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대비 60% 이상 증액
삼성전자 파운드리 대비 3배

TSMC가 올해 파운드리 신규 설비 투자에 최대 280억달러(약 30조7500억원)를 투입한다. 파운드리 시장이 공급부족 현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인텔마저 ‘팹 라이트’ 전략으로 선회하는 등 파운드리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14일 웬델 황 TSMC CFO(최고재무책임자)는 4분기 실적발표 후 가진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연간 250억~280억를 설비투자에 지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TSMC가 지난해 설비투자에 지출한 172억달러 대비 최대 60%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해 설비투자 금액에는 TSMC가 미국 애리조나주에 지을 예정인 파운드리 공장에 대한 금액도 포함된다.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반도체 웨이퍼. /사진=TSMC

황 CFO는 “3nm 공정은 2022년 생산을 시작한다”고 밝혔으며, 최근 일본 언론이 보도한 일본 내 공장건설과 관련해서는 “R&D 센터 설립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TSMC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설비 투자를 집행하기로 한 것은 10nm 이하 선단공정 수요가 장기적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 고객사인 애플⋅엔비디아⋅AMD 위탁 물량이 견조한데다 종합반도체업체(IDM)를 지향하던 인텔까지 팹라이트(Fab-Lite)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팹 라이트는 IDM이 일부 팹을 구조조정하거나 핵심 제품을 제외한 나머지를 외주화하는 형태를 뜻한다. 아예 생산시설이 없는 팹리스와 IDM의 중간 단계라는 의미로 팹 라이트라고 부른다.

인텔은 7nm 미세공정 상용화 스케줄이 미뤄지면서 AMD처럼 CPU 생산을 외주화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댄 러브 서드포인트 CEO(최고경영자)는 “인텔은 한때 마이크로프로세서 제조의 기준이었지만 현재는 TSMC⋅삼성전자 등 아시아 경쟁업체와의 기술 격차를 보인다”며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 등은 반도체 솔루션을 자체 개발해 아시아 파운드리에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텔도 파운드리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미다. 서드포인트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다. 

여기에 첨단 미세공정 분야에서 TSMC의 유일한 적수인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를 견제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반도체 분야에 9조원을 투자했다. 올해는 이보다 10% 정도 늘린 10조원 정도를 지출할 것으로 보이는데 TSMC가 30조원 투자를 발표하며 압도해버린 것이다.

한 반도체 장비업체 대표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탓에 상반기 투자가 미뤄지면서 파운드리 업계 전반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태”라며 “장기적으로도 인공지능⋅자율주행 기술이 상용화되면서 파운드리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