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인텔이 시스템반도체 사업에서 손을 잡는다.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아성을 깨야 하는 LG전자와 프로세서 업계 시장 선두를 지켜야 하는 인텔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다.

 

 

 

LG전자, 인텔 14나노 파운드리 선택

 

LG전자와 인텔은 올해 상반기부터 인텔 14나노⋅10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을 위한 협업을 해왔다. 인텔은 모바일 플랫폼팀에 LG전자를 담당하는 삼성출신 한국인 매니저를 배치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LG전자는 CTO산하 SiC센터에서 지난 2012년부터 자체 AP를 개발해왔다. TI에서 오맵(OMAP) AP를 개발하던 송상원 전무를 CTO산하 SiC센터로 영입한 뒤 지난해 28나노 공정으로 첫 AP를 생산했다.

 

삼성전자가 20나노를 뛰어넘고 바로 14나노 개발에 돌입하자 LG전자도 바로 14나노 기반 칩 개발을 시작했다.

 

양산 목표는 올해 하반기다. LG전자 스마트폰에 적용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고사양 AP 시장 트렌드에 발맞춰 조기에 기술력을 갖추고 스마트폰 등 모바일 시장에서 플랫폼, 협상력 주도권을 쥐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는 DTV칩과 AP를 자체 개발해 스마트홈 등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의 메인 컨트롤러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TSMC를 이용해왔던 LG전자가 인텔 파운드리를 쓰는 이유는 다양하다.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중 10나노대 미세공정을 제공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 인텔 4곳뿐이다. TSMC의 16나노 공정은 14나노에 비해 회로 선폭(노드)가 큰데다 수율을 확보하지 못해 애를 먹고 있다. TSMC는 이미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막대한 물량을 주문하는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LG전자는 가격이나 서비스 측면에서 이점이 없다. 

 

글로벌파운드리는 삼성전자와 공정기술을 공유하기는 하지만 양산 능력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자존심상 국내 전자업계 라이벌인 삼성전자 팹을 쓸 수도 없다.

 

마침 대안으로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해 러브콜을 보냈다. 인텔은 22나노 공정에 적용했던 트라이게이트(Trigate, 핀펫과 같은 공정)를 그대로 14나노로 구현하고 있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었다.  

 

 

 

인텔, ARM 기반 칩 파운드리 구축 완료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지난 2013년 이후 본격적으로 고객사를 발굴하고 공정 개발에 착수했다.

 

지난 연말 ARM 코어 프로세서 기반 칩 생산을 위한 공정 준비도 마쳤다. 그동안 인텔은 자체칩 생산을 위해 전체 설계자산(IP)의 대부분을 시높시스와 협력해 조달해왔지만 파운드리 사업을 위해 ARM 기반 칩 생산 공정용 라이브러리를 보유한 케이던스 등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업체와도 적극적으로 제휴를 하고 있다. 

 

인텔은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3차원 실리콘관통전극(TSV) 패키지에 대응하는 2.5차원 패키지 기술 ‘EMIB(Embedded Multi-die Interconnect Bridge)’로 삼성 파운드리와 경쟁한다. 

 

TSV는 메모리와 AP를 상하로 얹어 수직으로 구멍을 뚫어 전극을 연결하는 구조다.  EMIB는 메모리 다이만 수직으로 쌓아올려 TSV로 전극을 형성하고 AP 다이는 메모리 옆에 수평으로 배치한다. 실리콘 인터포저를 없애고 다이(Die)를 인쇄회로기판(PCB)에 바로 플립칩 패키지한다. 

 

14나노 공정으로 옮겨가면서 AP 다이 크기가 D램보다 적어지는 반면 메모리는 입출력(I/O) 수가 늘어나면서 TSV패키지는 채산성 확보에 난항을 겪고 있다. 6개월에 한번씩 바뀌는 AP에 따라 메모리 패키지를 완전히 재설계해야 하기 때문이다. EMIB는 TSV에 비해 실장 면적은 다소 크지만 이 문제를 비교적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인텔은 이미 알테라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에 적용해 생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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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이 제공하는 EMIB 패키지/ 인텔 제공





 

 

LG전자, AP 개발 성공해야 하는 이유

 

상반기 LG전자 전략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하자 회사 내부에서는 시스템반도체를 개발하는 SiC사업부를 축소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AP 개발에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특히 14나노 핀펫 공정은 마스크 비용만 100억원 을 넘나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을 하더라도 AP를 채택하는 모델을 찾지 못하면 고스란히 부담으로 남는다. 과거처럼 퀄컴 AP를 조달할 때 협상력 차원에서 개발  지원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배보다 배꼽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불구하고 LG전자가 자체  AP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사물인터넷(IoT) 시대 플랫폼 시장에서는 밀려날 수 없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되면서 모바일 AP가 기존 다른 시스템반도체가 하던 역할을 상당부분 흡수해 AP 기술이 시스템의 각종 기능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요소기술이 됐다.

 

모뎀(베이스벤드)이 AP로 원칩화 됐고, 고화소 카메라이미지센서(CIS) 제어는 별도 이미지시그널프로세서(ISP)가 아닌 AP가 담당한다. 그래픽프로세서(GPU) 역시 AP에 통합돼 있다. PC나 게임 콘솔과 달리 모바일 기기는 디스플레이 크기가 작고  CPU와 GPU간 신호처리 속도 때문에 초고선명(UHD) 이상 해상도에서도 GPU를 단독으로 쓰지 않는다.  TSV나 EMIB 패키지가 본격 도입되면 램 메모리까지 하나의 AP 안에 담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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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스냅드래곤810’ AP IP블럭/ 퀄컴 제공

 

차기 IoT 플랫폼 시장을 잡기 위해서도 AP 개발은 필수다. 각종 데이터를 모았다 뿌려주는 서버와 스마트폰, 각종 IoT 기기 및 센서의 두뇌를 갖지 못하고는 첨단 기술 구현이 경쟁사보다 늦을 수밖에 없다. 운영체제(OS)와 기기 최적화도 자체 AP가 없으면 뒤떨어진다. 

 

상황을 조기에 읽은 중국 화웨이, ZTE는 이미 자체 AP를 플래그십 모델에도 적용하고 있고 샤오미도 최근 자체 AP 개발에 착수했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IoT 시대 플랫폼 경쟁은 소프트웨어간, 하드웨어간 경쟁과는 차원이 다르다”며 “구글이 AP 전문가를 대거 기용하고, ARM이 IoT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출시하듯 전방위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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