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경기도 파주에서 운용중이던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의 절반을 중국에 매각했다. 시장 주도권이 완전히 중국으로 넘어간 에피웨이퍼 공정을 축소하는 대신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는 자외선(UV) LED 사업에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이 개발한 UV-C LED. /LG이노텍 제공

 

 

LG이노텍, 남은 MOCVD 절반 매각

 

 

이번에 LG이노텍이 매각한 MOCVD는 파주 공장에서 운용하던 100여대 중 절반인 50여대다. LG이노텍은 앞서 지난 2015년에도 광주광역시에서 가동했던 MOCVD 30여대를 중국 카이스타 등에 매각했다. 이로써 한때 140여대에 육박했던 LG이노텍의 MOCVD는 파주 공장의 50여대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

 

MOCVD는 발광다이오드(LED) 생산의 가장 전(前) 단계인 에피웨이퍼 공정에 쓰이는 핵심 장비다. 1200도(℃) 고온 챔버에서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질화갈륨(GaN) 층을 성장시켜 준다. 사파이어 웨이퍼 위에 GaN 층이 올라간 것을 에피웨이퍼라고 하며, 에피웨이퍼를 깍두기 모양으로 작게 절단한 1개를 LED 칩이라고 부른다.

 

2010년 LED가 LCD TV용 광원으로 쓰이기 시작하면서 국내서 MOCVD가 경쟁적으로 도입됐다. 당시 삼성LED(현 삼성전자 LED사업팀)와 LG이노텍이 주독적으로 MOCVD를 도입했다. 삼성LED가 200여대, LG이노텍이 140여대의 MOCVD를 구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2012년부터 LED 산업이 공급과잉 국면에 접어들면서 필요 이상의 MOCVD가 오히려 짐이 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이 MOCVD 투자에 나서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이 완전히 상실됐다. 

 

▲MOCVD 내부. /AZO Materials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국내서 MOCVD를 가동해 LED 칩을 생산하는 것 보다 중국 업체에서 LED를 구매하는 게 오히려 저렴할 정도”라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 덕분에 감가상각비 부담이 없는데다, 국내 업체들보다 늦게 투자하면서 신형 MOCVD를 도입한 게 주효했다.

 

 

UV LED, 구원투수 될까...애플리케이션 창출이 관건

 

 

LG이노텍이 MOCVD 정리 방침은 이미 지난 2015년 확인됐다. 규모의 경제 확보가 중요한 에피웨이퍼 공정에서 MOCVD를 줄인다는 것은 해당 공정에서 점차 발을 빼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LG이노텍의 LED 사업은 UV LED를 비롯한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더욱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UV LED는 200나노미터(nm)에서 400nm 사이 파장의 빛을 방출하는 LED다. 적⋅녹⋅청색의 가시광선을 발산하는 LED에 비하면 특수한 용도에 제한적으로 쓰이지만, 기술장벽이 높고 부가가치도 크다. 

 

UV LED도 파장에 따라 용도가 나뉘는데, 315~400nm 파장의 UV-A LED는 주로 산업용 경화장치에 쓰인다. 인쇄후 잉크를 빠른 속도로 말리거나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공정 중 쓰이는 노광장비에도 UV-A 파장의 LED가 사용된다. 280~315nm 파장의 UV-B LED는 주로 의료용 장비에 쓰인다. 건선⋅백반⋅황달 등을 치료하는 의료기기에 쓰이는 빛을 UV-B LED가 방출하기 때문이다. 

 

200~280nm 영역으로 가장 파장이 짧은 UV-C LED는 살균력이 뛰어나 공기정화⋅정수기 등에 장착할 수 있다. 

 

 

▲UV LED 시장 전망. /욜디벨롭먼트

 

UV LED는 기존 수은램프 시장을 대체해가며 성장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욜디벨롭먼트가 지난 2016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UV LED 시장은 2억달러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는 2021년에는 11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UV LED가 수은램프 대비 환경 친화적이고, 교체주기가 길다는 장점을 앞세워 시장을 잠식해 가고 있다. 욜디벨롭먼트는 현재 UV LED 시장을 이끌고 있는 것은 산업용 경화기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살균⋅소독기가 UV LED 시장을 성장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UV-C 시장이 열린다는 뜻이다. 

 

LG이노텍은 지난 3월 국내를 시작으로 중국⋅일본 등에서 ‘UV LED포럼’을 연이어 개최하고 있다. 향후 UV-C 시장이 소비자용 가전 등 ‘B2C’ 영역에서 개화할 것으로 보고,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한 LED 업체 관계자는 “UV-C는 소비자들의 몸이 닿는 모든 곳에 적용할 수 있다”며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얼마나 시장을 성장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UV LED 패키지 가격 전망. /욜디벨롭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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