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신장비 투자 이전에 진단 및 조직문화 변화 필수

“상용 부품을 썼으면 부품 1개를 이송하는데 50원 정도 들었을텐데, 직접 부품을 만들어 부착해 100개당 1원 정도로 줄일 수 있었다.” 


LS산전 청주 1사업장 스마트팩토리의 검사장비. /LS산전


국내 스마트팩토리 대표 모델로 꼽히는 LS산전 충북 청주 1공장 G동, 장비 하나하나를 들여다 보다 접촉 부품을 이송하는 장비의 소형 컨베이어 벨트에서 플라스틱 재질의 특이한 구조물을 발견했다. 간이자동화(LCA) 방식으로 장비를 개조한 것이다. ‘ㄱ’자 모양으로 꺾이는 부분에 직접 설계한 부품을 끼워 이송할 때 부품이 장비 밖으로 튀어나가지 않게 했다. 


라인을 함께 둘러보던 조정철 LS산전 생산기술팀 부장은 “대부분 장비를 이런 식으로 직접 개조했다”며 "직접 운영해보면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찾았더니 간단한 아이디어나 기구물 만으로도 공정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전자식 개폐기 일관 생산 공정이 구축돼 있다. 올해기준 연간 약 4500만대 제품을 생산하는데, 생산량은 지난 20년동안 꾸준히 증가했다. 생산성 혁신 덕에 공장을 더 넓히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릴 수 있었다. 


LS산전 청주 1공장 스마트라인 각 공정은 'U'자 라인으로 설계돼 제품 투입부터 이송까지 거리가 짧고, 작업자가 이동하기 편리하다. /LS산전


전자식 개폐기는 전류가 과도하게 흐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전력을 차단하는 장치다. 전기를 사용하는 곳 어디에나 누전,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설치하지만 단가가 저렴하고(평균 1만원 내외), 일반적으로 이익률이 좋은 사업은 아니다. 그래서 무엇보다 생산효율을 높이는 게 중요한데, 자동화 등을 위해 신장비를 투자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LS산전은 공장 내 장비와 데이터망을 연결하는 전력선통신(PLC)망, 변압기, 차단기, 계측기, 계량기 등은 모두 자사에서 조달해 최적화 했다. 웬만한 생산 장비는 재설계와 개조를 거쳐 생산성을 지속적으로 높였다.  


이 공장에는 현재 6대 무인운반차(AGV)가 돌아다닌다. 공장 한 켠에 있는 PC에는 각 장비, 라인별로 생산량, 자재 투입량, 불량, 가동 및 비가동 등 다양한 데이터가 수집되고 실시간 분석된다. PC는 자동으로 AGV에 명령을 보내 자재를 실어나르고 투입까지 하도록 한다. LS산전은 이 AGV도 초반에 직접 설계를 해 1억원 이하에 장비를 만들었다. 자사 공장에 최적화된 AGV 설계 및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 협력업체에 주문한다. 덕분에 수십억원을 절감할 수 있었다.


LS산전 청주 1라인에서 자재를 운반하는 무인운반차(AGV). /LS산전

  


스마트팩토리 구현, 툴(tool)보다 낭비(loss) 개선, 조직 변화가 더 중요


LS산전은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없앴던 생산기술센터를 지난 2008년 다시 설립했다. 자동화 설비, 시스템 제작을 통해 스마트팩토리를 구축하는 노하우를 20여년 쌓은 셈이다.


20년간의 현장 연구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한 핵심적인 사항들을 추려냈는데, 의외로  소프트웨어(SW) 조달이나 신장비 투자, 데이터센터 구축 등은 빠져 있었다. 이 회사가 꼽은 핵심 역량은 바로 진단과 조직문화다.


특히 기업간거래(B2B)를 주로 하는 제조 업체들은 주문 물량에 맞춰 생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어 내부에서 새는 비용, 즉 낭비요인을 쉽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자체 진단 평가가 없으면 그 회사에 적합한 생산관리시스템(MES), 생산시점관리(PoP) 등 SW 기술을 도입해도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사람이 잘 하는 일과 로봇이 잘 하는 일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다. 무거운 것을 드는 이송 및 포장 공정, 장시간 들여다 보면 눈에 피로가 쌓이는 외관 검사 등은 기계로 대체하고  


진단을 통해 SW 도입, 자동화 라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조직문화도 바뀌어야 한다. 전체적인 공정 흐름을 이해하고, 작업자들이 새로운 기술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해주는 조직문화가 필요하다. 이런 역량을 갖춘 치프 엔지니어를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직접 라인 개조, 틈새 시장도 형성


스마트팩토리를 위한 대기업의 신장비 투자는 글로벌 기업들에게 보통 수혜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LS산전의 직접 설계, 장비 개조 방식은 중소기업에 새로운 틈새 시장도 열어줬다. 


20년된 설비에 데이터 수집을 위한 센서와 통신 모듈을 붙이거나 접점부품 검사를 위한 카메라를 부착하는 일 등은 소량 다품종 생산이 가능한 중소기업이 담당했다.


오토닉스, 위즈코어 등은 LS산전 등 기업들의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도입에 참여해 성장한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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