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삼성전자 광주 사업장에서 직원들이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삼성전자
 

[The Korea Industry Post (kipost.net)] 삼성전자 백색가전 협력업계가 베트남 투자를 꺼리고 있다. 앞서 베트남으로 진출한 업체들이 투자금 회수는커녕 부도설에 휩싸이면서 위기감이 커진 탓이다.

최근 삼성전자 백색가전 1차 협력업계는 베트남에 선진출한 업체들의 실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본 구조가 취약한 몇몇 업체가 무리한 투자로 부도를 맞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에 베트남 진출을 고민하던 업체들도 사업 검토를 중단하는 등 업계가 베트남 투자를 저어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선투자한 협력사들은 국내 생산량 감소와 함께 현지 협력사들의 등장으로 단가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며 "투자금 회수는커녕 빚만 졌다는 업체들이 허다하다"고 전했다. 

photo
▲삼성전자가 5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오는 2020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힌 베트남 호찌민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의 조감도./ 삼성전자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010년부터 광주 가전공장 라인을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저가 냉장고와 세탁기 생산라인에서 시작해 2013년 청소기 생산라인에 이어 호찌민 동부 사이공 하이테크파크(SHTP)에 지난해 김치냉장고 라인, 세탁기 라인 하나씩을 이전했다.

현재 남아있는 생산라인은 냉장고 2개 라인, 세탁기 1개 라인, 에어컨(실내기/실외기) 6개 라인 및 부품 라인 일부로, 프리미엄 제품군만 생산 중이다. 

삼성전자는 라인 이전과 함께 현지에 동반 진출할 협력사를 물색했다. 당시 제안을 받은 업체들은 원자재 가격 비중이 높은 부자재 업체나 인건비 비중이 큰 업체들이다. 진양오일씰, ㈜서광, 코스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업체 중 상당수는 무리하게 현지 투자를 결정해 자본 구조가 급격히 취약해진 상태다. 여기에 현지 경쟁사도 생겨나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거세졌다. 원자재 수급 방식도 삼성전자가 1년 단위를 선물로 결제해 각 협력사가 필요한 만큼 조달하던 방식에서 각 업체가 자체적으로 원자재를 사들이게 바뀌어 가격 협상력은 낮아지고 재고 부담은 더 커졌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전자의 베트남 이전 제안을 받아들여 1차 협력사에 오른 A업체는 매출은 늘었지만 투자금을 회수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 내부적으로 부도설까지 돌고 있는 상태다. A업체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2차 협력사에 재고를 떠넘기기도 했다고 업계 관계자는 전했다.

A업체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실적을 높이기 위해 현지 생산량을 늘리고 국내 생산량을 줄이는 등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벌써 다른 회사를 알아보는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베트남에 투자하지 않은 업체들도 실적 악화에 시달리긴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광주공장 에어컨 생산 물량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에어컨의 경우 지난해 중장기 예상 물량이 전년 대비 3분의 1로 줄어든 데 이어 올해 중장기 예상 물량은 지난해 대비 절반으로 감소했다. 내년도 중장기 예상 물량도 올해보다 3분의 1이 깎였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2년 사이에 물량이 6분의 1이 된 셈"이라며 "베트남 수율이 올라가면 국내 생산량은 더 줄어들테니 재무 구조가 취약한 업체들은 견뎌내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협력업계의 실적 악화에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새롭게 협력사를 꾸려 STHP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직 현지 수율이 안정화되지 않은 상태라 협력사를 대상으로 베트남 투자를 제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삼성전자 1차 협력사인 B업체 대표는 "삼성전자의 라인 이전이 확실시되면서 대부분 업체들이 신사업에 뛰어들거나 고객사를 다양화했다"며 "베트남에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곳 자체가 많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선투자한 업체들의 실적도 좋지 않아 나갔다가 괜히 피해만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다"며 "삼성전자로부터 해외 투자 제안을 받는다 해도 신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1차 협력사 C업체 이사는 "삼성전자 백색가전의 국내 생산량은 줄어들대로 줄어든 상황"이라며 "국내 생산량이 유지된다면 굳이 리스크를 감수해가면서 베트남에 진출할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