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 패널 두께 100μm 이상 감축 가능
"와이옥타처럼 소재・장비 업계 파급 커"

삼성전자가 올 가을 출시할 ‘갤럭시Z 폴드3(가칭)’에 디스플레이 일체형 편광판(POC, Polarizer On Cell) 기술이 처음 도입될 전망이다. POC를 적용하면 원래 별도 필름으로 부착하던 편광판을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전공정 중에 내재시켜버림으로써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다. 

모든 OLED에 한 장씩 들어가던 편광판이 아예 사용되지 않게 되면서 소재⋅장비 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갤럭시Z 폴드2. /사진=삼성전자

POC 도입만으로 패널 두께 100μm 이상 감축

 

POC는 OLED 셀 위에 편광판이 올라간다는 점에서 POC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실제로 올라가는 건 편광판이 아닌 컬러필터다. OLED 내에서 편광판은 외광반사를 차단하는 목적으로 사용되는데, 컬러필터만 사용해도 외광반사를 없애는 데 충분하다. 

외광반사란 실내 조명이나 태양광이 OLED 하부 금속 전극에 맞고 바깥으로 반사돼 사람 눈에 보이는 것을 뜻한다. 외광반사량이 많으면 디스플레이가 거울처럼 보이면서 화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OLED 셀 위에 컬러필터를 만들어 놓으면 반사된 외부의 빛이 컬러필터에 흡수돼 거울처럼 보이는 현상을 막아준다. 이 때문에 POC는 OLED 봉지층 위에 컬러필터가 올라온다는 의미에서 ‘COE(Color filter On Encapsulation)’라고 불리기도 했다. 즉 COE는 POC와 같은 뜻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용어를 POC로 일원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POC 개념도. 봉지층 위에 컬러필터를 형성한다. /자료=DSCC
POC 개념도. 봉지층 위에 컬러필터를 형성한다. /자료=DSCC

갤럭시Z 폴드3에 POC가 도입되는 건 POC가 기존 기술 대비 패널 두께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KIPOST 2020년 4월 29일자 <COE가 편광판 대체한다...OLED, 드디어 편광판과 이별할까> 참조). 

통상 OLED 위에 올라가는 편광판 두께가 30μm(마이크로미터) 정도에, 이를 부착하기 위해 사용하는 접착제(OCA)가 앞뒤로 50μm씩 차지하게 된다. 모두 합치면 130μm가 편광판을 위해 할애된다. 

이에 비해 컬러필터의 두께는 수μm에 불과하다. 접착제도 필요 없다. POC 도입만으로 100μm 이상 두께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컬러필터는 반도체 생산에 사용하는 사진식각(Photolithography) 공정으로 형성한다. 기재(器材)는 없고 기능만 남긴 형태여서 패널 두께를 줄이는 데 최적이다.

패널 두께는 폴더블 OLED 내구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OLED 두께가 얇을수록 패널이 접히는 곡률반경을 더 작게 유지할수있고, 여러번 접고 펴도 패널에 변형이 발생하지 않는다. 폴더블 스마트폰 가운데 생기는 접힘 자국의 굴곡도 완화할 수 있다.

OLED 패널 두께가 얇을수록 폴더블 스마트폰을 더 얇게 접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출시된 '갤럭시폴드'. /사진=아이픽스잇(iFixit)
OLED 패널 두께가 얇을수록 폴더블 스마트폰을 더 얇게 접을 수 있다. 사진은 지난 2019년 출시된 '갤럭시폴드'. /사진=아이픽스잇(iFixit)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임원은 “삼성전자가 올 가을에 내놓을 폴더블 스마트폰 2종 중 갤럭시Z 폴드3에 POC가 적용되는 것은 거의 확정적”이라며 “갤럭시Z 플립 차기작에 적용 여부는 두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편광판 산업에 위협, 장비 업계에는 희비교차

 

POC 상용화는 관련 소재・장비 업계에 함의하는 바가 크다. 편광판이 공정 중 컬러필터 형성으로 대체됨으로써 OLED 내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편광판은 앞서 LCD 사업에서는 패널 당 2장, OLED로 오면서는 이마저도 1장으로 소모량이 줄어든 상태다. POC가 당장은 폴더블 OLED에 제한적으로 적용된다. 생산 단가 차이에 따라서는 비(非) 폴더블 OLED 패널로 확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따로 편광판을 수급하지 않으면 공정비용은 비싸지겠지만, 후공정이 간편해지고 편광판 수급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이 경우 편광판 시장 자체가 크게 잠식될 수 있다. 

이는 앞서 터치스크린패널(TSP) 시장에서도 목도한 사실이다. 지난 2016년 삼성디스플레이가 OLED 일체형 터치스크린 기술, 일명 와이옥타(Y-OCTA)를 상용화하면서 TSP 시장이 초토화됐다. 와이옥타는 POC와 마찬가지로 공정 중에 TSP까지 OLED 위에 형성하는 게 골자다. 

TSP 산업은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일명 와이옥타) 기술이 등장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사진=Distec
TSP 산업은 디스플레이 일체형 터치스크린(일명 와이옥타) 기술이 등장하면서 부침을 겪었다. /사진=Distec

이 때문에 멜파스・에스맥・지투터치・동우화인켐 등 관련 업체들이 급히 다른 애플리케이션과 고객사를 찾아 나서야만 했다. 그나마 OLED용 원편광 시장을 일본 스미토모⋅니토덴코 등 일본 업체들이 과점했었다는 점은 국내 서플라이체인에는 다행스런 대목이다.

장비 협력사는 아이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POC를 위해 사진식각 공정이 추가되므로 증착(CVD)⋅노광⋅식각⋅검사 장비 수요는 늘어난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POC 공정이 추가될 경우, 6세대(1500㎜ X 1850㎜) 원판 3만장 투입 기준으로 7대의 노광장비가 더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편광판 부착에 사용됐던 라미네이션 장비 수요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전자는 상대적으로 미국⋅일본 장비 업체들이 강세인 분야고, 후자(라미네이션)는 국내 업체들이 공급하는 품목이다.

한 국책연구기관 디스플레이 담당 연구원은 “POC 적용이 늘면 OLED 전공정 투자비가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패널 업체들이 편광판을 사용할때와 비용편익을 따져 추가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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