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 내장된 AiP, 선택적 영역만 EMI 차폐
스프레이 장점 많지만 고른 분산도 확보해야
현재는 스퍼터 장비에 마스킹 적용

지난 2016년 전후 SK하이닉스는 전자기파(EMI) 차폐 공정을 기존 스퍼터가 아닌 스프레이로 대체하는 기술을 테스트했다. 당시 애플이 아이폰 내 반도체에 EMI 차폐 적용 비율을 높여갔지만, 스퍼터 가격이 비싸 대규모 투자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스프레이는 스퍼터 대비 장비 가격이 저렴하고, 작업 속도도 빠르다는 점에서 차세대 EMI 공정 기술로 각광받았다.

퀄컴이 생산한 AiP(안테나인패키지). /사진=퀄컴
퀄컴이 생산한 AiP(안테나인패키지). /사진=퀄컴

스프레이 EMI, 아직은 ‘소문난 잔치’

 

그러나 5년여가 흐른 현재, 스프레이 EMI 차폐 기술은 아직 양산 공정에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스프레이 장비업체 프로텍, 소재업체 엔트리움과 공동으로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으나 아직 양산에 적용할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지목된다. 

우선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은 스프레이용 EMI 차폐제가 분산이 고르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EMI 차폐제 안에는 전자파⋅자기파를 흡수하거나 튕겨낼 수 있는 금속 입자가 포함돼 있는데, 입자가 고르게 분포되어야 차폐력을 유지할 수 있다. 

EMI 차폐는 일종의 피뢰침처럼 전자파⋅자기파가 반도체 칩에 닿기 전에 앞서서 이를 흡수⋅반사하는 원리다. EMI 차폐를 위한 금속 입자가 고르게 분산되지 않고, 한 곳에 쏠려 있으면 빈 곳으로 전자파⋅자기파가 침투할 수 있다. 아무리 튼튼한 소재의 지붕이라도 한 곳에 구멍이 뚫리면 그 곳으로 비가 새는 것과 유사하다.

한 반도체 후공정 업체 관계자는 “실제 스프레이로 차폐제를 뿌려보면 군데군데 금속입자가 충분하게 도포되지 않는 곳이 발견되곤 했다”고 설명했다. 입자 간 빈 곳이 생기지 않게 하려면 차폐 소재를 두껍게 도포해야 하는데, 이는 작업 시간을 지연시키는 요소다. 재료 사용량도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스마트폰 반도체용 EMI 차폐는 애플이 2016년을 전후로 먼저 도입했다. 사진은 아이폰12 내부. 은색을 띄는 반도체 칩이 EMI 차폐 처리가 된 것들이다. /사진=iFixit
스마트폰 반도체용 EMI 차폐는 애플이 2016년을 전후로 먼저 도입했다. 사진은 아이폰12 내부. 은색을 띄는 반도체 칩이 EMI 차폐 처리가 된 것들이다. /사진=iFixit

기존 반도체 후공정 업체들이 이미 스퍼터 장비로 공정을 완비했다는 점도 스프레이 EMI 장비가 확산되지 못한 원인이다. ASE⋅앰코테크놀로지 등이 이미 스퍼터를 이용해 EMI 차폐 공정을 갖춘 상태라 굳이 새로운 기술 도입이 필요하지 않았다. 

또 다른 후공정 업체 임원은 “EMI 차폐는 애플⋅삼성전자 같은 고객사에서 보면 거의 무료 서비스에 가까운 개념이었다”며 “EMI 차폐를 제공한다고 후공정 단가를 더 받는것도 아닌데 새로운 설비를 도입할 이유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SiP⋅AiP, 스프레이 EMI 부활시키나

 

최근 스프레이 타입 EMI 차폐가 다시 주목받게 된 건 일부 시스템인패키지(SiP) 제품 중 특정 영역에 선택적으로 EMI 차폐제를 도포해야 하는 모델이 나오면서다. 5G(5세대) 이동통신 기기에 사용되는 AiP(안테나인패키지) 제품이 대표적이다. AiP는 모뎀과 필터⋅전력증폭기 등을 하나의 안테나 패키지로 통합한 기술이다. 한 패키지 안에 여러 종류의 반도체가 동시에 들어간다는 점에서 SiP로 분류된다. 

AiP는 전파를 상시적으로 주고 받는 안테나가 내장된다는 점에서 전체 영역에 EMI를 적용할 수 없다. 안테나를 제외한 나머지 영역에만 EMI 차폐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나 기존의 스퍼터 장비를 이용하면 특정 영역에만 EMI 차폐처리가 되도록 선택적인 도포를 수행하기가 불가능하다. 스퍼터는 금속(타킷)을 플라즈마 이온으로 때려 낙하하는 원자를 반도체 표면에 입히는 방식이다. 금속 원자가 진공 챔버 안에서 비처럼 무작위로 내리는 탓에 패키지 전 영역에 차폐제가 입혀진다.

이 때문에 현재 퀄컴이 생산하고 있는 5G용 AiP는 스퍼터 장비에 들어가기 전 차폐제가 묻으면 안 되는 곳에 마스킹(Masking) 소재를 덧씌운다. 스퍼터 공정이 끝나면 마스킹 소재를 떼어 냄으로써 안테나를 제외한 영역에만 EMI 차폐제를 도포하는 것이다.

5G 스마트폰은 높은 안테나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박단소함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AiP 적용률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애플 아이폰12. /사진=애플
5G 스마트폰은 높은 안테나 성능을 유지하면서 경박단소함은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AiP 적용률은 계속 높아질 전망이다. 사진은 애플 아이폰12. /사진=애플

이는 마스킹 소재를 씌우고 다시 떼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작업 속도를 늦춘다. 일부 반도체 후공정 업체는 패키지 전체를 EMI 차폐한 뒤, 레이저로 깎아내는 방법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역시 공정이 늘어나면서 작업속도를 늦출 수 밖에 없다.

스프레이로 EMI 차폐제를 뿌릴 경우, 이 같은 난제를 해결할 수 있다. 스프레이 장비는 미세한 노즐에서 소량의 차폐제가 분사되는 방식이다. 분사 해상도를 높이면 패키지 특정 영역에만 EMI 차폐제를 분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마치 스프레이로 벽에 ‘그래피티’를 그리듯 차폐제를 도포할 수 있는 것이다.

정세영 엔트리움 사장은 “현재 스프레이 방식으로는 2μm(마이크로미터) 정도의 해상도로 차폐제를 뿌릴 수 있다”며 “이 정도면 안테나 영역을 피해 필요한 부분에만 차폐처리하는 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경우에도 앞서 문제로 지적됐던 금속 입자 분산 문제는 선결 과제로 남는다. 입자 분산이 고르지 못하면 차례력이 떨어지고, 소재 소모량이 늘어나는 구조인 탓이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기존 반도체들은 몰라도 안테나가 같이 붙는 AiP는 성능만 따라준다면 스프레이 장비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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