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맵대로 주파수 대역 할당시 DSRC 기반 V2X는 사용 불가
상용화 시점도 기존 대비 10년가량 늦춰질 듯

V2X는 차량과 인프라에 V2X 통신 장비가 모두 설치돼야 의미가 있다./미국교통부
V2X는 차량과 인프라에 V2X 통신 장비가 모두 설치돼야 의미가 있다./미국교통부

5G자동차협회(5GAA)가 이동통신 기술 기반 차량간통신(C-V2X) 로드맵을 완성했다. 이동통신표준화기구인 3GPP의 차세대 5G 규격 발표 시점에 맞춰 단계적으로 사용 사례(Use case)를 확대한다.

아직 근거리전용무선통신(DSRC) 기반 V2X 기술과 C-V2X가 양립하는 상황에서 도로 인프라를 가진 각 국가 및 지역 행정부, 정책 입안자들과 협력하겠다는 의사도 확실히 했다.

하지만 요구한 주파수 대역이 지나치게 넓을 뿐더러, 기존 DSRC 기반 V2X는 완전히 사용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여기에 상용화까지는 지금으로부터 10여년이 더 걸린다.

 

V2X,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전쟁

차량과 다른 대상을 무선으로 연결하는 V2X는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현재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가장 큰 난제는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나오든 대응할 수 있어야한다는 점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 센서와 컴퓨팅 성능을 높이면 차량의 부품비용(BoM)이 증가하기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고, 그렇다한들 100% 안전은 보장할 수 없다.

V2X로 자율주행차량이 주변의 대상들과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게 되면 이 장벽이 조금 낮아진다. 내장된 센서에서 얻은 정보들이 맞는지 2차 검증할 수 있고, 거꾸로 다른 대상에게 정보를 넘겨줘 혹시라도 빚어질 수 있는 사고를 막을 수 있다.

하지만 V2X는 다른 센서 기술과 달리 빠른 속도로 상용화되지 못했다. 하이패스 등 기존 도로망에 적용돼왔던 DSRC 규격과 이동통신(LTE) 기술을 활용하는 C-V2X 규격이 치열하게 맞붙었기 때문이다. 두 규격은 같은 주파수 대역(5.9㎓)을 활용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2018년 1월 30일 [자율주행, 틈새를 찾아서③]이제 시작이다, 대차량통신(V2X) 참고)

 

DSRC 802.11p와 5G Rel 14, 15에 담긴 C-V2X 비교./Autotalks
DSRC 802.11p와 5G Rel 14, 15에 담긴 C-V2X 비교./Autotalks

우리나라를 비롯해 유럽·일본·미국 등 10여년간 DSRC를 써왔던 국가에서는 초기 C-V2X보다 이미 검증된 DSRC 기반 V2X를 더 선호했다. 하지만 C-V2X 진영은 5G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삼았다. 5G는 DSRC 대비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빠르고 지연시간이 짧았으며, 이동통신사들이 생태계에 진입해 새로운 시장을 열 수도 있었다.

 

이같은 이유로 각국 행정부와 의회는 현재까지도 둘 중 하나를 고르지 못했다.

 

치고 나온 5GAA

C-V2X 진영의 약점은 두 가지다. 아직 5G 표준 정립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고, 때문에 제대로 된 레퍼런스를 갖추지 못했다. 특히나 자동차는 안전성과 신뢰성이 최우선이니, 이 두 가지 약점은 C-V2X 진영에게는 치명적이었다.

C-V2X 진영에서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가장 큰 기구가 5GAA다. 5GAA는 5G 기반 V2X 기술을 개발한다는 명목 아래 삼성전자·SK텔레콤·현대자동차 등 이동통신 업체부터 장비·부품 업체, 완성차(OEM) 업체 등이 가입해있다.

표준화는 3GPP의 몫이지만, 레퍼런스 쌓는 작업은 업계의 몫이다. 5GAA는 발빠르게 레퍼런스 확보에 나섰다. 2020년 현재 도로 위를 달리고 있는 C-V2X 기반 차량은 약 1억8000만대다. 이 차량들에는 교통 및 도로 상태에 관한 정보를 이동통신으로 교환, 경고를 하는 기능이 담겼다.

