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수위 높인 트럼프
법인세 인상 추진하는 바이든
어느 쪽이든 D램 수요에 부정적

[편집자주] 2010년 이전까지 PC 출하량에 크게 좌우됐던 D램 시장은 모바일과 클라우드 산업이 가세하면서 수요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여기에 내년은 다양한 대외 변수들이 D램 시장 예측을 힘들게 하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아직 끝나지 않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 서버용 신규 CPU 출시일정은 D램 시장에 마냥 불리하지도, 마냥 이롭지도 않다. KIPOST는 각 변수들에 따라 내년 D램 시장이 어떻게 변화할 지 예상해봤다.

내년 D램 시장은 수요⋅공급 외에 다양한 대외 변수가 공존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다. /KIPOST
내년 D램 시장은 수요⋅공급 외에 다양한 대외 변수가 공존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다. /KIPOST

미⋅중 첨단산업 제재, 엑시트론 인수 제동부터

 

내년 D램 시장 큰 변수 중 하나인 미국 대통령 선거는 3일(현지시간) 오전 0시(한국시간 오후 2시) 시작됐다. 당선인 윤곽은 3일 밤 늦게, 혹은 4일 새벽은 되어야 알 수 있다. 특히 이번 대선은 코로나19 탓에 유권자들이 대거 사전투표를 택했다. 실제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며칠 더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중국 제재는 현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집권당이 바뀔때마다 외교⋅안보 및 의료⋅복지정책에서 큰 변화를 불러왔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고압적 자세 만큼은 이전 오바마 행정부부터 일관되게 유지했다. 

반도체 산업을 삼키려는 중국의 야욕을, 미국 행정부가 막아서기 시작한 시점은 오바마 행정부때인 지난 2016년이다. 당시 중국 푸젠그랜드칩인베스트먼트펀드(FGCIF)가 독일 엑시트론 인수를 추진하자 미국 정부는 비토를 놓았다. 엑시트론은 대외적으로 발광다이오드(LED)용 유기금속화학증착장비(MOCVD) 회사로 유명하지만, 실제 FGCIF의 인수 목적은 엑시트론의 미국 지사였다. 엑시트론 미국 지사는 메모리 반도체용 화학기상증착(CVD) 및 원자층증착(ALD)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FGCIF는 엑시트론을 인수해 LED 생산기술 보다는 텅스텐 전극 형성과 고유전율 물질 증착에 활용되는 CVD⋅ALD 기술을 확보하려 했다. 엑시트론 미국 지사는 옛 지너스를 인수한 것이어서 미국 정부가 인수에 제동을 걸 수 있었다. 

2017년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는 처음부터 중국과의 무역 분쟁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통신장비 업체 ZTE가 제재 대상에 올랐고, 거액의 벌금을 토해냈다. 

멀티챔버 방식의 MOCVD. 에피웨이퍼 수율을 높이려면 싱글챔버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전망이다. /사진=비코
멀티챔버 방식의 MOCVD 내부. /사진=비코

이에 중국은 퀄컴이 440억달러(약 49조8500억원)를 들여 인수하려 했던 네덜란드 NXP반도체 간의 딜을 막아섰다. 퀄컴은 결국 중국 규제당국 반대 탓에 NXP 인수 협상을 접어야 했다. 자국 회사가 중국 규제당국 때문에 대형 딜을 놓치자, 미국 정부는 중국 제재 수위를 한층 높였다. 화웨이⋅하이실리콘⋅푸젠진화반도체 등이 대거 제재 대상에 오른 것도 이 때부터다.

이처럼 중국 첨단산업에 대한 규제는 현 공화당 정부나 전임 민주당 정부를 가리지 않고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바이든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국과의 화해를 통한 드라마틱한 교역량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불확실성은 D램 산업이 내년에도 상수로 떠안고 가야할 짐인 셈이다.

 

바이든 당선시 하이퍼스케일러 투자여력 감소 

 

바이든 후보 당선시 한 가지 우려되는 대목은 바이든 후보와 민주당이 대형 IT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확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구글⋅아마존⋅페이스북 등 IT 업체들의 독점력 견제를 위해 사업부 분사를 추진할 경우, 데이터센터 투자 여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2016~2017년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초호황을 구가할 수 있었던 배경은 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들의 통큰 투자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인세를 인하해 산업 부흥을 추진한 것과 달리, 바이든 후보는 법인세 인상을 통한 복지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반도체 업황에 부정적 요소다. 현 미국의 법인세 최고 세율은 21% 수준인데, 바이든 후보는 이를 28%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 역시 하이퍼스케일러들의 투자 여력을 크게 감소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법인세율 이슈는 앞선 반독점 규제 대비 효과가 더 즉각적이라는 점에서 내년도 D램 시황에 주는 영향이 지대하다.

제이드 레이먼드 구글 상무. 스타디아 G&E를 이끈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법인세율이 오르면 미국 대형 IT 업체들의 투자여력이 감소할 수 밖에 없다.  /사진=구글 GDC 공식 영상 캡처

PC와 모바일 시장 성장세가 한계를 맞이한 상황에서 서버용 D램 수요까지 줄어든다면 D램 시황에는 직격탄이다. 정성공 옴디아 수석연구원은 “트럼프의 화웨이 제재는 B2C 반도체 시장에, 바이든의 법인세율 인상은 B2B 반도체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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