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 국내 굴지 종합병원은 최근 국산 방사선 방호용 앞치마(에이프런)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성능 평가에서 국산 제품이 기존 수입산에 비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라스고(대표 안동진)는 납이 1ppm도 함유되지 않은 ‘무납’ 방사선 차폐 소재를 개발해 국내 병원 방사선과 등에 공급했다고 5일 밝혔다.


특정 원자를 붕괴시킬 때 나오는 방사선은 X레이나 암치료에 유용하게 쓰이지만, 많은 양에 노출되거나 방사선을  장시간 쬘 경우 DNA가 손상될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사선을 다루는 의료인들은 방사선을 막아주는 에이프런을 착용한다. 


방사선 중 알파(α)선은 종이 한장, 베타(β)선은 알루미늄 호일 등으로 간단하게 차폐가 되지만 엑스(x)선과 감마(γ)선은 특수한 차폐재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소 사고 시에 방출되는 γ선을 차단하려면 두꺼운 콘크리트 벽을 둘러야 한다. 의료 현장에서 주로 쓰이는 x선은 γ선보다는 투과력이 낮고, 납으로 막을 수 있다. 


하지만 납 역시 인체에 유해하고, 납이 함유된 제품은 물에 취약하고 내구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납을 최소한으로 쓰면서 순수 납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는 게 업계의 과제다. 또 사람이 앞치마를 직접 입거나 둘러야 하기 때문에 가볍고 유연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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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차폐재'라스원(RAS-ONE)'은 유연성과 내구성이 좋다.

 

라스고가 개발한 방사선 차폐시트 ‘라스원(RAS-ONE)’은 납 함유량이 1ppm 이하(1kg 당 1mg 이하)인 완전 무납 제품이다. 납을 섞지 않았지만 납과 얼마나 유사한 성능을 내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인 납당량은 식약처 기준 고시에서 정한 (100kV 기준) 0.25mmPb 이상을 충족한다. 차폐 소재 두께는 0.77mm, 상하반신을 덮는 에이프런으로 제작했을 때 무게는 약 3.5kg 정도다. 두께가 얇아 유연하다. 


기존 수입 제품은 납당량이 0.15~0.24mmPb, 무게는 최고 3.95kg(납당량 0.24mmPb 기준)까지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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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고 개발 제품과 글로벌 기업이 판매 중인 제품 성능 비교. /라스고 제공, KIPOST


 

이 회사가 제품의 두께와 성능을 모두 높일 수 있었던 것은 시트 원료 배합은 물론 생산 방식도 바꾼 덕이다. 금속파우더와 베이스수지를 혼합한 다음 후처리를 거친다. 종전까지는 금속 분말을 폴리우레탄 등 불용해물(슬러지)에 혼합, 분산 시켜 액상 형태로 만든 뒤 이형필름에 도포해 경화시켰다. 라스고는 고형체의 베이스 수지를 소련하고, 금속 분말을 섞어 지점토 같은 고형체로 만든 다음 고압, 고열에서 압출성형한다. 


제품 개발은 중소기업청 과제 지원을 받아 이뤄졌고, 추가 지원을 받아 올해 10월을 목표로 수출용 제품(50kV, 70kV, 90kV 등 중저에너지 기준 납당량 0.25mmPb)을 개발 중이다.  


안동진 대표는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업체에 소재를 공급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라며 “연말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영상의학회(RSNA)2018’에 출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방사능 차폐 시장 중 무납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0~20%에 불과해 앞으로 사용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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