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시메모리서밋 빠졌다… 중국 향하는 인력·기술 유출 방지

삼성전자가 메모리 블랙박스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 초 열린 ‘플래시 메모리 서밋(Flash memory summit)’에서 삼성전자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매년 이 행사에서 신기술을 발표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인력·기술 유출을 피하겠다는 목적이지만, 오히려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 향하는 인력·기술 유출 막는다

 

 

‘플래시 메모리 서밋’은 플래시 메모리 업계 최대의 기술 컨퍼런스로, 각 기업이 저마다의 최신 기술을 뽐내는 장이다.

 

삼성전자도 지난 2007년부터 매년 기조연설이나 세션·포럼에 참여해왔다. 3D 낸드플래시 기술인 ‘V NAND’를 처음 소개한 것도 지난 2013년 이 행사에서였고, 작년엔 컨퍼런스 기간 ‘Samsung tech day’ 행사를 통해 Z낸드 기술을 소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빠짐없이 플래시메모리서밋에 참여했다./플래시메모리서밋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올 초 삼성전자의 ‘미니 미래전략실’인 사업지원T/F에서는 매년 참여하던 ‘플래시메모리서밋’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조연설은 물론, 세션과 포럼에도 삼성전자의 이름은 없었다. 

 

삼성전자가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중국의 반도체 업계로의 기술 및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목표로 한 양산 시점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기술 공개가 부담스러워졌고, 인력 유출 가능성도 없앨 필요가 있었다.

 

삼성전자 DS사업부 출신 업계 관계자는 “‘플래시 메모리 서밋’ 같은 대규모 메모리 컨퍼런스는 ‘기술 공유의 장’인 동시에 ‘만남의 장’”이라며 “동종업계 종사자는 물론 헤드헌터들도 대거 참여, 상대적으로 눈치 보지 않고 선두기업 엔지니어들과 연을 튼다”고 말했다.

 

특히 양쯔강메모리테크놀로지(YMTC), 푸젠진화반도체(JHICC), 이노트론메모리(전 LuiLi) 등 중국 메모리 업계의 양산 목표 시점이 다가오면서 위기감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KIPOST 2018년 6월 5일자 <중국 반도체, 계획과 실제 투자> 참조)

 

▲중국 반도체 업계의 메모리 반도체 투자 계획./각 기업, KIPOST 취합

 

중국 메모리 업계는 수년 전부터 3~5배의 연봉과 자동차, 집 등 온갖 복지 혜택으로 국내 반도체 인력을 빼가려 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백서를 발간, ‘반도체 굴기’를 현실화하려면 40만명의 반도체 인력을 추가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내 반도체 인력은 30만명 미만으로 추산된다. 

 

현재까지 실질적인 소득은 내지 못했다. 각 업계가 엔지니어들에 대한 근무 여건을 개선했고, 메모리 시장이 활황 국면에 접어들면서 대우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내부 상황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는 “이전까지도 해외 컨퍼런스나 학회에 참가하는 것까진 좋지만, 발표를 하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았다”며 “중국 메모리 업계의 설비 투자나 양산 일정이 가시화되면서 유출 가능성을 아예 없애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블랙박스 전략, 기술 혁신 발목 잡을라

 

 

일각에서는 이같은 블랙박스 전략이 오히려 메모리 기술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각 기업이 ‘플래시 메모리 서밋’에 신기술을 발표하는 이유는 업계 및 학계의 의견을 받아 이를 보완,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 시대에 대응하려면 장비·소재 등 업계·학계와의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반도체 제조사의 설계·공정 기술만으로 혁신을 이끌어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2018년 7월 11일 <정은승 삼성 사장, 소재·장비와의 협업 재차 강조한 까닭은> 참조>

 

올해 플래시메모리서밋에서 삼성전자의 빈 자리를 채운 YMTC 또한 기조연설에서 업계·학계와의 협력을 통해 메모리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학계나 업계와 공동 R&D를 진행해도 특허 침해,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현재 기술을 오픈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그만큼 필요로 하는 기술을 얻기가 어렵지만, R&D 인력을 중심으로 이를 방지하면서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진 전문가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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