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NC, 붕소를 활용한 청색 도판트 특허 독보적
향후 TADF 재료 등으로 확장 가능성 높아

SK머티리얼즈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용 유기재료 시장 진출을 위해 일본 JNC(옛 치소)와 합작사를 설립한다.

SK그룹이 2016년 SK머티리얼즈를 인수한 이후 공격적 인수합병을 통해 소재 사업 영역을 확장해 온 연장선이다. SK머티리얼즈는 앞서 일본 트리케미컬과의 합작으로 전구체 사업에, 금호석유화학 전재소재사업부를 인수해 포토레지스트 사업에 각각 진출한 바 있다.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OLED용 유기재료. /사진=머크

SK머티리얼즈, 일본 JNC와 OLED 재료 합작사 설립

 

SK머티리얼즈는 OLED용 유기재료 사업 추진을 위해 JNC와의 합작사 SK JNC를 설립한다고 24일 공시했다. 이날 SK머티리얼즈는 100% 자회사로 SK JNC를 설립했다. JNC는 곧 제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SK JNC 지분 49%를 취득할 예정이다. SK머티리얼즈는 51%로 최대주주 지분율을 보유하게 된다.   

양사는 올해 초부터 OLED 재료 부문 협력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타진해왔다. 당초 SK머티리얼즈가 JNC의 디스플레이 소재 사업부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됐으나, 최종적으로는 합작사 형태로 마무리됐다.

JNC는 과거 LCD용 액정 공급사로 유명했던 치소의 후신이다. 유기재료⋅액정 등 디스플레이용 재료 외에도 배터리용 활물질⋅필터⋅레진 등을 공급하는 회사다.

JNC는 OLED 발광체 중 적색⋅녹색 대비 수명에 가장 취약한 청색 도판트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회사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2019년 이전까지 OLED용 청색 재료는 일본 이데미츠코산 1개 회사에 의존해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벤처투자가 지분을 보유한 SFC로부터 일부 청색 재료를 공급 받았으나, LG디스플레이와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은 전량 이데미츠코산으로부터만 청색 재료를 구매했다. 

JNC가 청색 재료 시장에서 두각을 드러낸 건 불과 1년 전이다. 삼성전자 ‘갤럭시10’ 시리즈에 처음 청색 도판트를 공급하면서 양산 대열에 올랐다. 이후 LG디스플레이와 중국 등에도 JNC 제품이 공급되기 시작했다. 

JNC가 단번에 삼성디스플레이 하이엔드 패널의 재료 공급사 지위를 꿰찰 수 있었던 건 이 회사가 붕소 화합물을 청색 도판트에 사용하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KIPOST 2019년 6월 25일자 <삼성전자 갤럭시S10, 극청색 OLED 비결은 '붕소'> 참조).

'갤럭시S10'에 사용된 OLED 패널의 색 파장.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갤럭시S10'에 사용된 OLED 패널의 색 파장. /자료=디스플레이메이트

붕소 화합물을 이용한 청색 도판트는 청색 빛 중에서도 짙은 청색 빛을 고효율로 뽑아낼 수 있다. 질소와 탄소로 이뤄진 기존 청색 도판트가 35나노미터(nm) 크기의 반치폭을 갖는데 비해 JNC의 붕소화합물 도판트는 22nm의 반치폭을 갖는다. 

반치폭은 특정 물질이 발산하는 빛의 파장 영역이다. 반치폭이 클수록 색상이 흐릿하고, 반치폭이 작을수록 적확(샤프)한 색감을 얻을 수 있다. 덕분에 청색 재료의 발광 효율도 10% 정도 개선된다. 

 

SK머티리얼즈, 반도체용 PR 이어 OLED 재료까지

 

SK머티리얼즈⋅JNC의 사업 합작에 성사되면, 반도체⋅디스플레이용 특수가스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전자재료로 더욱 확장할 수 있게 된다. SK머티리얼즈는 아직 매출의 40%를 삼불화질소(NF₃)를 통해 벌어들인다. 모노실란(SiH₄)⋅육불화텅스텐(WF₆)까지 더하면 특수가스 매출 비중은 60%에 달한다. 

지난 2016년 일본 트리케미컬과 전구체 합작사(SK트리켐)를 설립하고, 올해 초 금호석유화학의 포토레지스트(PR) 사업도 인수했지만 아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 

다만 JNC의 청색 도판트 재료가 획기적이라고 하더라도 SK머티리얼즈라는 우산 아래서 의미 있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른 OLED 재료로의 영역 확장이 불가피하다. 

SK머티리얼즈 실적 현황. /자료=한화증권
SK머티리얼즈 실적 현황. /자료=한화증권

OLED 생산량 1위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올해부터 JNC를 배제하고 조성이 동일한 SFC 재료를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SK머티리얼즈는 LG디스플레이와 중국 업체들을 대상으로만 청색 도판트를 공급할 수 있다.

청색 도판트 시장 자체가 워낙 작다는 점도 당장의 한계다. 전 세계 디스플레이 패널 업체들이 사용하는 청색 도판트 시장은 연간 150억원 안팎에 불과하다. 도판트는 실제 빛을 내는 호스트에 극소량 섞어 쓰는 재료라는 점에서 마진폭은 크지만, 매출 규모가 크지는 않다. 따라서 이를 발판으로 매출 규모가 큰 청색 호스트나 적색⋅녹색재료, 혹은 공통층 재료로 제품군을 확장해야 한다.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대표는 “SK머티리얼즈가 단순히 청색 도판트 하나만 보고 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JNC의 붕소 특허 재료가 향후 열활성화지연형광(TADF) 기술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어 성장성을 더 높게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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