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삼성전자⋅인텔 등 미세공정을 주도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들이 실리콘관통전극(TSV) 도입을 계기로 패키지까지 내재화 하려는 움직임이 일면서 후공정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기존 고객사인 종합반도체업체(IDM)나 파운드리가 이제는 경쟁자가 돼 시장 자체를 잠식당할 위기다. 삼성전자⋅TSMC 등은 이미 애플⋅퀄컴 등 대형 고객사에 전공정부터 패키지까지 일괄 제조하는 형태를 제안하고 있고, 내년부터 2017년 사이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와 메모리를 적층한 반도체 패키지가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에 더해 아날로그 반도체도 시스템인패키지(SiP)로 통합되는 추세여서 패키지 물량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도 커졌다. 

 

 

▲삼성전자가 실리콘관통전극(TSV) 기술을 적용해 제작한 모듈 / 삼성전자 제공 

 

좁아진 시장, 규모의 경제로 대응

 

세계 최대 후공정 업체 대만 ASE는 지난 8월 SPIL 지분 25%를 공개 매수해 경영권을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업계 1위 ASE와 3위 SPIL의 합병이 성사되면 ASE는 연 매출액(2014년말 기준) 80억달러(약 9조680억원) 규모로 커진다. 2위 앰코테크놀로지(2014년 매출액 30억800만달러)보다 2.5배 커진다. 

 

SPIL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폭스콘이 지분교환 형태로 주식을 확보하겠다고 나선 게 변수지만 규모의 경제를 통해 남아 있는 시장에서나마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정부 펀드를 등에 업은 후공정 업체들도 속속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JCET는 싱가포르 스태츠칩팩 지분을 100% 사들였다. 스태츠칩팩의 2014년 연간 매출액은 15억800만달러(약 1조7093억원), JCET는 8억1800만달러(약 9272억300만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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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후공정 업계 매출액. /자료=Research in China

 

구조조정 서막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10월 27일 이사회에서 박용철 신임 대표를 선임하고 곧바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임원 수가 10여명 줄었다. 20%를 상회하던 매출총이익(Gross Margin)이 지난 2분기 15%대로 떨어졌다.

 

앰코는 내년 서울 성수동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3월부터 송도 신공장 시험 가동을 시작할 계획이다. 수익성이 낮은 와이어본딩은 비중을 줄이고 플립칩(FC) 등 첨단,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한다는 전략이다.

 

일각에서는 후공정 업계 입지 약화에 따른 출구 전략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비싼 FC 패키지를 쓰는 AP 업체들이 주요 고객사였던만큼 타격이 더욱 클 수 있다”며 “M&A가 아니더라도 제조기지를 통폐합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삼성 사돈가 보광그룹이 보유하고 있던 STS반도체통신은 자회사 부실에 따른 유동성 악화로 에스에프에이에 매각됐다. 제품 대부분을 삼성전자 반도체사업부에 비중이 높은 이 회사는 전공정의 패키지 내재화가 가속화되면 타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삼성 의존도가 높은 한국 패키지 업계는 더욱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패키지는 직접 하고 수익성이 낮은 제품은 외주를 주는 형태로 운영해왔다. ‘탈(脫) 삼성’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고부가 제품 개발이나 공장을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나 동남아 등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택해야 하는데 둘 다 쉽지 않다. 

 

네패스는 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등을 출시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지만 팬인-WLP(FIWLP) 구현 전 과도기 형태의 기술로 완벽한 대안이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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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아웃-웨이퍼레벨패키지(FOWLP) /자료=KIPOST

 

고부가 제품일수록 투자비가 늘어나지만 전공정 업체와 글로벌 대기업과 직접 경쟁해야 한다. 그렇다고 기존 기술을 고수하자니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들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패키지 업계 관계자는 “몇 년 후에는 후공정 업체 중 절반도 살아남지 못하리라는 얘기도 흘러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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