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행 기술-검증-제조 간 격차 해소

5년 전, 삼성전자의 완제품 제조 컨트롤 타워였던 글로벌기술센터(GTC)는 선행기술 검증에 애를 먹었다. 설계에서는 문제가 없었는데 시제품을 만들다보니 온갖 변수가 발목을 잡았다. 설계와 시생산을 반복하기에는 시간·비용 부담이 컸다.


삼성전자는 이에 한 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전문 엔지니어만 활용할 수 있었던 컴퓨터 응용 해석(CAE) 프로그램을 단순화하자는 것이었다. 


삼성전자는 국내 최대 CAE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다스아이티(대표 이형우)에 공동 개발을 제안했다. 지난해 한국기계산업진흥회로부터 ‘2017년 10대 기계 기술’로 선정된 ‘마이다스 메시프리(midas MeshFree)’는 이렇게 탄생했다. 


▲기존 CAE 프로그램은 엔지니어가 직접 요소망(Mesh) 단위를 정하는 FEM 방식이었다. 이와 달리 '마이다스메시프리'는 물체의 각 경계를 인식, 그리드 메시를 형상 표면 위에 보여준다./마이다스아이티


CAE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생산 전 설계를 기반으로 미리 제품의 성능을 예측하거나 공학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지의 여부를 시뮬레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전문 지식 없이는 활용하기 어려웠다. 엔지니어가 물리적 이론을 기반으로 물체의 기하학적 형상을 유한 개의 요소, 즉 ‘요소망(Mesh)’라는 단위로 분할하고, 도면을 작성하듯 선을 긋고 수치를 기입해야했기 때문이다.


‘마이다스 메시프리’는 내연적 경계 방법(IBM·Implicit Boundary Method) 알고리즘을 적용한 CAE 프로그램이다. IBM 알고리즘은 물체의 각 경계를 인식, 근사치를 계산해 요소망을 정의해주는 기술이다. 


컴퓨터지원설계(CAD) 파일을 그대로 불러온 뒤 요소망 형성 없이 작동 조건만 입력하면 강성, 진동, 열, 소음 등의 성능 평가를 진행한다. 일일이 요소망을 형성하는 유한요소법(FEM) 대비 정확도는 96%다. 


관련 전공 지식이 없는 설계 엔지니어도 활용 가능하고, 복잡한 설계도 빠르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마이다스아이티가 제공하는 기술 교육 세미나를 활용하면 고급 분석도 가능하다.


이 프로그램은 지난해 4월 출시 후 1년도 되지 않아 LG전자, 한국전력공사, 경동나비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국내 150여곳에 채택됐다.


최근 반도체·디스플레이 공정이 복잡·세밀해지면서 장비 업계에서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준호 마이다스아이티 사업파트장은 “이 프로그램은 CAE 프로그램의 탈 전문화를 목적으로 개발됐다”며 “향후 유동해석 등의 알고리즘을 추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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