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 치열한 저가 경쟁 탓에 사업 전망이 어둡던 발광다이오드(LED) 업계가 별안간 들썩였다. LED 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 일명 ‘라이-파이(Li-Fi)’ 기술 때문이다. 


라이-파이 테마주로 분류된 유양디앤유, 빛과전자, 텔레필드, 옵티시스 등의 주가는 상한가로 치달았다. 엘디티, 삼진엘앤디, 프로텍, 필룩스도 주식 거래량이 급증했다. 


라이-파이 테마주는 곧 시들해졌지만, LED 업계는 여전히 라이-파이를 차세대 성장 동력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라이-파이는 시름에 빠진 LED 업계의 구원투수가 되어 줄 수 있을까.

 


LED 빛으로 통신, 2000년대 들어 논의 급진전


현재 라이-파이를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기기는 TV 리모컨이다. TV 리모컨은 전면부에서 적외선(IR)을 쏘아 주면, TV에 장착된 수신 장치에서 이를 감지해 채널⋅볼륨을 조정해준다. 


TV 리모컨에서 나오는 적외선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라이-파이는 가시광선을 이용해 통신한다는 점만 다르다. 데이터를 수신한 LED 조명이 이를 신호로 만들어 깜빡거려 주면, 단말기가 이 빛을 수신해 다시 데이터로 바꿔주는 방식이다. 사람의 눈은 조명이 초당 100회 이상 깜빡거리면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정에 설치된 LED 조명을 라이-파이 송신기로 활용할 수 있다.


형광등⋅백열등 같은 재래식 조명 역시 이론적으로는 라이-파이가 가능하나 LED만큼 민첩하게 깜빡거릴 수 없어 대용량의 데이터를 보내기는 어렵다. 라이-파이가 LED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000년 이후 제안된 이유다. 


유양디앤유가 상업화한 라이파이 기술 .

▲유양디앤유가 개발한 라이-파이용 LED 조명. /유양디앤유 제공


아직 실험실 단계지만, 기존 무선랜(와이-파이) 대비 여러 장점도 가지고 있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영국 주요 대학 공동 연구팀은 이미 2012년 라이-파이를 이용해 10Gbps(초당 기가비트) 속도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실험에 성공했다. 와이-파이가 통상 100Mbps 이하로 통신하는 것과 비교하면 100배 이상 빠른 수준이다. 


라디오 주파수를 이용하는 기존 통신이 전자파 간섭 현상 탓에 비행기⋅병원⋅원자력발전소 등에서 사용하지 못한 반면, 라이-파이는 이 같은 우려가 없다. 빛이 차단 되면 송수신이 끊기는 단점이 때로는 장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셈이다.

 


아직 조명용 LED로 Li-Fi 개발 중...초경량 포토다이오드도 개발해야


문제는 아직 시장이 개화하지 않은 탓에 부품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점이다. 라이-파이용으로 사용하는 LED는 일반 조명용 LED에 비해 칩사이즈가 작은 패키지를 써야 유리하다. 칩 사이즈가 작을수록 신호를 보내는 플리커링(Flickering)이 원활하고, 이로 인해 발생한 열을 쉽게 빼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국내서 라이-파이 연구를 진행 중인 업체들은 칩 사이즈를 줄인 라이-파이용 LED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강태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LED통신연구실장은 “아직 라이-파이 시장이 충분히 커지지 않아 LED 칩 업체들이 라이-파이 전용 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TRI 소속 연구원들이 라이-파이 기술을 시연하는 모습. /ETRI 제공


수신부에 속하는 포토다이오드에 대한 연구가 미진한 점도 걸림돌이다. 라이-파이는 LED가 쏜 빛의 깜빡임을 포토다이오드가 읽어, 이를 다시 데이터 신호로 바꿔야 한다. 라이-파이가 스마트폰 등 단말기에 장착되기 위해서는 초경량 포토다이오드에 대한 개발도 필요하다. 


2008년 옥스포드대학이 실시한 실험에 쓰인 수신기는 렌즈의 지름만 50mm, 초점거리는 60mm에 달했다. 포토다이오드가 놓여진 조사면의 면적은 35mm²이었다. 이 정도 크기로는 경박단소화가 생명인 스마트폰에 장착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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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포드대 연구팀이 고안한 라이-파이 수신기. /국제전기전자기술자협회 제공


심종인 한양대 교수는 “라이-파이가 편리한 점이 많지만 기존 와이-파이를 확실하게 대체할 만큼의 효용을 주지 않으면 개화 시기는 상당히 늦어질 것”이라며 “라이-파이만의 활용 영역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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