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업체에 무한대의 자금을 공급해왔던 중국 정부와 은행들이 보수적 기조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디스플레이 생산라인 투자시 수익성과 사업 지속가능성 확보 여부를 더욱 까다롭게 평가하는 사례가 최근들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내 신규 패널 업체들의 사업 진출이 제한되는 한편, 선발 업체들의 투자도 일부 지연되거나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2016년 12월 열린 중국 BOE의 허페이 B9 기공식 모습. 



데이비드 셰 IHS마킷 이사는 지난달 21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한국디스플레이 컨퍼런스’에서 “중국 패널 업체들의 신규투자가 자금조달 문제로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중국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은 은행연합회⋅증권감독회⋅보험감독회⋅외환국과 공동으로 ‘금융기구의 자산관리에 대한 가이드’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이 가이드는 중국 내 금융기관의 자산관리 업무에 대한 기본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기관이 보유한 자산의 리스크(위험)를 관리하고 전반적으로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제한한다. 


셰 이사는 “중국인민은행의 가이드가 디스플레이 등 특정 산업을 겨냥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투자금의 상당부분을 지방정부와 은행으로부터 조달하는 중국 업계 특성상 지난해와 같은 투자를 이어나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중앙은행이 발표한 자산관리 가이드 초안. /중국인민은행 홈페이지




실제 BOE⋅차이나스타옵토일렉트로닉스(CSOT)⋅CEC판다 등 중국 패널업체 투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승인을 받아 디스플레이 업체 지원을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업체와 합작사를 설립하는 방식으로 자본 및 대지를 지원한다. 은행에는 보증을 서 업체가 낮은 금리에 부채를 쓸 수 있게 돕는다. 중국 중앙은행이 자산 투자 건전성을 제고한다면 당장 사업성 평가가 강화되면서 지방 은행에서 은행에 빌려주는 금액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BOE가 최근 발표한 세 번째 중소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라인인 B12(충칭)는 총 투자비 465억위안(약 7조8000억원) 중 44%(205억위안)를 은행에서 차입했다. 중국 패널 업체의 신규 팹 투자에 은행의 역할이 그만큼 큰 셈이다. 


셰 이사는 “로욜⋅GVO 등 군소 업체들과 BOE B17 같은 프로젝트들은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BOE는 최근 발표한 B12 외에도 B15(푸저우)⋅B16(청두)에 6세대(1500mm X 1850mm) OLED 라인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우한에는 10.5세대 라인을 추가하는 방안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중국 은행이 돈줄을 죄는 조치를 취한다면 최근 발표된 B12 이후 프로젝트들은 연기나 축소가 불가피하다.


셰 이사는 이 밖에 CSOT의 T7(10.5세대) 건설 프로젝트도 펀딩이슈 때문에 계획이 지연되고 있으며, 카이홍의 셴양 10.5세대, HKC의 정저우 10.5세대 라인 역시 실제 실행에 옮겨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고 설명했다.


▲중국 디스플레이 투자 재원 조달 구조. /IHS마킷 제공



한편, TV 업계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BOE의 세계 첫 10.5세대(2940mm X 3370mm) 팹은 당초 계획대로 생산 스케줄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달 18일을 기점으로 기판 8000장을 투입했으며, 이달 1만2000장, 10월 6만8000장, 12월 8만8000장까지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BOE는 올해 B9에서 200만~250만개의 65인치 TV용 패널과 50만개의 75인치 패널을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BOE가 65⋅75인치 제품이 계획대로 생산되지 않을 경우, 43인치 패널을 쏟아낼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아직 이 같은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고 셰 이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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