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SK텔레콤이 하이닉스를 인수한지 만 5년이 지나면서 SK그룹이 과감하게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소자 기업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공급망 생태계가 창출한 수익은 실제로 상당했다. 도시바를 인수하는 것 역시 소자 기업 활용에 대한 기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 인수, 잃을 게 없는 SK하이닉스

 

 SK그룹이 도시바 우선협상대상자 한٠미٠일 연합에 참가하면서 얻는 실익은 4가지로 요약된다.

 

△낸드플래시 호황에 따른 배당 수익  △예측 가능성 △그룹 내 반도체 관련 업체 고객사 확보 △도시바와 기술 제휴를 통한 기술력 조기 업그레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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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요카이치 공장 전경. 
도시바는 지난 28일 요카이치에 3D낸드플래시 공장 투자를 단행키로 했다. /도시바 홈페이지

 

 도시바 인수로 SK하이닉스와 시너지를 차치하고 SK그룹은 반도체 사업을 통한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베인캐피털과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융자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이는 최종 지분 인수를 위한 징검다리로 보는 시각이 많다. 도시바는 지난해 손실 여파 때문에 배당을 하지 않았지만 2015년 주당 4엔, 그 이전 3년간은 주당 8엔씩 매년 배당을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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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배당 추이. /도시바 제공

 더군다나 앞으로 최소 5년간 메모리 수요는 급증할 예정이다. 구글 한 개 기업이 올해~내년에만 300억달러(약 34조원)를 투자해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삼성전자가 올해  낸드플래시 비트 그로스(Bit Gross, 비트 단위 메모리 용량 증가율)를 30% 이상으로 잡은 것도 무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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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드플래시 수요. /마이크론 제공

 메모리 반도체는 전방 산업과 연동돼 수급 예측이 중요한 분야다. 두 회사를 합치면 낸드플래시 점유율은 30%를 상회한다. 고객사를 많이 확보하는 만큼 연간 비트그로스 예측이 좀 더 수월해진다.

 

또 다른 이득은 그룹 내 반도체 기업들의 수요처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다. SK하이닉스가 연간 구매하는 소재 등 소모품은 연간 4조원이고, 신규 공장 투자 7~8억원을 포함하면 그 자체로 11조 규모의 시장이 된다. SK 그룹사가 공시한 내부 거래 실적만도 지난 2015년 기준 약 1조7000억원이다. 도시바를 인수하면 SK하이닉스가 구매하는 수준은 아니더라도 친화적인 고객사를 하나 더 확보하는 셈이다. 

 

일본 정부가 낸드플래시 기술 유출에 대해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3D 낸드플래시 기술은 도시바만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SK하이닉스가 나름대로 개발해 온 기술들이 있어 기술 공유가 양사에 득이 된다. 또 스핀주입자화반전 메모리(STT-M램) 등 차세대 메모리 기술 개발은 이미 협력하는 분야다. 

 

유무형의 이익을 따져보자면 3조원 투자금은 수년 내에 회수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SK, 밑지는 장사는 없다… 신사업 늘리고 부실 사업 정리하고

 

지난 2011년부터 SK그룹은 반도체 분야를 육성했다. 신사업 진출 및 M&A 덕에 지금은 관련 계열사만 10여 개에 이른다. 그룹 전체 관점에서 내부거래 시장(캡티브마켓)이 주는 수익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소재, 유통 등 SK그룹이 접근하기 용이한 사업부터 속속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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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SK하이닉스와 SK그룹 계열사간 내부거래. 에센코어를 비롯한 해외 계열사 거래 제외/전자공시시스템, KIPOST

하이닉스를 인수한 직후부터 SKC솔믹스는 SK하이닉스에  소모품인 실리콘(Si), 실리콘카바이드(SiC), 알루미나(Al2O3) 등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 SK하이닉스 국내 사업장에서 올린 매출액이 약 170억원, 2014년 201억원, 2015년 253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SK하이닉스의 해외 사업장 매출액과 50억원 이하 거래는 공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SK하이닉스 덕에 거둔 매출액은 2~3배 가량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크고작은 M&A를 통해 반도체 관련 제조업을 육성하고 있다. OCI머티리얼즈를 인수한 SK머티리얼즈는 육불화텅스텐(WF6)에 이어 지난해부터 경기 이천 ‘M14’ 신규라인에 삼불화질소(NF3)를 공급하고 있다.

 

SKC는 화학적기계연마(CMP) 패드와 CMP 슬러리리를, SK머티리얼즈와 일본 트리케미칼의 합작사(JV) SK트리켐은 반도체용 전구체(프리커서)를 공급한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도 프리커서 시장에 욕심을 내고 있다. 지난해 인수한 LG실트론은 웨이퍼를 납품한다.

 

SK하이닉스가 소자 생산량을 줄이지 않는 이상 지속적인 공급이 가능한 소모품이 대부분이고, SK하이닉스 외에 고객사 다변화도 용이한 품목에 주로 투자가 집중됐다. 전방 산업의 투자 주기에 따라 부침이 심하고, 기술 장벽도 높은 장비보다는 현실적인 투자 전략이다.  

 

SK주식회사는 지난 2015년 홍콩 ISD테크놀러지를 인수해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전문 자회사 에센코어도 설립했다. 주로 기업간거래(B2B)에 치중했던 메모로리 소자 사업은 전방 판매채널까지 확보한 셈이다. 에센코어는 ‘제2의 샌디스크’를 목표 자체 연구개발(R&D) 센터를 국내에 구축하고 있다. SK에 인수된 후 에센코어는 매출액이 연간 5배 증가했다. 

 

이 외에 SK주식회사(구 SKC&C)는 팹 관리 솔루션, SK건설은 팹 건설비 등 비 제조업 분야에서 창출한 매출액도 상당하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최소한의 기술 스펙을 충족한다면 일단 그룹 내 계열사 제품을 우대하는 경향이 있다”며 “계열사 또는 친족기업이라도 철저하게 경쟁시키는 삼성전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정리한다.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파운드리 사업과 청주 M8라인 200mm 웨이퍼 팹만 분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실리콘화일 M&A 후 자사로 흡수한 상보성금속산화물(CMOS) 이미지센서(CIS) 설계팀과 그 제품을 생산하는 300mm 웨이퍼 팹은 그대로 보유한다. 200mm 팹은 현재 전세계적으로 호황이지만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수익 창출에 애를 먹었다. 

 

미국 메모리 컨트롤러 설계 자회사 HMS도 분사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협력 업체를 이용하는 게 더 유리하고 도시바를 활용해 컨트롤러 기술을 확보할 기회도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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