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생태계에도 큰 기회

지난해 가을 애플이 출시한 ‘아이폰X’는 같은 시점에 공개된 ‘아이폰8’, ‘아이폰8 플러스’ 대비 약 2개월 늦게 판매되기 시작했다. 생산이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인데, 그 원인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한 가지가 삼성디스플레이 베트남 V3 공장 내 라미네이션 공정, 또 다른 하나는 LG이노텍⋅샤프가 담당했던 3D 안면인식 모듈의 조립공정이다. 특히 3D 안면인식 모듈의 조립은 난이도가 극히 높아 샤프는 생산을 결국 포기하기에 이르렀다. 그동안 어떤 회사도 시도해보지 않았던 분야인 만큼 애플도 협력사 생산관리에 애를 먹었다.



▲애플 아이폰X의 3D 안면인식 카메라 구조. ToF 카메라의 하드웨어 구조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애플 제공



ToF, 하드웨어 구조는 SL과 거의 동일


애플이 내년에 새로 출시될 아이폰에 ToF 카메라를 탑재하기 위해서는 가장 우선적으로 알고리즘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X에는 2013년 인수한 프라임센스의 안면인식 알고리즘이 사용됐지만, ToF는 동작원리가 다르기 때문에 알고리즘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기존 SL 방식의 카메라는 3만개의 적외선 레이저를 동시에 쏘고, 이것이 반사된 이미지가 얼마나 일그러지는지를 인식한다. 이에 비해 ToF 카메라는 나노초(ns, 10억분의 1초) 단위로 연속된 적외선 레이저를 쏜 뒤,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해당 영역의 심도를 판단한다. 다만 피사체에 따라 빛이 도달한 뒤 반사되는 속도나 양이 다른 탓에 이를 보정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ToF 방식 3D 카메라 알고리즘에 대한 기술은 ST마이크로와 인피니언⋅마이크로비전⋅오르벡 등이 보유하고 있다. 구글 역시 ToF 카메라와 관련한 특허를 다수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프로젝트 탱고’ 당시 구현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SL 방식과 비교하면 ToF의 알고리즘은 설계가 복잡하지 않은 편”이라며 “애플이 이를 직접 개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알고리즘에 비하면 하드웨어 부문에서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다. ToF 카메라 역시 적외선을 방출하는 부분과 이를 읽어들이는 부분으로 나뉜다는 점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ToF 카메라 역시 병목은 적외선 레이저 방출부인 도트프로젝터(Dot Projector)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아이폰X 생산시에도 마지막까지 수율이 정상괘도에 올리는데 애를 먹었다.

도트프로젝터는 수직표면광방출레이저(VCSEL)와 광회절장치(DOE)로 나뉜다. VCSEL은 적외선 빛을 방출해주는 소자다. 기존 레이저다이오드(LD)와 원리는 비슷하지만, 훨씬 적은양의 에너지로도 구동할 수 있어 모바일기기에 적합하다. 애플은 VCSEL을 루멘텀과 피니사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피니사 공급물량이 원활하지 않았던 탓에 공급사 다원화를 추진하고 있다.

LG이노텍 역시 LED사업부 내에서 VCSEL을 개발하고 있는데, 애플 공급 물량을 노린 포석으로 보인다. 만약 LG이노텍이 VCSEL 개발에 성공한다면 모듈 공급과 함께 핵심 부품을 내재화할 수 있다.



▲아이폰X 3D 안면인식 카메라 모듈 공급사. /블룸버그



애플이 ToF용 VCSEL에는 기존 850나노미터(nm) 파장의 VCSEL이 아닌 940nm 파장 제품을 쓸 가능성도 있다. 850nm 적외선은 자연상태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간섭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으나, 인식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940nm로 높이면 인식률을 제고할 수 있다. 다만 940nm 적외선은 자연상태에 일부 존재하기 때문에 노이즈를 제거하는 기술이 추가로 필요하다.

도트프로젝터의 다른 부품인 DOE는 VCSEL에서 나오는 한 줄의 레이저를 패턴화시켜주는 장치다. 애플은 이를 헵타곤과 하이맥스 등에서 공급받고 있다.

수신부에서는 적외선 카메라 렌즈의 밝기(f) 값이 더욱 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스마트폰용 카메라 렌즈의 f값은 대부분 2를 넘는 수준인데, ToF 구현을 위해서는 1 혹은, 1 초반으로 내려와야 한다. f 값이 낮을수록 카메라가 적은 양의 빛에도 반응한다. ToF에 쓰이는 적외선 카메라는 먼 거리에서 반사된 빛을 흡수해야 하기 때문에 훨씬 밝은 렌즈가 필요하다.


하드웨어보다 앱 생태계에 더 큰 기회


사실 ToF 카메라 상용화는 하드웨어⋅알고리즘 업계 보다 이를 이용한 응용프로그램(앱) 시장에 주는 충격파가 더 크다. 세상을 2차원으로 인식하던 스마트폰이 3차원으로 인식하게 됨으로써 이를 이용한 각종 소프트웨어가 출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방산업보다 전방산업에서의 파생 시장이 더욱 무궁무진하다는 뜻이다. 가장 크게 주목받는 시장은 역시 게임이다. 1인칭 슈팅게임(FPS) 등 공간을 활용한 게임들이 ToF 카메라와 결합하면 진정한 증강현실(AR) 게임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국내서도 큰 화제를 불러 모았던 ‘포켓몬 고’ 같은 AR 게임도 이전과는 다른 사용자경험을 구현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게임 업체들은 이미 3차원 증강현실을 가미한 게임 개발에 착수하고 있다”며 “ToF 카메라가 이를 현실화시키는 핵심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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