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절차 돌입...SK, SKT 중간지주사 신설

사진 왼쪽부터 최태원 SK 회장, 정의선 현대차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최근 재계가 그룹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시동을 걸었고, SK그룹도 해묵은 숙제였던 중간 지주사 설립을 공식화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가운데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몸값 10조’ 추산 현대엔지니어링 하반기 상장

최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 9일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국내 주요 증권사에 발송했다. 회사측은 오는 23일까지 제안서를 받은 뒤 다음달 초 주관사단을 확정할 예정이다. 이같은 행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동안 중단됐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재개하는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이번 상장을 통해 조 단위 자금을 마련한 뒤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 지분 매입에 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일정은 유동적이지만, 이르면 올 3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내에서 계열사 상장은 지난 2019년 현대오토에버 이후 2년 만이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플랜트 건설과 인프라 개발 등을 주력으로 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현대건설의 자회사로 지난 1974년 설립됐고, 한라엔지니어링과 현대중공업 엔지니어링센터 등을 흡수하며 덩치를 키웠다. 1999년 현대건설에 합병됐다가 2년 뒤 다시 분사했다. 2014년 현대엠코를 흡수합병하며 플랜트, 건축, 인프라 사업 전문 회사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매출은 7조1884억원, 영업이익은 2587억원이다.

현재 현대엔지니어링의 시가 총액이 7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 후 기업 가치는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경우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를 보유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1조2000억원의 현금을 쥘 수 있게 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현대엔지니어링 상장으로 확보한 현금으로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지분 매입에 나서며 지배구조를 단순화하고 복잡한 순환출자 고리를 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개정 공정거래법에 따라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하려면 연내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을 합해 29.99%인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매각해 20% 미만으로 낮춰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현대글로비스 또한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이후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도 호재다.

정 회장이 지배구조 정점에 오르려면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모비스의 지분 확보가 필수다. 현재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 지분도 2.62%다. 이에 따라 현대엔지니어링 상장과 현대글로비스 지분 매입 등으로 현금을 확보하면 현대모비스나 현대차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해 영향력을 늘리거나 정 명예회장의 지분 상속을 위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8년 추진했다가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의 반대 등으로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을 보완하는 방식이 유력할 것으로 점친다.

◇SK그룹, SK텔레콤 중간지주사 신설 공식화

SK텔레콤은 지난 14일 AI&디지털인프라 컴퍼니(SKT 존속회사)와 ICT투자전문회사(SKT 신설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은 SK브로드밴드 등을 포함한 유무선 통신회사와, SK하이닉스·ADT캡스·11번가를 비롯해 반도체 및 정보통신기술(ICT) 자산을 보유한 지주회사로 재편된다. SK텔레콤은 이번 인적 분할로 통신 사업과 신성장 사업을 분리해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인프라 등 혁신 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 인적 분할의 핵심은 기업가치 제고다. 업계 안팎에서는 분할 이후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합산 가치는 3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달 말 기준 SK텔레콤의 시가총액은 22조원이다.

현재 SK그룹은 SK㈜→SK텔레콤→SK하이닉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최 회장은 이달 5일 기준으로 SK㈜ 지분 18.29%를 보유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인수합병(M&A)을 하려면 인수 대상 기업의 지분 100%를 보유해야 해 그동안 투자를 확대하는 데에 제약이 있었다. 인적 분할 후에도 SK하이닉스는 여전히 SK㈜의 손자회사지만,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게 될 신설 투자전문회사가 국내외 반도체 관련 회사에 적극 투자하며 기존 키옥시아 지분 투자,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 등을 넘어서는 행보에 나설 수 있다.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앞두고 에이치솔루션 역할에 관심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7년 만에 경영 일선에 공식 복귀한 한화그룹은 향후 세 아들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한화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이자 실질적 지주사격인 ㈜한화의 최대 주주는 지분 22.65%를 보유한 김승연 회장이다. 장남인 김동관 사장은 4.44%, 2·3남인 동원·동선씨는 각각 1.67%로 지배력이 약하다. 김 회장의 세 아들이 지분 100%(동관 50%, 동원·동선 각 25%)를 보유한 에이치솔루션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에이치솔루션은 한화에너지의 지분 100%를 갖고 있고, 한화에너지는 한화솔루션과 함께 한화종합화학을 지배하고 있어 사실상 또 다른 지주사 형태를 갖고 있다. 에이치솔루션은 지난해부터 ㈜한화의 지분을 잇달아 매수해 현재 지분 보유율을 5.17%까지 늘린 상태다. 재계 안팎에서는 한화그룹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해소하는 방법으로 ㈜한화와 한화솔루션이 합병하거나 에이치솔루션이 ㈜한화의 지분을 추가 매입한 뒤 합병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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