 파운드리 업체 사이 가교인 셈이다.

 

‘SAFE’ 발표 당시 디자인하우스는 국내 알파홀딩스(대표 김영선·구희도)와 대만 패러데이(Faraday), 중국 베리실리콘(Verisilicon), 미국 이실리콘(eSilicon) 4곳이었다. 

 

이후 이스라엘 AAI(Avnet ASIC Israel)와 8인치 전문 디자인하우스 하나텍(대표 이재만), 가온칩스(대표 정규동)가 추가됐다.

 

이 덕에 감가상각이 끝난 8인치 생산 라인의 가동률은 거의 100%에 가까워졌고, 12인치 생산 라인도 CIS와 암호화폐 채굴 업체들의 물량을 수주할 수 있었다. 

 

암호화폐 업체들은 만여장이 조금 넘는 수준의 물량을 주문하지만 10나노, 8나노 등 첨단 공정을 선호한다. 8나노를 기준으로 초기 개발비(NRE)를 제외한 마스크·웨이퍼 값만 1000억원에 가깝다.

 

업계 관계자는 “TSMC에게 주요 고객사를 빼앗긴 뒤 ‘롱테일(소외된 80%의 고객에서 나머지 20%에 달하는 이익을 얻는 현상)’을 겨냥, 중소규모 물량을 가져오기 위해 서비스를 다각화했다”고 말했다.

 

 

해외로, 해외로… 발 넓히는 생태계

 

 

하지만 삼성전자의 12인치 생산 라인의 가동률은 80% 초반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로 한 이유다.

 

 

하나텍은 연내 일본에, 알파홀딩스는 내년 중국에 사무소를 설립하고 현지 반도체 설계(Fabless) 업계를 지원할 계획이다. 

 

‘SAFE’ 소속 디자인하우스 중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업체들은 TSMC 등 삼성전자의 경쟁사와도 협력 중이지만, 이 2개사는 삼성전자의 팹(Fab)만 서비스하고 있다.

 

하나텍이 공략하는 일본 시장은 전력 소자(Discrete)부터 고성능 마이크로제어장치(MCU) 등 특수 반도체 및 고급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많다. 자체 제조를 고집하던 이전과 달리, 최근에는 설비 투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외주 비율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삼성에게는 호재다.

 

알파홀딩스가 사무소를 세울 중국 시장 또한 전력 반도체와 CIS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지역이다. TSMC는 물론 UMC, SMIC 등 대만·중국계 파운드리 업체들이 이미 진출해있는 지역이지만, 1위인 TSMC에 버금가는 기술력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를 추가 확보하지 않으면 가동률이 떨어졌으면 떨어졌지 올라가긴 힘들다”며 “TSMC가 미디어텍, 노바텍 등 주요 팹리스 업계와 동반성장했듯, 삼성전자도 국내외 중소규모 팹리스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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