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황 변동 가능성 있어...내년 상반기내 추가 투자여부 결정해야

내년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하이닉스가 D램 투자를 계획보다 늘릴지 주목된다. 가격 상승의 수혜를 누리기 위해서는 물량을 늘려야 하지만 늘어난 물량 때문에 가격이 안정화 되면 오히려 투자 대비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완공한 이천 M16라인에 이번달 말 EUV(극자외선) 노광기를 반입하고 내년 초부터 다른 공정장비들을 입고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이 공장에서 10나노대 4세대 D램인 1a나노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이천 M14라인에서 1a나노 양산을 우선 시작하고, M16라인에서는 내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양산을 시작한다.

SK하이닉스 이천 캠퍼스 전경. /SK하이닉스

 

D램 가격 하락에 계획보다 축소 발주

SK하이닉스는 올 초까지 M16라인 초도물량을 월 2만장 수준으로 계획했지만, 정작 장비는 1만장 규모 수준으로 축소 발주 했다.

축소 발주 이유는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다. 지난해부터 올해 내내 D램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추세였고, 지난 10월에는 DDR4-2400 8Gb 제품 가격이 (고정거래가 기준) 8.5% 가까이 하락하면서 물량 조절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수요가 더 늘어날지 확신하기 힘든 상황인데다 주요 고객사인 화웨이 제재도 고려해야 하는 변수였다.  

EUV 장비를 처음 도입하는 상황도 고려됐다. 첫 양산 시도인만큼 수율 안정화가 더딜 수 있어 미리 전체 공정을 세팅해놓는 것보다는 상황에 따라 장비들을 추가 반입하면서 점진적으로 물량을 늘려나가는 게 합리적이다.

여러모로 보수적인 투자 기조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보수적인 투자 기조 변경 상황

하지만 연말에 접어들면서 위의 변수들이 하나씩 해소되는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애플 아이폰12 시리즈 초기 3개월 판매량을 8000만대 수준으로 예상하면서, 메가 히트작인 아이폰6(7150만대)를 뛰어넘을 것으로 봤다. 삼성전자도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갤럭시S21 시리즈의 판매량도 지난해보다 15%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부품 업계에 통보했다. 중국 오포⋅비보⋅샤오미가 화웨이 수요를 대체하기 위해 플래그십 모델을 2개로 늘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서버 시장도 인텔이 사파이어래피즈 아키텍처 기반 CPU 출시를 하고 서버용 DDR5 D램이 출하되면서 교체 수요가 늘어날 예정이다. 현대차증권은 D램 애플리케이션별 수요는 서버 6.6%, 노트북 2.5%, 스마트폰 12.9%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평균 판매단가(ASP)가 2년 이상 성장하는 슈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속속 나온다. D램 고정거래가격은 11월 기준 2.85달러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내년 1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품목별로 서버 D램은 0~5%, 그래픽 D램은 5~10%, 컨슈머 D램은 0~8%가량 늘어 올해 4분기 대비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SP 상승 효과, 투자 여력이 관건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2분기 이후 D램 공급부족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D램의 비트그로스(bit growth) 수요를 10% 후반~ 20% 수준으로 예측했다. 

D램 수요가 20%까지 상승한다면 추가 투자를 통해 내년 하반기 이후 매출과 수익을  모두 누릴 수 있지만 10% 후반 수준이라면 공급을 조절해 이익률을 높이면서 공급 부족을 장기화 시키는 게 유리하다. 

현재 메모리 가격은 1위 삼성전자의 물량 조절과 어느정도 연동돼 있다. 실제로 화웨이 제재로 재고량 증가가 예상됐던 7,8월 삼성은 웨이퍼 투입 물량을 오히려 월 50만장 이상으로 늘렸고, 9월과 10월 D램 가격은 또다시 하락했다. 9월 이후 다시 중반대로 웨이퍼 투입량을 줄이면서 가격이 안정화 됐다.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투입량 추이.
삼성전자의 D램 웨이퍼 투입량과 D램 고정거래가 추이. /KIPOST 취합

업계 전문가는 “삼성이 어떤 전략을 구사할지 예측하기는 힘들지만 기본적으로 투자 로드맵에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기조”라며 “버블이 되지 않는 선에서 수익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가격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가 내년 하반기 슈퍼사이클의 수혜를 보려면 장비 추가 투자 결정은 내년 상반기 내에 끝내 놓아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가 추가 투자 검토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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