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TSMC가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지 공정을 직접 구축하기로 하면서 반도체 후공정 업계의 판도가 변화할 조짐이다. 

 

반도체의 성능을 높이면서도 설비 투자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도체의 3D화는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하지만 3D 반도체는 종합반도체업체(IDM)나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에게는 유용한 방식이지만 기존 패키지 업계에는 위협이 된다. 

 

그 이유와 대형 파운드리의 전략을 알아본다.  

 

 

 

뚫으면서 쌓는다, 전공정이 유리한 TSV

 

TSV는 지난 1980년대부터 학계에 제안돼 꾸준히 연구개발(R&D)을 해온 기술이다. 반도체 같은 면적의 다이(Die)에서 집적도를 높이거나 입출력부(I/O)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선폭을 줄여 밀집도를 키우거나 웨이퍼를 수직으로 쌓는 것이다.

 

그동안은 노광(리소그래피)기에 투자해 선폭을 줄이거나 웨이퍼 크기를 키워 웨이퍼 한 장당 다이 숫자를 늘리는 방법이 채산성을 확보하기 좋았다. 낸드플래시가 10나노대, D램이 20나노대, 로직공정이 10나노 이하대까지 진입하면서 선폭 미세화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노광 기술은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다. ASML은 인텔⋅삼성전자⋅TSMC로부터 극자외선(EUV) 장비 개발을 위해 51억8000만유로(약 7조2000억원) 투자를 받았지만 개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450mm 웨이퍼 개발도 막대한 비용이 들어간다.

 

3D 반도체 기술은 세 종류다. △웨이퍼 위에 반도체 레이어를 한층 한층 쌓는 방법(via first) △전공정에서 웨이퍼를 쌓고 뚫은 뒤 기판에 연결하는 방법(via middle) △후공정 라인에서 수직으로 쌓은 웨이퍼와 하단 기판을 한꺼번에 뚫는 방법(via last)이다. 

 

Via first는 ‘셀스택(Cell stack)’이라고도 불리운다. 3D낸드플래시에 주로 적용된다. 반도체 웨이퍼 공정에서 실리콘을 식각(Etching)하고 전극을 형성시킨 뒤 900℃ 이상 고온의 프론트엔드 공정과 400℃ 이하 저온의 백엔드 공정을 거친다. 구멍을 채우는 소재로 구리(copper)나 텅스텐(Tungsten)을 사용할 수 없고 폴리실리콘을 써야하는 한계가 있다.

 

Via middle은 트랜지스터 형성 후에 웨이퍼에 구멍을 뚫고 얼라인한다. 구멍 지름이 2~3마이크로미터(μm) 가량이다. 전공정에서 TSV를 쓰고 인쇄회로기판(PCB)에는 플립칩(FC) 패키지를 주로 쓴다. 서버용 메모리 등 대용량, 고속 메모리에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 서버용 DDR4 D램이 이 방식으로 양산 중이다.

 

Via Last는 10μm 이상 홀을 뚫어 바로 기판에 연결한다. CMOS이미지센서(CIS)에 이미 적용되는 방식이다. 후공정 업체들이 웨이퍼를 받아 TSV 패키지를 구현할 수 있다.

 

 

3D TSV.png

▲TSV 방식 분류.  /빈(Wien) 공대.

 

 

 

후공정도 우리가… 파운드리의 야심

 

삼성전자는 고사양 메모리는 직접 패키지를 해왔다. 애플이나 자사 무선사업부 등 대형 고객사에서 주문하는 맞춤형 구조를 구현하기 위해서다. 자사 칩, 패키지 기술력이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는다는 이유도 있었다.

 

중저가형 메모리,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일부 모델을 후공정 업체에 맡겼다. 국내 STS반도체통신, 하나마이크론, 네패스, 시그네틱스 등 패키지 업체들의 플립칩 투자도 삼성전자에 비해 1~2년 가량 늦었던 것도 삼성전자의 내재화 전략 때문이다.

 

TSV가 도입되면 양상은 조금 더 달라진다. 협력사로 어느 정도 흘러나오던 물량까지 삼성전자가 직접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Via middle’ 방식을 구현하려면 전공정의 역할이 클 수밖에 없다.

 

TSMC, 인텔도 파운드리에 그치지 않고 TSV 패키지 내재화를 시도하고 있다. TSMC는 지난 9월경 TSV용 장비와 검사, 테스트 장비를 납품 받고 양산 테스트에 들어갔다. 

 

기술적, 전략적 이유에서 전공정 반도체 업체들이 후공정까지 내재화를 시도하면서 후공정 업계에서는 TSV발 산업 재편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패키지 업계 관계자는 “TSV를 시작으로 기존 PCB 회로 선폭은 물론 소재까지 변화할 조짐”이라며 “TSV를 계기로  후공정 업계가 쉽사리 투자하지 못하던 고사양 기술을 웨이퍼 공정에서 구축해 파운드리-패키지 일원화 하는 시나리오가 유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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