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비 25대 추가 확보… 소프트오류 검증 개시

  1.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 A사는 신규 사업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성능도, 가격도 경쟁사 제품보다 좋았지만 A사의 제품은 협상 목록에도 오르지 못했다. 품질 기준을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반도체 및 IT부품 업계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성능, 가격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IT와 달리, 자동차 시장에서 빠지면 안되는 게 있다. 품질, 즉 신뢰성이다.


반도체·부품 신뢰성 평가 업체 큐알티(대표 김영부)가 자동차 부품 및 반도체 검증 역량을 확대한다. 


▲큐알티는 고온동작(HTOL) 및 저온동작(LTOL) 수명 시험 장비, 진동 장비 등 200여대의 설비를 보유하고 있다./큐알티


연말 이천 본사 실험실(Lab)에 반도체 및 전장 부품 신뢰성·물리 검사 설비 25대를 추가로 들이고, ISO 26262 제2차 개정에 발맞춰 소프트오류(SEU) 검증 실험 등도 체계적으로 준비해나가기로 했다.


큐알티는 현대전자에서 하이닉스반도체, SK하이닉스, SK하이이엔지를 거쳐 지난 2014년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분사 초기에는 SK하이닉스와 국내 팹리스가 주 고객사였지만, 반도체에서 자동차 부품으로 서비스 제공 범위를 넓혔다. 


단순 신뢰성 검사가 아닌 불량이 어디서, 왜 나는 지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광교 지사를 확장했고 고온동작(HTOL) 및 저온동작(LTOL) 수명 시험 장비, 진동 장비 등 200여대의 설비까지 확보했다.


인력도 분사 초 70여명에서 130여명 수준으로 늘렸다. 지난해에는 시스코 등 실리콘밸리에서 35년간 노하우를 쌓은 정성수 씨를 최고 기술 책임자(CTO)로 영입했다. 


자동차 부품 및 반도체 관련 인증 사업을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독일 시험 인증 기관 TUV 라인란드(TUV Rheinland)를 주로 찾았지만 현대차와 협력하기 시작하면서 고객사가 국내 외 1500여개사로 늘었다. 


현재는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 등 글로벌 기업들도 현대차에 납품하기 위해 큐알티의 인증 실험을 거친다.


이번 설비 투자도 이처럼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 추진됐다. 전장 부품 탑재량 자체가 늘어나는 것은 물론, 기존 부품들에 대한 신뢰성 기준도 엄격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달 제정될 ISO 26262 제2판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안전 설계에 대한 지침’까지 정해진다. 여기에는 그동안 우주·항공·방위에서만 검사했던 소프트오류율(SER)에 대한 기준도 신설된다. 


소프트오류는 반도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오류로, 자연에서 나오는 중성자나 알파 입자가 주 원인이다. 세계적으로 일반 기업이 소프트오류율을 측정할 수 있는 곳은 미국 뿐인데, 수요가 워낙 많다보니 신청해도 몇 달은 대기해야한다.


큐알티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프랑스 TIMA연구소와 협력, 국내외 기업이 소프트오류를 측정할 수 있도록 연계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정 CTO는 “자율주행 시대로 나아갈수록 자동차용 반도체나 부품에 대한 신뢰성 평가 기준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인증 서비스의 양과 질을 모두 보완, 국내 자율주행 공급망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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