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등 중국의 첨단기술 추격 전략은 정부지원금에 기반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인위적으로 공급 과잉 상황을 유도하고 또 지원금에 기대 경쟁국 업체와 치킨게임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기판에 화학물을 증착해 특성을 구현하는 장치산업 중 기술적인 난이도가 낮은 것부터 하나하나 투자해온 추이상 중국은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한 이후에는 10나노미터(nm)대 시스템반도체 외주생산(파운드리) 경쟁에도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업계도 이에 대응해 차세대 메모리 구조, 소재 연구개발(R&D)은 물론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기술, 패스트 무버(Fast Mover) 전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 2008년부터 D램을 대체할 수 있는  스핀주입자화반전메모리(STT-M램) 공동 연구개발(R&D)을 해왔다. 업계 전문가는 “아직 양산 수준은 아니지만 2~3년 안에 양산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본격적인 치킨게임을 대비한 원가 절감도 시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고사양 모바일 D램 패키지를 기존 플립칩-칩스케일패키지(FC-CSP)에서 실리콘관통전극(TSV)이나 와이어본딩으로 대체하는 투트랙 전략에 돌입했다.


특히 로엔드 제품인 기존 LPDDR3나 이하급 D램은 와이어본딩을 적용, 생산단가를 5~10% 줄이기로 하고 관련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차세대 패키지 양산 전까지는 FC-CSP를 대체하기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모두 찾은 해법이 FC-CSP에  핀그리드어레이(PGA)를 응용한 기술이다. FC-CSP에서 기판과 접착하는 부분에서 전기신호전달 역할을 하는 둥근 공모양 솔더볼을 원통형 핀 모양으로 구현했다. 핀 소재는 주석-구리(틴카파) 합금으로, 주석-은(틴실버)보다 저렴하다. 9일 기준 구리 현물가격은 톤당 5915달러, 은은 트로이온스당(1트로이온스=31g) 15.95달러다. 트로이온스로 환산한 구리 가격은 0.18달러다.


소재를 교체해 격차를 벌리는 방식도 쓴다. LED칩을 생산하는데 쓰이던 갈륨나이트라이드(GaN)를 사파이어가 아닌 실리콘웨이퍼에 증착해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술도 양산화를 거의 눈앞에 두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는 LED용 SiGaN(실리콘온갈륨나이트라이드) 웨이퍼를 개발해 LED를 양산했다. 이 기술을 그대로 반도체에 적용하면 신호처리 속도가 실리콘웨이퍼보다 10배 가량 빨라진다.  


▲반도체 검사 공정/ 삼성전자 제공



인력, 장비 유출 어쩌나


문제는 인력 유출이다. 최근 BOE 반도체사업부를 총괄하게 된 왕자흥 사장이 삼성전자를 퇴임한지 1년 이상인 임원들을 여럿 접촉하면서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 모두 퇴직하는 임원은 2~3년간 고문직을 유지하는 동안은  경쟁사로 빠져나가는 게 불가능하지만 이후에는 자유롭다. 중국 입장에서는 기술력차를 2~3년 정도로 추격하면서 저가형 메모리 시장부터 잠식해나갈 가능성이 크다.


일선에서 R&D를 수행하는 수석급 공정 인력도 주요 영입 타깃이다. 최신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크고 임원 경쟁에서 밀리면 디스플레이 업계와 마찬가지로 중국행을 택하는 경우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국내 메모리 업계 퇴직자들이 대만 등 후발 업계로 많이 옮겨 갔다”며 “중국 업체에 취업한다고 해서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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