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이 차세대 터치스크린 기술을 놓고 한 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갤럭시노트4에 커브드(Curved) 디스플레이와 곡면 터치스크린패널(TSP)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했고, 애플은 최근 촉감을 구현한 포스터치(Force Touch) 기술을 애플워치에 가장 먼저 적용했다.


역설적으로 삼성전자는 포스터치 등 촉감 터치스크린 기술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고, 애플은 비밀리에 능동형(A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반 커브드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섰다. 경쟁자의 장점은 벤치마킹하고, 자사의 경쟁력은 더욱 배가하는 전략이다.


차세대 터치스크린 기술은 스마트폰 디자인뿐 아니라 사용자환경(UI)/사용자경험(UX)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두 회사는 차기 스마트폰에 촉감·3D 터치/공간 터치 등 다양한 입력 기술을 경쟁적으로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펜 인식·지문인식 등 다양한 기능을 하나로 묶은 융·복합 TSP 기술 개발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TSP 산업은 정전용량 방식 기반 고감도·대형화·가격 경쟁력 강화 등 흐름으로 발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터치스크린 기술 경쟁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모듈·소재·장비 산업뿐 아니라 터치칩·알고리즘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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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부품연구원 제공

 

 

차세대 터치스크린 시대, 센서 소재 큰 시장 선다

 

차세대 터치스크린 시장 확대로 직접적인 수혜를 보는 곳이 소재와 공정이다. 은나노와이어·메탈메시(Metal Mesh)·탄소나노튜브(CNT) 등 소재가 대거 쓰이고, 관련 공정 장비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통상 TSP 센서로 쓰이는 물질은 인듐주석산화물(ITO)이다. 산화 인듐(Indium Oixde)에 2~10% 가량 주석(Sn)을 도핑한 소재다. 유리 기판에 잘 붙는 등 소재 안정도가 높아 TSP뿐 아니라 다양한 IT 산업용 핵심 소재로 쓰인다. 최근 인덱스 매칭 기술 고도화·ITO 코팅 박막화 등으로 90% 이상 투과율을 구현한다. 면저항은 제곱미터당 100옴(Ω) 이하 수준으로 과거보다 민감도도 개선됐다.


하지만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촉감 터치스크린에는 ITO 센서로 한계가 있다. 최근 ITO 대체 소재 개발에 속도가 붙는 이유다.


애플은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6S 포스터치용 소재로 은나노와이어를 낙점했다. 국내 협력사 나노신소재가 소재를 납품한다. 킬로그램당 200만원 수준으로 공급 가격이 좋고, 수익성률도 30~40% 수준에 이른다. 애플은 나노신소재로부터 은나노와이어 소재를 공급받은 후 저온 잉크젯 프린팅 공정을 적용해 포스터치 센서를 만든다.


삼성전자도 엣지 스마트폰 곡면률을 45도에서 90도로 높이기 위해 은나노와이어 소재 적용을 추진 중이다. 은나노와이어는 면저항이 낮지만, 해이즈(뿌옇게 보이는 현상) 등 시인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은나노와이어 경쟁 소재로는 메탈메시(Metal Mesh)가 유력하다. CNT는 아직 성능이 떨어져 상업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메탈메시는 부분적으로 물결무늬처럼 보이는 모아레 현상이 치명적 약점이다. 시인성 확보를 위해서는 2㎛ 이하 선폭을 구현할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차세대 소재 확보에 나선 삼성

 


삼성은 CNT·그래핀·은나노와이어 등 차세대 소재와 관련된 특허 등 지적재산을 끌어 모으고 있다. 특허괴물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고, 새로운 하드웨어 개발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우선 스몰딜로 지식재산(IP)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핵심소재 기술을 보유한 회사를 아예 인수합병(M&A)하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직접하기보다는 삼성벤처투자 등 관계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삼성은 캠브리오스테크놀로지스에 500만달러(약 56억원)를 투자했다. 캠브리오스는 은나노와이어 등 차세대 소재 원천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삼성은 캠브리오스 지분을 늘리거나 특허 공유 등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CNT 소재 기업 유니다임의 핵심 특허를 인수하기도 했다. CNT는 강도 및 전기 전도성이 뛰어나 차세대 소재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삼성은 CNT 분야에서 IP가 많은 회사 중 하나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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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부품연구원 제공 

 


소재가 바뀌면 공정도 바뀐다

 

ITO 센서는 스퍼터를 활용한 진공 증착 방식이 쓰인다. 반면 은나노와이어·메탈메시 등 대체 소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저온 인쇄 공정을 쓸 수 있다.


