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a D램부터 적용, 4개 레이어
1b D램에는 6~8개 레이어 적용될 듯

SK하이닉스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도입 계획을 확정했다. 10나노급 4세대(1a) D램 제품부터는 EUV 기술 사용이 불가피함에 따라 향후 5년간 20여대 EUV 노광장비를 도입할 전망이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 /사진=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M16 공장. /사진=SK하이닉스

1대 1900억원, 총 20여대 도입할 듯

 

SK하이닉스는 5년간 4조7549억원을 투입해 네덜란드 ASML의 EUV 장비를 도입할 계획이라고 24일 공시했다. 이미 지난 1일 준공한 경기도 이천 M16에는 EUV 장비 2대가 시험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6월부터 M16에서 1a D램을 양산할 계획이다. 초도 물량은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1만장 수준이다.

SK하이닉스가 EUV 노광장비 도입에만 4조원이 넘는 금액을 투입하는 만큼, 향후 몇 대의 장비를 반입하게 될 지에 관심이 쏠린다. 

ASML이 지난 1월 발표한 이 회사 2020년 매출은 103억유로다. 이 중 43%인 44억3000만유로가 EUV를 판매해 거둬들인 수익이다. 이 기간 ASML이 판매한 EUV 장비가 31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EUV 1대 가격은 약 1억4300만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로 약 1930억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1930억원을 SK하이닉스의 투자금액 4조7549억원과 비교하면 SK하이닉스가 구매하기로 한 EUV 장비는 20대 정도인 것으로 추산된다. EUV는 노광장비 단독으로 입고되지 않고 클러스터가 같이 들어오기 때문에 부대시설 도입 비용까지 포함된다. 

2020년 ASML 매출 및 분야별 매출 비중. 이 도표를 통해서 보면 EUV 1대 가격은 약 1930억원이다. /자료=ASML
2020년 ASML 매출 및 분야별 매출 비중. 이 도표를 통해서 보면 EUV 1대 가격은 약 1930억원이다. /자료=ASML

EUV 설비는 이전 세대인 ArF(불화아르곤) 설비에 비해 단파장(13.5nm) 빛을 이용해 패턴을 그린다. 덕분에 갈수록 미세화되고 있는 선폭을 구현하는데 필수 장비로 꼽힌다. EUV가 없이도 ArF를 이용한 DPT(더블패터닝)⋅QPT(쿼드러플패터닝) 기술로 미세 회로를 그릴 수 있지만, 그 만큼 공정 비용이 늘어난다. 

ASML에 따르면 7nm 공정을 100% ArF 장비로만 수행할 경우 총 54번의 노광 작업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EUV를 섞어 쓰면 총 28번(EUV 9번 + ArF 19번)으로 노광 횟수가 줄어든다. 생산시간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ASML은 EUV 도입으로 약 12% 공정비용이 감소한다고 설명한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이번에 도입키로 한 노광장비는 올해와 내년 보다는 2023년 이후 본격 반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D램 시장의 메인 제품이 10나노 1세대(1x)급이기 때문이다. EUV가 사용되기 시작하는 1a D램까지는 아직 3세대 시차가 존재한다. 

통상 D램 1개 세대로 시장이 이동하는데 2년 정도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1a D램이 시장의 메인이 되는데까지 아직 6년의 시간이 남은 셈이다. 그나마 1a D램 생산에 EUV 레이어 수는 4개에 불과하며, 그 다음 세대인 1b D램에 가서야 6~8개 레이어에 EUV가 적용된다.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ASML의 EUV 장비. /사진=ASML

한 반도체 소재 업체 대표는 “EUV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성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며 “업계 전체가 EUV 기술 발전에 매진하고 있는 만큼 조기에 다수 장비를 들여놓을 이유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웨이퍼 처리량 떨어지는 EUV

 

현재 EUV 장비의 고질적 문제는 낮은 출력이다. 출력은 웨이퍼 위에 떨어지는 광원의 세기를 뜻하며, 출력이 높을수록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웨이퍼 양이 늘어난다. 기술이 안정화 된 ArF 노광의 경우 하루에 4000장 가까운 웨이퍼를 처리할 수 있으나, EUV 장비의 웨이퍼 처리 능력은 하루 1000~1500장 정도가 고작이다.

ASML이 공식적으로 밝힌 EUV 장비의 웨이퍼 처리량은 시간당 170장 이상이다. 산술적으로 하루 4000장을 처리할 수 있는 속도다. 그러나 앞서 EUV 라인을 운용한 삼성전자나 TSMC에서는 EUV 장비 한 대로 하루 1500장 처리하는 것도 빠듯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론상 속도와 현장에서의 체감 속도에 차이가 크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웨이퍼에 닿는 광원의 세기가 1kW(킬로와트)는 되어야 양산성을 확보할 수 있는데, 현재 EUV 장비의 도달 출력은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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