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고가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중저가 시장에서는 중국 업체에 밀리는 ‘넛크래커’ 상황에 봉착했다.

 

삼성전자가 현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원가 경쟁력을 강화해 신흥시장 내 틈새 수요를 발굴하고, 트렌드 변화에 더욱 민감해지는 수밖에 없다. 최근 중국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되면서 삼성전자는 그나마 성장성이 양호한 인도·중동·아프리카 등을 공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결국 패스트패션처럼 스마트폰 사업도 가격과 스피드가 중요해진 셈이다.

 

스마트폰의 패스트패션화 전략은 강력한 제조 기반을 갖춘 삼성전자만이 가능하다. 스페인 대표 패션 기업 자라는 뉴욕·도쿄·서울 등 각 지역 트렌드를 빨리 파악해 신제품을 내놓는다. 삼성전자는 자라의 패스트 패션 사업 방식처럼 지역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스마트폰을 가장 신속하게 출시한다는 전략을 택했다.


▲ LG전자 베트남 공장 / LG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 25억달러를 투자해 박닌성 옌퐁공단에 휴대폰 제1공장을 세웠다. 2013년 타이응웬성 옌빈공단에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해 휴대폰 제 2공장을 증설했다. 15년 가동이 본격화되며 현재는 연 2억4000만대 휴대폰을 베트남 공장에서 생산한다. 메탈 케이스 생산을 위해 1만명의 추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제2공장의 생산능력은 1.2억대에서 1.7억대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베트남 법인의 연간 휴대폰 생산능력은 2.9억대까지 증가하며 이는 삼성전자 전체 휴대폰 생산량의 60~7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가전(CE) 사업부의 진출계획도 윤곽이 나온 상태다. 17년까지 호치민시의 사이공하이테크 파크에 5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TV 중심의 생산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이미 일부 투자를 집행해 내년 1분기 공장 가동에 돌입한다.


삼성전자는 케이스·카메라모듈·렌즈 등 핵심 부품을 베트남 공장에서 자체 생산하고 있다. 사실상 반도체부터 스마트폰 소재·부품에 이르는 수직 계열화를 완성한 셈이다.

제조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바로 자동화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스마트폰 생산라인 무인자동화를 위한 ‘구미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전 생산공정을 자동화하고 검사 등 일부 업무에만 인력을 투입한다는 게 이 프로젝트의 목표다.


구미 프로젝트팀은 공정 속도 효율화에 성공한 후 최근 주변 작업 자동화와 검사 기술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표면실장(SMT) 등 핵심 공정은 이미 자동화됐지만, 부품을 갈아 끼우는 피더 작업은 여전히 사람 손이 필요하다. 이런 주변 작업을 자동화해 사람 손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내 인건비가 국내의 8분의 1 수준에 불과하지만, 매년 빠른 속도로 치솟는 추세다. 장기적으로 인건비 부담 위험을 대비하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사 공정도 자동화를 위한 핵심 포인트다. 검사 공정의 상당 부분은 여전히 사람 눈으로 해야 하는 게 많다.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한다면 검사 인력을 장비로 대체할 수 있다. 검사 단계에서 발견된 불량은 원인을 파악해 전 단계로 피드백, 전체 공정 수준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 조립 무인자동화 공정까지 갖추면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속도는 더욱 높아진다. 만약 갤럭시S6 판매가 부진해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플랫폼을 기반으로 새로운 제품을 신속하게 내놓을 수 있다.

 

스마트폰 사업의 패스트 패션화는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과 강력한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을 점차 강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 성장이 둔화된 만큼 주변기기·액세서리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워 충격을 상쇄한다는 복안이다. 애플이 스마트폰 판매와 함께 음원·콘텐츠 판매 사업을 양대 축으로 끌고 가는 것처럼 주변기기·액세서리 사업을 새로운 황금알로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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