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츠칩팩에 이어 앰코까지 해외에 역량 집중

세계 외주반도체후공정테스트(OSAT) 업계에서 갈수록 한국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이제는 연구개발(R&D) 기능마저 축소되는 모양새다.


▲차세대 2.5D 패키지. 자일링스와 SK하이닉스, TSMC, ASE가 합심해 만들었다./자일링스


몇년 전까지만해도 세계 OSAT 업체들은 국내 반도체 전공정 업계를 겨냥, 국내에 제조 라인을 구축하고 활발한 R&D 활동을 펼쳤다. 협력사는 물론 학계·연구계와 공동 개발하는 과제도 많았다.


특히 아남전자가 전신인 앰코와 현대전자 반도체 사업부문이 전신인 스태츠칩팩은 R&D 등 핵심 인력들이 한국인이라 국내 업계가 상대적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 이들과 함께 R&D 과제를 진행, 이를 납품 실적(레퍼런스)으로 삼아 시장에 진입하기도 수월했다.


하지만 최근 지난 2014년 기준 업계 4위였던 스태츠칩팩은 이듬해 중국 JCET에 인수된 후 한국이 아닌 싱가포르 R&D센터에서 웨이퍼레벨패키지(WLP) 등 차세대 패키징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심일권 최고기술책임자(CTO)도 싱가포르에 거주 중이다.


ASE코리아의 R&D 기능도 점차 축소되고 있다. ASE는 글로벌 R&D와 각 지사별 R&D가 별도 진행되는데 특히 ASE코리아에서는 무선통신(RF) 반도체 등에 강점을 보여와 이 분야에 대한 R&D에 집중했었다. 하지만 전방 시장이 축소되면서 2012년 171억원에 달하던 R&D 비용은 지난해 126억원으로 줄었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ASE코리아 등 해외 OSAT 업계의 한국 법인은 순수 국내 OSAT 업계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각 사, KIPOST 취합 


이처럼 후공정 업계가 R&D를 줄이거나 강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고객사가 고부가 제품에 대한 후공정을 내재화하면서 굳이 R&D를 국내에서 진행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 국내 업계가 강세를 보이던 시장도 주춤해 시장 규모가 큰 중국이나 R&D 인력 확보가 용이한 미국으로 중심 축을 옮기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이에 업계는 향후 차세대 기술 확보나 신기술에 대한 공급망 구축이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나마이크론, 네패스, 시그네틱스 등 순수 국내 OSAT 업계는 규모가 작아 R&D 투자 여력이 적다”며 “급성장하고 있는 중국 패키징 업계에 기술력으로도 밀릴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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