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미래 산업을 이끌 차세대 핵심 소재로 나노 셀룰로오스(섬유소)를 낙점했다.

 

셀룰로오스는 식물체 세포막을 주성분으로 만든 소재다. 내열성이 강하고 접을 수 있어 차세대 IT기기 핵심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계적 성질이 뛰어나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대체할 수도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생물 자원 중 하나로 가볍고 친환경적인 것도 장점이다.

 

LG가 개발 중인 나노 셀룰로오스는 펄프의 주성분 셀룰로오스를 10억분의 1m 크기로 분해한 고분자 물질이다. 투명한 형태로 가공해 폴더블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바이스 커버나 자동차 전장용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는 IT 기기 및 자동차 전장 부품뿐 아니라 기능성 섬유, 의료 분야에서 적용할 가능성이 높다.

 


▲나노 셀룰로오스 구조. /한국산림과학원 제공

 

 


LG전자, 폴더블 디스플레이 커버로 나노 셀룰로오스 소재를?



LG전자 선행개발팀은 대나무에서 추출한 나노 셀룰로오스로 스마트폰 커버유리 대체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대나무 기반 나노 셀룰로오스는 일반 목재 펄프에서 추출한 나노 셀룰로오스보다 유연성 및 투과율 장점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본격적인 연구개발에 착수해 수백개 수준 샘플도 생산하고 있다. 투과율은 현재 97~98% 수준으로 강화 플라스틱 수준까지 높이는데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체 충돌과 원심 분리 방식으로 추출한 나노 셀룰로오스를 윗 부분만 떠내면 지금보다 투과율을 높일 수 있다. 

 

기술적인 난제는 드롭 테스트 때 모서리 부분이 바스러지는 점이다. LG전자는 나노 셀룰로오스 기판 측면을 특수 처리해 단점을 보완할 것으로 알려졌다. 

 

폴더블 스마트폰보다 고급 자동차용 멀티패드로 먼저 상업화될 가능성도 있다.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되면서 차량 내 태블릿PC 형태로 컨트롤 보드가 확산 적용되고 있다. 무엇보다 롤스로이스 등 초고가 자동차 브랜드들은 원목을 활용한 복합소재 등을 차량 내 인테리어로 쓰는 추세다. 

 

LG그룹이 전사 차원에서 자동차 전장 부품 사업을 밀고 있는 만큼 향후 나노 셀룰로오스 소재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LG화학과 향후 나노 셀룰로오스를 활용한 리튬이온전지 분리막 개발도 진행할 계획이다.  

 

기계적 특성이 뛰어나면서 가벼워 자동차 경량화 소재 개발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탄소섬유 등과 경쟁하면서 철, 알루미늄 등 기존 차량용 금속 소재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된다. 인체 내 부작용이 적어 인공뼈 등 의료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씨엔엔티, LG전자 나노 셀룰로오스 양산 핵심 파트너

 


LG전자가 나노 셀룰로오스를 상업화하는데 넘어야 할 산은 양산 기술 확보와 가격 경쟁력이다. 

 

LG전자 나노 셀룰로오스 양산 기술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씨엔엔티다. 이 회사는 커넥터 전문기업 씨엔플러스 자회사로 국내 처음 유체 충돌 방식으로 나노 셀룰로오스를 추출할 수 있는 장비를 개발했다. 특히 나노 셀룰로오스 분야 최고 권위자인 규슈대학 곤도 교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는 나노 셀룰로오스를 추출하려면 펄프를 화학적으로 녹이거나 기계적으로 갈아야 했다. 공정 중 불순물이 쉽게 유입돼 나노 셀룰로오스 물성을 유지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LG전자와 씨엔엔티가 개발 중인 유체 충돌 방식 나노 셀룰로오스는 펄프를 고압에 노출시켜 친환경 미립화로 만들어진다. 그 다음 마이크로 노즐로 입자가 포함된 수용액을 분사 충돌시켜 나노 셀룰로오스를 세포벽으로부터 분리한다. 

 

불순물 유입이 적어 나노 셀룰로오스 물성을 유지할 수 있다. LG전자는 공정이 안정화되면 가격 경쟁력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씨엔엔티는 나노 셀룰로오스가 미립화되는 공정을 모니터링하고, 장비를 설계 및 제어할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나노 셀룰로오스 원재료를 다루는 분야에서도 나름 기술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LG전자는 전자재료 특성에 맞는 나노 셀룰로오스 재료 설계, 양산 시스템 기술을 갖추고 있다. 

 

미립화된 나노 셀룰로오스 입자 크기가 작을수록 물성은 더욱 좋아진다. 크기가 작을수록 제곱 면적당 더 많은 수소 결합을 할 수 있어 잘 뭉쳐지는데, 이는 전자재료로서 나노 셀룰로오스 물성 개선으로 이어진다. 두 회사는 향후 나노 셀룰로오스 입자 크기를 줄이는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나노 셀룰로오스 분리막으로 제작한 플렉서블 리튬이온전지 샘플. /한국산림과학원 제공

 

 

 


세계는 이미 오랜 전부터 나노 셀룰로오스 소재에 주목



이미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나노 셀룰로오스 연구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자했으며, 상업화에도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미국, 유럽 업체들은 이미 식품 등에 나노 셀룰로오스를 일부 적용하고 있다. 나노 셀롤로오스를 첨가하면 식품 부피는 25% 늘어나지만, 몸에 흡수되지 않는다. 다이어트 식품 개발에 효과적이다. 

 

현재 유체 충돌 방식 나노 셀룰로오스 추출 기술에 가장 앞선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나노 셀룰로오스 원천 기술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일본 내 178개 기업∙대학∙연구소 등 나노 셀룰로오스 포럼을 조직해 자국 기업의 상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올해 일본에서는 화장품과 접목한 ‘셀룰로오스 나노 코스메틱’이 기능성 화장품의 한 축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명품 화장품 메이커들도 나노 셀룰로오스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물에 녹인 나노 셀룰로오스는 압력을 가하면 끈적임 없이 촉촉하지만, 마르면 고형에 가까운 점성을 띤다. 이를 응용하면 메이크업 고정용 스프레이나 뿌리는 마스크팩 제조에 활용할 수 있다. 나노 셀룰로오스는 다른 성분과 섞여 균일하게 분산하는 특성이 있어 뭉침 없는 파운데이션, 자외선 차단제 개발에도 쓰이고 있다. 

 

미국∙캐나다∙유럽 등에서도 나노셀룰로오스 파일럿 공장을 설치해 연구개발 및 상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전자 재료 및 차량 전장 부품을 중심으로 나노 셀룰로오스 연구개발 및 상업화가 활발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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