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설립 후 전력반도체 공동 개발
"자원 투입 대비 연구 성과 미진하다는 판단"

현대차가 독일 반도체 업체 인피니언과 합작 설립한 ‘현대인피니언이노베이션센터(HICC)’를 청산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설립된 HICC는 현대⋅기아차가 탑재할 반도체 개발을 담당해왔다. 

HICC 청산은 현대차의 자동차용 반도체 전략이 주문형 반도체(ASIC)에서 표준형 반도체(ASSP)로 갈아타는 신호로 풀이된다. 

인피니언테크놀로지스가 80㎾~100㎾&nbsp;전력&nbsp;등급의&nbsp;전기차&nbsp;트랙션&nbsp;인버터용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 전력&nbsp;모듈 'HybridPACK&nbsp;DC6i'을&nbsp;출시했다./인피니언<br>
인피니언이 출시한 전기차 트랙션 인버터용 IGBT 전력 모듈/사진=인피니언

현대차, 인피니언과 HIIC 계약 미갱신

 

현대차⋅인피니언은 2007년 HIIC 설립 이래 주기적 재계약을 통해 합작 관계를 유지해왔다. 내년 3월이면 HIIC가 설립된 지 만 14년인데, 현대차는 인피니언과 재계약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인피니언과의 공동 연구소 형태인 HIIC를 더 이상 유지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라며 “현재 10여명인 연구인력은 현대차와 인피니언으로 제각각 돌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당초 2~3명 정도였던 HIIC 인력은 최근 10여명으로 늘었다. 현대차와 인피니언 소속이 각각 절반씩이다. 현대차 소속이었던 연구진은 전자편의제어개발팀 산하로 이동한다. 

그동안 HIIC는 자동차용 반도체, 그 중에서도 전기차 모터 구동에 직결되는 절연게이트양극성트랜지스터(IGBT)를 중점 개발해왔다. 인피니언이 차량 IGBT 기술력이 높은 만큼, HIIC 설립을 통해 내재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 14년간의 합작을 위해 현대차가 적지 않은 비용을 투입했음에도 HIIC의 연구 성과는 미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반도체 업체 임원은 “현대차로서는 전기차의 핵심인 IGBT 내재화를 목표로 HIIC에 적지 않은 자원을 투입했다”며 “그러나 연구성과가 뜻대로 나지 않자 합작 종료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애초에 양측의 이해관계가 달라 공동 개발이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견해도 있다. 인피니언으로서는 자사에 전력반도체를 100% 의존하고 있는 고객사(현대차)를 위해 기술을 공유할 유인이 떨어진다. 

현대차 전기차 모델 '코나'. /사진=현대차
현대차 전기차 모델 '코나'. /사진=현대차

이번 결정에 따라 향후 현대차의 차량 반도체 전략, 특히 IGBT 분야는 ASIC에서 ASSP로 이동할 전망이다. ASIC은 수요 업체가 필요에 꼭 맞는 반도체를 수급하기 위해 직접 설계부터 참여하는 반도체다. 중앙처리장치(CPU)나 D램 처럼 범용화 된 반도체가 아니라는 점에서 자사에 꼭 맞는 스펙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HIIC 역시 ASIC 방식으로 IGBT 개발에 집중해왔다.

그러나 ASIC은 개발 과정에서 자원이 많이 투입되어야 하고, 개발 기간도 최소 2년 이상 걸린다. 향후 유지보수에 대한 책임도 전적으로 자동차 제조사가 져야 한다는 부담이 따른다. 

이에 비해 ASSP는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기성품에 가깝다. 처음에는 ASIC으로 만들어졌으나 여러 업체가 사용하고, 시장에서 검증되면서 사실상 표준화 된 반도체다. 각 자동차 회사가 원하는 성능에 꼭맞지는 않지만, 설계 부담을 덜 수 있고 유지보수 책임에서도 자유롭다. 

자동차 전장화에 따라 갈수록 반도체 탑재량이 늘어나는 만큼 모든 반도체를 자동차 회사가 직접 관장하기는 어렵다. ASSP는 연구개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한 대안인 셈이다. 한 외국계 반도체 업체 지사장은 “현대차가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기 위해 IGBT 같은 개별 반도체는 ASSP를 적극 도입하려는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주행보조시스템(ADAS)이나 자율주행 기술에 연구 자원이 배분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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