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메모리에 연산 기능 융합
9년간 1조원 투입 예정

#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2019년 9월 취임 후 첫 현장방문한 텔레칩스에서 ‘PIM(Processing In Memory)’을 화두로 던졌다. PIM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반도체가 일부 연산까지 담당케 하는 신개념 반도체다. 최 장관은 2015년 이후 PIM 관련 논문만 3개를 발표한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가다. 과기부는 앞으로 9년 간 PIM 반도체 기술 개발에 예산 1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인 우리나라가 PIM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키로 한 이유는 무엇일까.

 

PIM, 프로세서와 메모리를 하나로

CPU는 프로세싱을 하고 메모리는 데이터를 저장한다. 연산과 저장 기능을 분리한 현재의 폰 노이만(von Neumann) 방식은 1945년 이래 줄곧 컴퓨터의 기본 골격이었다. 그러나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은 전통적인 컴퓨팅 방식과 점점 더 호응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처리해야 할 데이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CPU 단독으로는 프로세싱이 버겁기 때문이다. 저장소 기능만 하던 메모리에 두뇌를 달아주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폰 노이만 아키텍처 구조. /자료=Wikipedia
폰 노이만 아키텍처 구조. /자료=Wikipedia

PIM은 아직까지 기술적 개념이 합의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메모리에 로직(연산기능)을 넣는 것을 의미한다. 데이터를 저장하고 불러오는 역할만 하던 메모리에 프로세서 기능이 더해지는 것이다. 


메모리도 연산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동안 모든 연산을 담당하던 CPU의 업무가 줄어든다. 메모리 차원에서부터 일부 데이터가 결과값 형태로 전달되면서 연산 시마다 데이터 이동·전달로 소모되던 전력도 대폭 감소한다. 오고가는 데이터 절대량이 줄어드는 만큼 폰 노이만 방식의 결점으로 꼽혀온 CPU-메모리 간 병목현상도 자연스레 해결되는 구조다.

 

In-Memory, Near-Memory, PNM, CIM ⵈ

아직까지 PIM 분류 체계는 명확히 확립되지 않은 상태다. In-Memory, Near-Memory, PNM, CIM 등 다양한 용어들이 혼용되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혁재 서울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하드웨어적으로 접목되는 방식에 따라 PIM은 크게 3가지 종류로 구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PIM 하드웨어 아키텍처 분류(서울대 이혁재 교수 기준). /자료=KIPOST
PIM 하드웨어 아키텍처 분류(서울대 이혁재 교수 기준). /자료=KIPOST

이 교수에 따르면 현재 기술 개발 중인 PIM의 가장 기본적인 하드웨어 아키텍처는 하나의 메모리 다이(die) 안에 메모리와 연산용 회로가 함께 올라가 있는 형태다. 니어메모리(Near-Memory)라 불리는 PNM(Processing Near Memory)은 메모리와 프로세서가 서로 다른 다이 위에 구현되어 다이 차원에서 연결되는 구조다. 몇 개의 단으로 적층된 메모리 다이들 중 하나가 연산을 담당하게 되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인메모리(In-Memory) 방식은 뉴로모픽 아키텍처와 같이 메모리와 연산 소자가 구분되지 않고 하나의 다이 안에 서로 섞여있는 형태다.

인텔의 인공지능 칩 로이히. /사진=인텔
뉴로모픽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한 인텔의 인공지능칩 '로이히'. /사진=인텔

PIM은 사용 목적에 따라 그 구조와 형태가 달라지기 때문에 사실상 몇 개의 종류로 분류하기 어렵다. 한태희 성균관대학교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PIM은 범용적으로 쓰이기 어렵다”며 “고객의 요구사항에 따라 메모리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AI 산업을 키우고자 하는 정부가 AI 기술에 가장 적합한 모델인 심층신경망(DNN) 로직을 D램에 집적하는 PIM 반도체 모델을 구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내 주요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이미 내부적으로 PIM 기술 개발을 어느 정도 완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혁재 교수는 “(기술이 개발되어도)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 “D램으로 신개념 PIM 만들겠다”

정부는 올해 약 1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신개념PIM반도체기술개발’ 신규 사업을 시작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PIM 반도체 개발 사업은 2029년까지 약 1조원 규모의 자금이 투입될 예정이다.

정부의 PIM 반도체 개발 사업 모델. /자료=산업통상자원부
정부의 PIM 반도체 개발 사업 모델. /자료=산업통상자원부

국가 주력 산업인 D램을 활용해 차세대 PIM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세계 1위 메모리 경쟁력을 통해 PIM 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고 D램의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목표다. 정부가 연구개발을 추진하는 PIM 반도체 유형은 ▲메모리 반도체 기반 PIM ▲로직(프로세서) 기반 PIM ▲차세대 메모리 기반 PIM 등으로 분류된다.

 

상용화는 장기적 안목으로... SW 개발 편의까지 확보해야
 
기술 개발 초기 단계인 만큼 PIM 상용화 시기를 논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는 것이 학계 공통된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컴퓨팅 구조로 프로그래밍을 하게 될 개발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의견도 존재한다.

한태희 교수는 “(PIM 기술은) 이제 막 연구개발을 위한 트리거 포인트에 도달한 것이고, 경제성에서 임계점이 지났을 때 꽃 피울 수 있을 것”이라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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