 

C-V2X 사용사례 대량배포 순서./5GAA
C-V2X 사용사례 대량배포 순서./5GAA

지난 9일(현지 시각) 5GAA는 3GPP의 5G 표준 일시에 맞춰 C-V2X의 사용사례를 대량 배포하는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먼저 3GPP가 5G Rel.16을 발표하는 올해는 C-V2X 기반으로 인프라에서 교통정보와 공사·사고 등 위험 정보를 알려주는 기술이 대량 배포된다. 2022년에는 Rel.17이 발표되는데, 이때부터는 자율주행(AV) 차량간 위험 정보 수집 및 공유에 대한 레퍼런스를 마련한다.

Rel. 18이 마무리된 이듬해인 2024년부터는 고해상도(HD) 지도 수집 및 공유, 2025년에는 센서로부터 읽어낸 교통 정보를 공유하는 사례를 마련할 계획이다.

원격 운전 및 자동 발렛 파킹 등 특정 V2N 사례의 경우, 통제된 환경에서 이미 LTE 기반 C-V2X로도 가능하다고 5GAA는 설명했다. 2025~2026년에는 5G V2X 기반으로 도로나 주차장 등 보다 복잡한 환경에서도 이를 구현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레퍼런스를 확보, 5G V2X가 탑재된 차량이 상용화되는 시점은 2026년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그 해부터는 자율주행차 간 고해상도 센서 정보 공유, 취약한 도로 사용자(VRU)와의 복잡한 상호 작용 등에 5G V2X를 활용할 계획이다.

 

 

현실성은?... 주파수 대역과 상용화 시점

다만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되기 위해서는 많은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요구하는 주파수 대역이 지나치게 넓을 뿐더러, 상용화 시점도 지금보다 10년 더 늦춰진다. 이미 DSRC 기반 V2X는 상용화 준비가 끝난 상황에서 이 테스트를 위해 10년을 더 기다려야한다는 뜻이다.

 

5GAA의 V2X 기술별 주파수 대역폭 예시./5GAA

5GAA는 이번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각국 행정부가 C-V2X 사용 사례를 대량 배포하기 위해 5.9㎓ 대역의 상당부분을 C-V2X에 할당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5855-5925㎒ 대역 전체를 사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예컨대 직접 통신의 경우 5.9㎓ 내 10~20㎒ 대역폭이, 차량간 고해상도 센서 정보 공유 등 고급 주행은 5.9㎓ 내 40㎒ 이상의 대역폭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 기존 이동통신망 기반은 시골지역 및 도시 환경에서 고급 주행 능력을 제공하는 데 모바일 사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저대역(<1㎓)과 중간대역(1-7㎓)의 주파수를 추가로 사용해야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5GAA의 권고를 따를 경우 DSRC는 완전히 사장된다. DSRC와 C-V2X는 모두 5.9㎓ 대역을 쓴다. 통신 기술의 차이로 DSRC가 깔려있는 채널에 C-V2X를 집어넣으면 DSRC가 아닌 C-V2X에서 들어온 정보가 처리되기 때문에 사실상 DSRC가 아닌 C-V2X 채널이 된다. DSRC가 이 채널에 다시 들어오려고해도 들어올 수가 없다.

이 문제 탓에 앞서 미국과 유럽은 몇 차례 홍역을 겪었다. 미국은 5.9㎓의 채널 중 3개 채널을 V2X에 배정했는데, 1개 채널만 C-V2X와 DSRC 공용이고 2개 채널은 C-V2X 전용이다. 사실상 C-V2X만 하겠다는 뜻이다.

유럽은 아직 DSRC가 우선이다. C-V2X는 상호 운용성을 입증해야 채널을 사용할 수 있게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결국 최악의 경우 5GAA가 C-V2X와 5G V2X 기술 개발을 할 때 기존 DSRC 기반 V2X는 전혀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이미 10여년간의 연구개발과 검증을 거쳐 상용화가 코앞인데도 말이다.

여기에 5GAA가 목표한 상용화 시점은 자동차 업계 관점에서 봤을 때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부품 하나만 해도 3년간 검증을 거쳐 도입하는 자동차 업계가 레퍼런스 확보를 막 끝낸 기술을 검증도 없이 바로 쓸 리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목표 시점으로부터 3~4년 뒤인 2030년께나 5GAA의 V2X 기술은 상용화된다.

업계 관계자는“국내에서는 아직 두 진영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는 상황”이라며 “5GAA에서는 아직 5G와 DSRC간 상호 운용성을 입증하지 못했는데 이같은 로드맵을 들고 나온다는 것은 DSRC 기반 V2X의 상용화를 막으면서 자체 기술 개발을 끝내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KIPOST(키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