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황 부진 탓에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전자 LED사업팀이 전공정 핵심 설비인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OCVD를 직접 가동해 에피웨이퍼를 제조하는 것 보다 외부에서 에피웨이퍼를 구매해 칩 공정부터 진행하는 게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LED 업계 공급과잉이 심각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LG이노텍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MOCVD 매각을 검토하면서, 국내 LED 후방 산업은 더욱 쇠락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中 사난에 MOCVD 매각 검토

 

현재 삼성전자 LED사업팀이 보유하고 있는 MOCVD는 150여대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LED사업팀은 삼성LED 시절인 지난 2009~2010년 독일 엑시트론으로부터 MOCVD를 집중 매입했다. 삼성전자는 이 중 노후화된 20% 정도를 우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MOCVD는 사파이어 웨이퍼에 질화갈륨(GaN) 층을 증착해 에피웨이퍼로 만들어주는 전공정 핵심 장비다. LED 업체는 에피웨이퍼를 직육면체로 잘라 LED 칩⋅패키지를 생산한다. 한때 MOCVD가 LED 업체의 생산능력 척도로 여겨지던 것은 이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0년 3분기 이후 MOCVD 과잉투자가 본격화되면서 상황은 역전되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주요 수요처였던 TV 업체들의 LED 사용량도 줄기 시작했다. TV 속에 들어가는 LED 칩 개수 자체가 줄면서 ‘LED TV’ 침투율이 높아져도 LED 시장은 오히려 역성장했다.

 

삼성LED(현재 삼성전자 LED사업팀)⋅LG이노텍은 물론, 일본⋅대만 LED 업체들도 가동률 저하로 몸살을 앓았다.


 

MOCVD 장비는 LED 칩 생산 필수 공정에 활용된다. 사진은 비코 터보디스크 에픽700 MOCVD 장비.

▲미국 비코가 생산한 MOCVD ‘터보디스크 에픽700’. /비코 제공


 

LG이노텍 LED사업부가 역대 한 번도 연간 흑자를 기록하지 못한 것도 MOCVD 대규모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부담 때문이다. 결국 LG이노텍은 지난해 9월 130여대의 MOCVD 중 15대를 중국 카이스타에 매각했다. 무상매각하는 대신 MOCVD 가격 만큼 에피웨이퍼를 공급받는 조건이었다. LG이노텍은 광주광역시 공장 내에 있던 나머지 15대의 MOCVD 매각도 추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MOCVD 매각을 위해 중국 사난과 접촉 중이지만, 사난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는 않고 있다”며 “중국 LED 업체들 역시 가동률이 크게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치킨게임에서 패배, 후방 산업 축소 불가피

 

업계서는 삼성전자의 MOCVD 매각 방침을 사실상 중국과의 ‘LED 치킨게임’에서 항복 선언을 한 것으로 받아 들인다. 삼성전자 LED 사업팀과 LG이노텍은 2011년 이후로 신규 MOCVD를 거의 도입하지 않았지만, 중국⋅대만 업체들은 공격적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2014년 출하된 239대의 MOCVD 가운데 중국 지역으로 공급된 제품은 168대였다. 전체 MOCVD 출하량 중 70% 이상이 중국 지역으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총 220여대의 MOCVD 출하량 중 중국으로 건네진 것은 150여대에 달했다. 국내로 들어온 것은 서울반도체 자회사 서울바이오시스가 구매한 12대 정도에 불과했다.

 

경쟁 업체들이 MOCVD 사 모으는 마당에 삼성전자가 매각 방침을 굳힌 만큼, 향후 LED 사업 축소는 정해진 수순이다. 삼성전자 LED사업팀 관계자는 “MOCVD 매각 방침은 2011년 경영진단에 따른 비용절감 이행 차원”이라며 “향후 전공정 투자는 최대한 지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발광다이오드(LED)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사파이어 잉곳(왼쪽)과 사파이어 웨이퍼.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OCI 제공


 

LG이노텍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전공정 축소에 나서면서 국내 LED 후방 산업의 쇠락은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때 LED 산업과 함께 성장했던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업체들이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서 LED용 사파이어 잉곳⋅웨이퍼 사업을 영위하는 곳은 사파이어테크놀러지⋅일진디스플레이⋅한솔테크닉스 정도다. 

 

OCI는 사업 진출 5년 만인 지난해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동국제강이 인수한 DK아즈텍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했으며, 최근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왔다. 동국제강은 DK아즈텍 인수 당시 350억원을 투입했고, 이후 4년간 운영자금 500억원을 지원하고도 한 번도 연단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사파이어테크놀러지⋅일진디스플레이⋅한솔테크닉스 등도 호황을 구가했던 2010년 당시 보다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그나마 스마트폰⋅카메라용 커버글라스 시장으로 눈길을 돌린 사파이어테크놀러지가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한 정도다. 2013~2014년에는 각각 200억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LED 산업을 이끌어오던 삼성전자와 LG이노텍이 사업 축소를 결정한 만큼 잉곳⋅웨이퍼 업체들도 LED가 아닌 다른 시장을 공략해야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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