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의식, 지나치게 공격적 가격정책
美 오스틴 공장 정전 사태도 악영향
파운드리 긴 호흡 감안, 단기간 실적 반전 어려울듯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대만 TSMC(49%)의 3분의 1 정도다. 그러나 매출⋅영업이익 등 실적 측면에서는 TSMC와 비교 불가다. 지난해 삼성전자 비메모리(파운드리+시스템LSI) 영업이익은 TSMC의 10분의 1에도 못미친다. 

최근 파운드리 산업 공급부족 탓에 파운드리 업계가 전반적으로 호황인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이익 기여도는 왜 크게 개선되지 않을까.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전경. /사진=삼성전자

비메모리, 초호황 불구 1Q BEP 수준

 

삼성전자는 7일 잠정실적 발표를 통해 지난 1분기 매출 65조원, 영업이익 9조3000억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은 발표하지 않았다. 증권업계는 IM(모바일)부문이 4조30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이익기여가 가장 큰 것으로 추정했다. IM부문 다음으로는 반도체 사업부가 3조50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반도체 사업부 내에 속한 비메모리 사업에서는 손익분기점(BEP) 정도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1분기 미국 오스틴 공장 정전 탓에 3000억원 정도의 영업손실이 있었다 해도, 최근 파운드리 업계 초호황세를 감안하면 다소 실망스런 성적표다. 삼성전자 비메모리 사업은 지난해 1분기에는 466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었다.

반도체 업계는 수주 호흡이 긴 파운드리 산업 특성 탓에 아직 호황에 따른 실적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분석한다. 

주요 파운드리 프로젝트는 수주부터 출하까지 2년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 팹리스나 칩리스의 반도체 설계를 받아다가 자사 공정에 맞게 디자인하는데 1년~1년 반의 시간이 걸린다. 설계가 끝난 뒤 공장에서 웨이퍼를 출하하고, 패키지(후공정)하는데도 최장 6개월이 추가된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파운드리는 설계 이후 공정 적용부터 생산까지 최장 2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사진=TSMC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 공장에서 생산돼 실적에 반영되는 웨이퍼들은 2년 전인 2019년 계약된 물량인 셈이다. 이 때는 아직 파운드리 업계가 본격적인 호황에 접어들기 전이다. 단가 계약 역시 비수기 기준으로 체결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팹리스 대표는 “삼성전자는 늘 TSMC에 열세였기 때문에 대형 팹리스⋅칩리스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폈었다”며 “한동안은 파운드리 호황기 실적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단가 계약은 비수기 기준인데, 최근의 반도체 생산에 들어가는 소재⋅부품 가격은 오름세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일본 1위 실리콘 제조사인 신에츠화학이 지난 1일부터 모든 실리콘 제품 가격을 10~20% 인상했다고 보도했다. 신에츠화학은 반도체 제작시 기본이 되는 실리콘 웨이퍼 등을 만든다. 

특수가스 가격도 오름세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2020년 헬륨가스 수입가격은 1톤당 8만2200달러(약 9100만원)으로, 2019년 대비 44% 인상됐다. 업계 전반적으로 수요가 늘어난 탓이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단가 계약을 낮게 했는데 소재⋅부품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가운데서 ‘마진 스퀴즈(Margin Squeez)’를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각 파운드리별 고객사 현황 및 의존도. /자료=IBK투자증권
각 파운드리별 고객사 현황 및 의존도. /자료=IBK투자증권

올해 안에 실적 급반전 어려워

 

TSMC와 비교하면 아직은 허약한 고객사 풀도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약점이다. 현재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주요 고객사는 퀄컴⋅IBM⋅엔비디아와 삼성전자 내부 사업부들 물량 정도다.

이와 달리 TSMC는 대부분의 글로벌 팹리스들과 밀접하게 비즈니스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생산능력도 삼성전자보다 많은데 단가 협상력도 높으니 실적에서 비교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가 올해 안에 극적인 실적 반전을 일으키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증권업계는 올해 삼성전자가 비메모리 사업에서 연간 2조원 정도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영업이익률 11%를 가정한 것으로 30~40%에 달하는 TSMC에 비할 바가 못된다.

한 디자인하우스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내부에서 TSMC를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단가 계약을 너무 낮게 했다는 자성도 나온다”며 “TSMC 생산능력이 넘쳐 삼성전자로 넘어온 물량중 급행으로 생산한 제품 실적은 올 연말쯤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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