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적으로 반도체 기술 고도화, 팹 규모 확대가 진행되면서 중고 장비 리퍼비시(Refurbish)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 (▶‘반도체 장비, 리퍼비시·중고 시장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참고)

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전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은 2019년 596억달러, 2020년 689억달러(약 75조6000억원)로 성장했고, 올해 719억달러에서 내년에는 761억달러(약 83조5000억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리딩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중 중고 장비 시장은 유통과 리퍼를 포함해 약 5~6% 수준으로 추산된다. 2020년 기준 약 41억달러(약 4조5000억원)다. 

하지만 성장세에 비해 시장의 다양화가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승자독식 구조가 중고 장비 리퍼비시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형 장비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 업계의 가두리 전략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ASML 직원들이 장비 리퍼비시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진=ASML 홈페이지 

 

장비 시장 성장에 따라 커지는 서비스 매출

지난 5년여간 전세계적으로 200mm팹과 300mm 파운드리 풀가동이 지속되면서 중고로 나오는 200mm  장비 매물이 줄어들고 D램, 낸드플래시 시장이 빠르게 공정 전환 되면서 300mm 장비 중고 거래가 활성화 됐다. 중고장비 유통 1위 업체 서플러스글로벌에 따르면 현재 200mm와 300mm 반도체 중고장비 시장 거래량은 약 2대8 정도로, 300mm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국내에서는 중고 장비 유통업체 서플러스글로벌 주도로 중고장비 클러스터와 300mm 중고 장비를 활용한 테스트베드가 올해 출범, 중고 장비 시장 확대를 앞두고 있다.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ASML, 도쿄일렉트론(TEL), KLA 등 글로벌 대형 장비사들은 서비스 사업부문 내에 중고장비 리퍼, 부분품 판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사업을 두고 있다. 200mm 장비 전성기에는 전문 중고 유통 업체나 리퍼비시 업체들이 주로 담당하던 분야를 300mm 장비 시장에서는 자체 사업화한 것이다.  

여기에는 신장비를 판매한 뒤 구동용 소프트웨어(컨트롤러)를 업데이트 하거나, 예지정비 등을 위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등의 서비스도 모두 포함된다.

글로벌 장비업계 2020년 분기별 매출액과 서비스 매출. /업계, KIPOST 취합
글로벌 장비업계 2020년 분기별 매출액과 서비스 매출. /업계, KIPOST 취합

1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의 ‘어플라이드 글로벌 서비스그룹(AGS) 매출은 (9월 결산 회계기준) 2015년 24억4700만달러에서 2017년 30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1월~9월 3분기 누적 기준 매출만 31억5800만달러를 기록, 연간 40억(약 4조4000억원)달러 이상의 매출이 예상된다.  

2위 ASML은 공급된 장비 업그레이드 등을 포함한 인스톨 기반 관리 서비스(Installed base management) 사업 매출만 각 분기별 8억유로가 넘는다. 지난 4분기(10~12월)에는 9억유로(약 1조2000억원)의 매출이 서비스에서 나왔다. 

3, 4위 TEL과 램리서치 역시 서비스 사업에서 수조원 단위 매출을 매년 거둔다. TEL은 지난해 분기별로  800억엔(약 8400억원) 내외를, 램리서치는 8억5000만~10억달러( 매출을 매 분기 서비스 분야에서 거둔다.   

KLA는 6월 결산 회계 기준 2020년 1조6000억원의 서비스 매출액을 발표하면서, 매년 이 분야에서 9~11%씩 서비스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라이선스 등 주도권 커져 

서비스 분야는 공룡 장비사들의 신성장동력이 되고 있지만 장비를 구매하는 팹 입장에서는 구매 주도권이 장비사로 넘어가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장비 구동 기술이 정교해진데다 최근 IIoT가 적용되면서 수집해야 하는 데이터도 많아져 소프트웨어(SW)의 가치가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OEM사들은 중고장비가 팔리면 구매 기업과 SW라이선스 계약을 새롭게 체결한다. 이 SW 라이선스 비용은 정가가 없어 장비 업계가 제시하는 기준에 맞춰 협상을 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장비사들은 많게는 100만달러까지도 라이선스비용을 요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비사들이 협상력을 가지면서 장비 재고가 없는데도 미리 예약을 하면 중고 매물이 나올 때 리퍼비시를 해주는 계약을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TEL의 공인 보증 서비스. /자료=TEL 홈페이지 

 

리퍼비시 업계, 글로벌 업체 협력망 진입이 관건

리퍼비시 시장을 대형 OEM사들이 장악하면서 기존 리퍼비시 업체들은 OEM사들의 공급망 아래에서 하청 용역을 하는 게 생존에 유리해졌다. 

대형 OEM사들은 각 지역별로 직접 리퍼비시 사업을 수행할 협력업체들을 끌어들이면서 생태계를 더욱 강화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본사기준으로 세계최대의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한국시장과 중고장비의 최대수요국인 중국에서 올해도 글로벌 OEM들과 리퍼비셔들의 한층 더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글로벌 OEM 우산 안에 편입되느냐 자체 생태계의 규모를 키워 협상력을 갖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어 국내 장비 업계의 대형화와 업체간 협력 등 규모의 경제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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