최근 은나노와이어·메탈메시 관련 새로운 공정 기술 개발이 과거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장비 업체 PRI는 은나노와이어 센서 패턴용 인쇄장비를 애플에 대거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름에 은나노와이어를 코팅한 후 패턴 외 부분을 없애는 음각 방식 대신 회로를 얇게 인쇄하는 양각 방식이다. 삼성전자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면 새로운 공정 기술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TSP 업체들은 최근 베젤(Bezzel) 폭을 줄이기 위해 실크 스크린 인쇄방식 대신 포토 리소그래피, 그라비아 오프셋(Gravure Offset) 등 새로운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종전 실크 스크린 인쇄는 그림을 그리듯 붓에 물감을 묻혀 실버 페이스트를 스크린 마스크로 도포하는 방식이다. 80㎛ 이하 선폭으로 줄이기 어려워 새로운 기술이 필요하다.


포토 리소그래피는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노광 기술이다. 미세 선폭을 구현하는데 유리하지만, 공정 비용이 비싼 게 단점이다. 그라비아 오프셋방식은 롤에 패턴을 형성해 블랭킷 롤로 기판에 옮기는 방식이다. 국내 소재 기업 동진쎄미켐이 몇 년 전부터 그라비아 오프셋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아직 공정 기술이 불완전해 수율 이슈가 뒤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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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자부품연구원 제공

 

 

쇠락의 길로 접어든 에드온(Add On) 타입 TSP,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대에는 부활?

 

TSP 산업은 디스플레이 기술 발전 방향에 따라 굉장히 달라진다. 초기 스마트폰에는 에드온(Add On) 타입 TSP가 쓰이면서 관련 후방 산업이 크게 성장했다. 


이 때 멜파스·일진디스플레이·에스맥 등 내로라하는 스타 중견 기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셀(In Cell)·온셀(On Cell) 등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 에드온 타입 TSP 업체들은 쇠락의 길을 걸었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에드온 타입 TSP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는 아직 공정 기술이 불완전해 수율 이슈가 항상 뒤따른다. 디스플레이에 터치스크린 기능까지 당장 넣는다면 안정성이 더욱 떨어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기술이 안정화 될 때까지 당분간 TSP가 에드 온으로 채택될 전망이다. 


갤럭시S6 엣지 사례가 대표적이다. 통상 AM OLED 디스플레이에는 온셀 TSP가 쓰이지만 엣지 모델에는 GF2 TSP가 쓰였다. 에스맥이 갤럭시S6 엣지용 TSP를 공급하면서 수혜를 톡톡히 봤다. 향후 일진디스플레이도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TSP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점쳐진다.

 

 

칩·알고리즘, 차세대 TSP 최적화의 열쇠

 

차세대 터치스크린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서는 터치칩과 알고리즘을 발 빠르게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애플은 아이폰 사업 초기부터 터치칩을 직접 설계해 최적의 UI/UX를 구현하고 있다. 특히 휴먼 인터페이스(HUI)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을 자랑한다.


플렉서블 디스플레이 TSP뿐 아니라 촉감 터치스크린에서는 다양한 변수가 발생한다. 유리 대신 플라스틱 기판을 쓰면 기본 저항값이 달라질 수 있다. 구부린 부분에 정전용량이 바뀌는 문제도 생긴다. 디스플레이를 바깥으로 휘거나 안쪽으로 구부려도 터치스크린 표면 저항이나 민감도가 바뀌지 않아야 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새로운 센서 패턴 설계와 터치칩 최적화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전자는 시스템LSI 사업부를 중심으로 터치칩 내재화를 추진 중이다. 무선사업부에 선행개발팀에서는 UI/UX 관련 알고리즘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다.

 

향후 단일층 터치 센서·패턴·신소재·융/복합 터치 칩 확보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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