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상반기 출시되는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리즈의 카메라 공급망이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우선 작년 하반기부터 스마트폰 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화웨이가 빠진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을 삼성전자와 애플이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카메라 주문 수량이 대폭 늘어난다. 삼성은 2021년 전체 스마트폰 판매 목표를 올해보다 15% 가량 증가한 약 3억대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손떨림방지(OIS) 등 고사양 모듈 채택률도 높아졌다. 지난해 1종을 추가한 갤럭시S 시리즈 4모델(갤럭시S21, 플러스, 울트라, FE), 갤럭시Z 폴드⋅플립, 갤럭시A 2모델 등 8 종에 프리미엄급 카메라모듈이 들어간다. 각 스마트폰별로 전후면에 각각 4~6개씩 배치된다. 어림잡아 상반기 삼성전자가 구매해야 하는 전체 카메라모듈은 약 13억개로, 이 중 절반 이상이 S, A, Z 시리즈에 장착될 것으로 예상된다.     

폴디드줌이 장착된 카메라모듈. /사진=삼성전기

삼성전자 주요 카메라모듈 협력사인 삼성전기, 엠씨넥스 등이 증설을 하면서 물량 대응을 해왔지만, 물량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카메라 모듈 공급사를 늘리는 것으로 문제를 풀었다. 

협력사가 많아질수록 품질 관리가 어려워진다. 여기서 발생할 수 있는 품질 불량 문제는 통합 모듈이 아닌 카메라 모듈 각각을 낱개로 납품 받아 삼성전자가 직접 보정(캘리브레이션)하는 방식로 대응하고 있다. 모듈 납품부터 테스트, 보정까지 일괄 처리하면서 품질 관리 시간을 줄였다.
 

고화소 카메라 모듈 공급사만 6곳

삼성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카메라모듈 공급망./ 자료=KIPOST 취합

새해 상반기 삼성 스마트폰에 장착되는 고화소 카메라 모듈은 △전면 4000만 화소 △3200만 화소 셀피와 △후면 10억800만 화소 광각 △1200만화소 광각  △4800만 화소 망원 △6400만 화소 망원 △1200만 화소 초광각 △1000만 화소 폴디드 줌 망원 카메라 등이다.

이 중 최상위 모델인 갤럭시S21 울트라는 1억800만 화소 광각(메인), 4800만 화소 망원, 1200만화소 초광각과 1000만 화소 폴디드 줌 쿼드 카메라가 배치된다. 갤럭시S20과 S21플러스 전면에는 4000만 화소 셀피 카메라가 쓰이고 후면에는 1200만 화소 광각(메인), 6400만 화소 망원, 1200만 화소 초광각 트리플 카메라가 들어간다. 갤럭시S 시리즈 하위 모델인 FE와 갤럭시A52 및 A72에도 각각 트리플 카메라와 펜타(5개) 카메라가 적용될 예정이다.

이 중 전면 4000만화소 셀피 카메라는 나무가, 파트론, 파워로직스 등이 공급하고 후면의 손떨림방지(OIS)와 자동초점(AF) 기능이 있는 10800만 화소 광각(와이드) 및 1200만화소 광각 메인 카메라, 6400만 화소 및 4800만 화소 망원 카메라는 삼성전기와 엠씨넥스 순으로 물량을 배정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1200만 화소 초광각은 캠시스, 나무가, 파트론이 나눠 맡는다. 

‘잠망경’으로 불리는 폴디드줌 카메라는 삼성전기와 엠씨넥스가 공급한다. OIS 액추에이터는 자화전자가 주로 공급하고 렌즈 모듈은 코렌, 중국 서니옵틱스가 주요 협력사다. OIS 구동칩과 AF구동칩은 일본 아사히카세히와 동운아나텍이 주요 공급사다. 광학 필터는 옵트론텍과 나노스, 브라켓은 재영솔루텍 등이 꼽힌다.      

삼성은 손떨림방지(OIS) 기능을 A시리즈에도 확대 적용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기가 A52, A72 메인 카메라 선도 업체가 되고 엠씨넥스 등 다른 협력사들 물량은 올해에 비소 다소 줄어들지만 고부가 플래그십 물량이 이를 상쇄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A 시리즈 신모델에 미국의 제재 기업 목록(Entity list)에 포함된 중국 오필름 채택이 요원해지면서 그만큼은 국내 협력사들이 점유율을 늘릴 수 있다. 
 

삼성에 올라탄 공급망의 진화  

몇 년 전까지만해도 국내 부품 기업에게 삼성전자는 일종의 ‘계륵(鷄肋)’ 이었다. 삼성전자에 부품을 납품하면 삼성 공급사라는 레퍼런스와 큰 폭의 매출 상승이 함께 따라왔지만 한편으로는 삼성에 종속돼 다른 공급망 진입이 힘들었다. 또 매 분기 단가 인하 압박을 받았다. 그러다 해당 품목에 중국 업체가 저가로 진입하거나, 삼성이 그 품목을 내재화를 하면 다른 판로를 찾지 못하고 침체에 빠졌다. CMOS이미지센서, 피처폰 시절의 마이크로프로세서, 터치센서 및 모듈 공급망 등이 비슷한 길을 걸었다.

중국 오필름과 서니옵티컬이 삼성전자 카메라모듈 협력사로 진입했을 때만 해도 이같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카메라 공급망은 다른 양상을 보인다. 삼성 카메라를 발판으로 매출액 1조원대에 안착한 업체들은 새해에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 공급을 더욱 늘린데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대⋅기아 자동차 2차 협력사던 엠씨넥스는 지난해 현대차 1차 협력사로 등록됐다. 현대모비스와 발레오(만도 공장을 인수) 등 가족기업 외에 1차 협력사 등록은 처음이다. 삼성 덕에 매출을 신장시켜 차량용 카메라 연구개발(R&D)과 인증 등에 투자할 수 있었던 덕분이다. 

파트론 역시 올해 자동차용 카메라 사업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예상된다. 파트론은 현대모비스 협력사로,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관련 솔루션 공급에서 핵심 역할을 하게 됐다.  

파워로직스도 지난해 리어뷰 미러 업체 에스엘미러텍을 통해 현대자동차 SQ 인증을 받고 자동차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애플과 협상 중인 폴디드줌 카메라 역시 삼성 공급망의 쾌거다. 삼성전기, 엠씨넥스, 동운아나텍 등 OIS 관련 업체들이 애플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R필터 업체인 옵트론텍과 나노스 등도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메라 업체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 자동차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카메라 모듈 장착이 늘어나고 있어 이 시장은 계속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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