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후공정 업계에 자동화 바람이 불고 있다. 

 

일찍이 물류이송장비(OTH)를 도입,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한 반도체 전공정에 비해 사람의 역할이 큰 외주반도체후공정(OSAT) 업계도 물류 자동화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앰코·ASE 선제 도입

 

▲앰코의 송도 K5 사업장에서 AGV가 웨이퍼를 옮기고 있다. 이전까지는 방진복을 입은 직원들이 하던 일이다./앰코 공식 유튜브

 

OSAT 업계는 신규 구축하는 생산 라인을 중심으로 속속 지능형 물류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다.

 

첫 발을 딛은 건 앰코테크놀로지다. 앰코는 ‘인더스트리얼(Industrial) 4.0’을 목표로 자동화 프로젝트 팀을 꾸려 인천 송도 K5 사업장에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재 앰코의 K5 사업장에는 이를 기반으로 한 무인운반차(AGV)와 수요예측시스템(APS), 생산관리시스템(MES), 재료제어시스템(MCS) 등이 적용됐다.(용어 참조)

 

ASE코리아도 최근 신설한 경기도 파주 생산 공장에서 지능형 AGV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ASE는 지난 4월 착공한 대만 카오슁(Kaohsiung) K25 생산라인에도 지능형 제조 라인 및 스마트 물류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했다. 본사 중앙 연구개발(R&D) 센터에서 이를 위해 스마트 팩토리 R&D가 이뤄진다.

 

 

인건비 부담 커져… 자동화로 생산 효율화

 

▲폭스콘 직원들이 전자기기를 조립하고 있다. 5년 뒤 생산라인에서는 이들을 볼 수 없을 전망이다./폭스콘

 

현재 대부분의 후공정 생산 라인에서는 사람이 직접 웨이퍼를 옮긴다. 

 

플립칩(FC), 와이어 등 기판 접착 방법은 물론 입출력(I/O) 형태와 개수가 제품마다 모두 다르고 수량도 많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보다 사람이 직접 옮기는 게 더 저렴했다.

 

하지만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지난해 기준 세계 2위 OSAT 업체 앰코의 인건비 비중(매출액 대비 연간 급여 총액)은 15.6%로, SK하이닉스 인건비 비중(약 6.5%)의 2배가 넘었다.

 

시장 변화가 빨라지면서 생산 계획 등 의사 결정에 쓸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것도 주 원인 중 하나다.

 

같은 이유로 위탁제조서비스(EMS) 업계도 자동화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이다.

 

세계 최대 EMS 업체 폭스콘은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빠르면 5년, 늦어도 10년 안에 전체 직원의 80%를 로봇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폭스콘의 총 직원 수는 약 90만명으로, 이 중 72만명의 역할을 로봇이 하게 되는 셈이다.

 

폭스콘은 이를 위해 투자도 망설이지 않는다. 지난 6월 산업 인터넷 부문을 분리 독립해 ‘폭스콘인더스트리얼인터넷(FI)’를 만들고, 상하이 증시에 상장시켰다. FI의 사업 계획에는 자동화 설비까지 포함됐다.

 

또 중국 안면인식 스타트업 ‘멕비(Megvii)’에 4억6000만달러(약 5149억원)의 자금을 투입, 아이폰 조립라인용 로봇을 구매하기로 했다. 

 

후공정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제조는 전·후공정 모두 1년 365일 공장이 가동돼야 해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며 “인건비도 인건비지만, 생산 효율성 확보나 데이터베이스(DB) 구축 등 부가가치가 증명되면 자동화 시스템 비중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무인운반차(AGV·Automated guided vehicle)는 바닥에 설치한 선로를 따라 정해진 동선에 맞춰 웨이퍼나 공정을 마친 제품을 운반하는 산업용 물류 로봇.

 

◇ 수요예측시스템(APS·Advanced Planning & Scheduling) : 자재와 설비, 인력 및 수요를 동기화해 주문부터 생산계획과 자재 발주까지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도구.

 

◇ 생산관리시스템(MES·Manufacturing Execution Systems) : 생산 현장에서 실시간 현황 파악, 작업의 계획 및 수행, 품질관리 등을 측정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시스템.

 

◇ 재료제어시스템(MCS·Material Control System): MES로부터 받은 명령을 기반으로 물류를 빠르게 전달하는 시스템.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