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을 10만개 이하 극소량만 판매할 것으로 파악됐다. 최소 150만원 이상 가격으로 출시될 고가 기기라는 점에서 수요를 예단하기 어렵고, 아직  폴더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수율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출시 초 시장의 반응을 봐서 생산량을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폴더블 OLED. /삼성디스플레이 제공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 초 출시할 폴더블 스마트폰 잠정 판매량을 8만~9만대 안팎으로 설정했다. 삼성전자의 간판 모델인 ‘갤럭시S’ 시리즈가 연간 4000만대 내외, ‘갤럭시노트’ 시리즈가 연 1200만대 정도 판매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폴더블 스마트폰은 사실상 실험작에 그칠 전망이다. 다만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을 위한 각종 소재⋅부품은 향후 수율 등을 감안해 50%까지 추가로 준비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과거 이처럼 적은 양만 판매했던 실험작으로는 지난 2013년 출시된 ‘갤럭시 라운드’가 있다. 세계서 처음 화면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곡면 디스플레이가 적용된 갤럭시 라운드는 출고가가 108만9000원에 달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라운드 누적 판매량을 밝힌 적이 없지만, 유통 업계서는 당시 일 평균 판매량이 200~300대 정도로 추산했다. 시리즈 전체 판매량도 수만대 안팎에 그친 것으로 관측된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첫 폴더블 스마트폰은 글로벌 출시보다는 전략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판매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를 포함해 소득 수준이 높고, 최신 기기가 잘 팔리는 북미 시장과 유럽⋅일본 등이 대상이다. 삼성전자는 선진 시장에서의 소비자 반응을 봐서 연내 추가 생산 및 2020년 출시 계획을 조정한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가 2013년 출시한 갤럭시 라운드. 누적 판매량이 수만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제공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를 통해 OLED 수요 진작을 기대했던 디스플레이 업계로서는 기대치를 다소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6세대(1500㎜ x 1850㎜) OLED 기판 1장에서는 폴더블 스마트폰용 패널을 7인치로 자를 경우 150장이 생산된다. 수율 50%를 가정하면 1장당 75개씩 생산할 수 있다.


폴더블 스마트폰 8만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6세대 기판 1000장 정도만 필요하다는 뜻이다. 넉넉하게 12만개의 폴더블 OLED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도 기판 1600장 정도면 된다. 통상 6세대 라인 1기가 월 1만5000장의 기판을 생산할 수 있으므로, 내년에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을 위한 추가투자는 없을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아이패드 등 태블릿PC 사이즈(9.7인치, 16:9)로 자르면 기판 1장에 90대, 수율 50% 감안시 1700여장 정도면 생산 가능하다.


현재 삼성디스플레이의 탕정 A3 라인은 애플향 제품 생산에 따라 가동률이 70~80%선을 유지하고 있으나, A4(옛 L7-1) 라인은 아직 가동을 못하고 있다. A4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향 제품 생산을 위해 개조한 공장으로, 6세대 원판 투입 기준 월 3만장 규모다. 플렉서블 터치 일체형 기술인 와이옥타(Y-OCTA) 공정도 완비되어 있다. 삼성전자가 내년 폴더블 스마트폰 생산을 서너배 늘린다고 해도 A4 공장에서 충분히 수용 가능하다.



▲9.7인치 폴더블 스마트폰 예상도. /자료=삼성증권



따라서 폴더블 스마트폰 출시가 삼성디스플레이의 A5 추가 투자를 자극하기 위해서는 시장의 반응이 기대 이상으로 뜨거워야 한다. 


문제는 가격이다. 애플이 지난 가을 출시한 ‘아이폰X’는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 탓에 높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아이폰X의 출고가는 999달러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폴더블 스마트폰 프로젝트 초창기 목표 출고가를 125만~130만원으로 잡았는데, 현재로서는 이를 달성할 가능성이 희박하다.


패널 수율과 개발비, 낮은 규모의 경제 등을 감안하면 최소 150만원, 높게는 200만원에 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일본을 제외하면 내수 경기가 뚜렷하게 살아나고 있는 지역이 없어 이처럼 높은 가격을 감내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 지 미지수다. 높은 가격에 비해 폴더블 스마트폰이 소비자들에게 어떤 매력을 어필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분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량 8만대는 사실상 프로토타입의 모델이라는 뜻”이라며 “진짜 폴더블 스마트폰 시장은 2020년 이후에 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폴더블 OLED 인치별 6세대 원장 면취수. /자료=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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