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한 이벤트성 수요는 분명 감소할 것"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역행할 수 없는 흐름"
업계 전문가들 얘기 들어보니

2020년은 비대면⋅비접촉 생활방식이 대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팬데믹은 온라인 강의⋅재택근무 등 비대면 생활 방식을 강제했다. 모두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흐름이었다. 코로나19 백신이 본격적으로 공급되고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언택트(비대면) 경제도 끝날까. 아니면 언택트 경제는 시대적인 흐름으로 이어질까.  

일각에서는 현재의 언택트 흐름은 일시적인 트렌드로 컨택트(대면) 경제를 온전히 대체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코로나19는 언택트 경제를 가속화했을 뿐 엣지컴퓨팅⋅AI(인공지능)등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수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임을 지적한다. 

재택근무⋅데이터 소비량 증가 추이./출처=Global X 

집과 직장의 흐린 경계선은 영구적인 변화가 될까. 반도체 수요 증가는 계속 이어질까. 업계 전문가들에게 전망을 들어봤다.  

 

한태희 성균관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

“코로나19로 인한 이벤트성 수요 감소는 분명하다. 장기적으로 언택트 문화 확산 추세는 있겠지만 급증했던 수요는 분명 감소할 것이다”

한태희 성균관대 교수는 코로나19 이후 언택트 경제로 늘어난 수요가 ‘이벤트성 수요’였음을 지적한다. 이미 성장세가 꺾인 환경에서 특수한 변화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수요라는 의미다. 

한태희 교수는 “PC⋅노트북 시장은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시장이었는데 코로나 환경에서 특이하게 급격히 증가했다”며 “5G 등장 후 아이폰 수요가 급증했던 것처럼 비정상적 상황에서의 이벤트성 수요 급증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폭증했던 데이터 센터의 수요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지난번에 구글・유튜브가 먹통이 된 적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여가 시간 동안 인터넷을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용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데이터 센터 용량과도 직접 관련이 있는데 다시 대면 수업・오프라인 업무로 복귀한다면 폭증했던 데이터 센터 수요 역시 감소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OTT 서비스 관련 자료./출처=journal.kobeta

 

박명수 SK하이닉스 D램마케팅 담당

“코로나19 종식이후에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영구적인 변화로 자리할 것이다. 이런 흐름은 분명 메모리 반도체 수요 모멘텀이 될 것이다”

박명수 D램 마케팅 담당자는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뉴노멀(New Normal) 트렌드로 IT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언택트 문화가 과거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기업들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IOT(사물인터넷)⋅클라우딩 컴퓨팅⋅AI⋅빅데이터 솔루션 등 디지털 기반으로 사회 전반을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CES(북미소비자가전쇼)에서 핵심 트렌드로 제시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 5G(5세대) 이동 통신⋅스마트폰은 2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엣지컴퓨팅⋅AI(인공지능)⋅VR(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들이 저변을 넓히면서 모두 메모리 반도체 수요를 견인하는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Yves Gueron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old normal’로의 회귀냐 ‘new normal’의 지속이냐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재택근무가 감소하고,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이다."
Yves Gueron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백신 보급 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재택근무 수요가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Yves Gueron 교수는 “화상 회의⋅온라인 강의 등으로 코로나19 이후 반도체⋅메모리 칩 수요가 증가했다”며 “많은 기업에서 재택근무의 단점을 호소하고 있으며, 재택근무가 필요하지 않은 기업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Yves Gueron 교수는 그것이 반드시 ‘old normal’로의 회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정점에 이르렀던 반도체 수요는 컨택트 경제로 전환되면서 다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컨택트 경제로의 전환에 따라 자동차 등 특정 산업 수요는 다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Yves Gueron 교수는 “코로나19 종식 이후 출⋅퇴근이 늘어나고 여행이 증가하면 자동차 산업 등 수요는 다시 늘어날 것”이라며 “추세적인 흐름은 있겠지만 언택트 시대와 컨택트 시대에서의 수요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수업 관련 사진./자료=KISO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은 역행할 수 없는 흐름이다. 코로나 이후 그 흐름이 가속페달을 밟았을 뿐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디지털 수요는 계속 이어질 것이다”

정구민 국민대 전자공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정상화 이후에도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정 교수는 “디지털 수요는 이미 임계점을 넘었고 굉장히 빠른 속도로 가속화할 것”이라며 “올해 CES에서 10년에 있을 변화가 한 번에 왔음을 지적했다. 코로나가 그 흐름을 가속화했을 뿐 코로나 종식이 그 시계를 과거로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센서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트렌드는 지속될 것이다”며 “기기들의 스마트 지능화로 기기들이 데이터를 얻기 위한 센서 반도체⋅저장을 위한 메모리 반도체⋅분석을 위한 AI반도체의 흐름은 계속 이어질 것이다”고 분석했다.

 

시장조사업체 A연구원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경제는 일시적인 것이다. 일부 업종에서 수요⋅유지 및 증가가 있겠지만 폭증했던 수요가 계속 유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A연구원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수요가 일시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택트 수요가 계속 유지되는 기업⋅산업이 있겠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그는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언택트 수요는 사람들이 원해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강제된 현상임을 지적한다.

A씨는 “코로나 이후 가장 크게 늘어난 시장이 노트북⋅태블릿 시장인데 이는 재택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늘어난 추세일 뿐”이라며 “재택근무⋅온라인 강의가 더 유리한 기업들도 있겠지만 이는 극히 일부”라고 지적했다.

물론 산업별⋅기업별로 수요가 유지⋅증가하는 분야는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예컨데 코로나로 미뤄졌던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언택트 확산으로 이동이 줄면서 차 교체 주기가 돼도 교체 시기를 늦추는 경우가 많았다”며 “코로나가 종식된다면 교체 주기를 늦췄던 수요들이 되살아날 것이지만 이러한 수요 증가는 일부 기업⋅산업에 국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슈나이더일렉트릭이 주요 글로벌 IT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nbsp;스마트 빌딩 및 엣지 사업을&nbsp;강화한다./슈나이더일렉트릭<br>
스마트 빌딩 및 엣지 관련 이미지./사진=슈나이더일렉트릭

 

글로벌 반도체 업체 임원 B씨

“코로나19 이전 한달에 한 번 미국 본사 출장이 있었는데, 지난해 모두 화상회의로 대체됐다. 처음에 우려가 컸지만 막상 도입해보니 그동안의 대면 출장이 낭비처럼 느껴졌다.”

반도체 업체 임원 B씨는 코로나19가 잡히더라도 과거처럼 잦은 비즈니스 출장을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전면 화상회의로 출장을 대체했는데, 긍정적 효과가 적지 않았다. 여정을 위한 시간도 절약될 뿐만 아니라 회사 전체적으로 비용이 절감됐기 때문이다. 

B씨는 “항공요금과 숙박비⋅여정에 사용되는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한국 지사에서만 연간 수십만 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비즈니스 출장이 원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미 시간⋅비용을 들이지 않고 회의는 물론 생산 감사(Audit)까지 완료할 수 있다는 체득했기 때문이다. B씨는 “앞으로 비즈니스 출장을 위해서는 언택트 방식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걸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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