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삼성 내년 양산… 고객사 뺏기 어려워

 

7나노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 외주생산(Foundry) 시장이 갈수록 대만 TSMC에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파운드리 업계 2위 글로벌파운드리(GF)가 7나노 공정을 포기하면서 TSMC로의 물량 쏠림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글로벌파운드리, “7나노 투자 포기”

 

 

글로벌파운드리는 27일(현지시각) 7나노 개발 작업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7나노 대신 14나노, 12나노 핀펫(FinFET) 플랫폼을 무선통신(RF), 내장형 메모리, 저전력 등으로 확대하는 한편 완전공핍형 실리콘온인슐레이터(FD-SOI) 공정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사실상 극자외선(EUV) 노광 기술 도입을 미룬 셈이다. 

 

가장 큰 이유는 고객사의 부재다. 

 

최첨단 노드 수요는 모바일 업계와 인공지능(AI) 등 고성능컴퓨팅(HPC) 업계로 한정돼있다. 7나노 공정을 쓴다고 공식 발표한 업체도 AMD, 퀄컴, 자일링스, 미디어텍 정도다.

 

▲세계 1위 파운드리 TSMC만 해도 지난 2분기 매출의 절반을 16·20나노(25%)와 28나노(23%)에서 벌어들였다./TSMC, KIPOST 재구성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첨단 노드에 대한 수요가 적다. 현재 반도체 공정 주류는 28나노다. 14·16나노 공정은 28나노 공정 비중의 절반이고,  10나노·8나노 공정 비중은 14·16나노 공정 절반에 불과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하긴 쉽지 않다. EUV 노광기는 대당 2000억원을 호가한다. 마스크, 전용 계측·검사 등 EUV 노광 공정을 도입하는 데 필요한 나머지 비용을 모두 합치면 금액의 단위가 바뀔 정도다. 아직 전체 공정이 안정화되지도 않았다.

 

팹리스 업계도 노드를 바꾸는 것보다 기존 공정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선호한다. 초기 개발비(NRE)와 생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다.

 

톰 콜필드(Tom Caulfield) 글로벌파운드리 최고경영자(CEO)는 “현재 업계의 상황을 감안하면 투자가 별다른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오는 2022년 전체 파운드리 시장 3분의2가 12나노 이상 공정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TSMC로 기우는 7나노 시장

 

 

글로벌파운드리의 로드맵 변화로 7나노 이후 시장은 TSMC와 삼성전자, 인텔 3파전으로 좁혀졌다. (KIPOST 2018년 7월 31일자 <7나노 그 이후… 반도체 업계 로드맵 점검> 참고) 

 

TSMC는 지난 2분기 7나노 공정을 양산 체제로 전환하면서 시장을 선점했다. 글로벌파운드리의 가장 큰 고객사였던 AMD는 물론 엔비디아, 자일링스, 퀄컴, 미디어텍 등 7나노 공정을 준비하는 모든 반도체 업체가 TSMC와 협업 중이다.

 

인텔과 삼성전자는 내년 각각 10나노, 7나노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두 업체가 시장에 진입해도 TSMC로부터 고객사를 완전히 빼앗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텔의 10나노 공정은 당초 올해 양산할 계획이었지만, 시스템온칩(SoC)의 필수로 꼽히는 SRAM 수율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일정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아직도 이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연내 시생산을 거쳐 내년 1월 7나노 공정을 양산 체제로 전환한다. 이같은 로드맵도 빡빡한 상황이라 양산 시점을 앞당길 가능성은 낮다. TSMC의 1세대 7나노 공정은 기존 액침 불화아르곤(ArFi) 기술을 활용했지만 시생산 기간만 1년이 넘게 걸렸다.

 

신규 고객을 확보하기도 어렵다. 앞서 삼성전자는 TSMC에 애플 등 주요 고객사를 빼앗겼다. TSMC가 최첨단 노드를 활용하는 고객사에 후공정을 서비스 차원으로 무상 제공하면서다. 현재 삼성전자의 8나노, 10나노 공정을 활용하는 곳은 자사 시스템LSI 사업부와 가상화폐(bitcoin) 채굴 업계 등으로 물량이 많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 처음으로 EUV를 도입하는 만큼 삼성전자의 시생산 기간이 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TSMC와 현재 7나노 양산을 작업 중인 업체들이 일부 물량을 삼성전자에 맡기겠지만, 전체를 가져오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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