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가격에서 배터리 가격 빼고, 배터리 상태도 최상으로 유지
'주행거리' 및 배터리 성능 우려 해소... 장거리 주행하는 상용차에도 적합

배터리는 소모품이다. 아무리 용량을 키우고, 수명을 늘린다 해도 언젠가는 교체하거나 버려야한다. 전기차 속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전기차 제조사들은 승용 전기차의 배터리 수명이 내연기관 승용차의 평균 수명보다 길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중국에서는 구독형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앞세운 전기차 업체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아직은 시장 1위 테슬라보다 회사 규모도 작고, 생산량도 적지만 소비자들의 심리를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터리는 멀쩡한데 왜 이같은 서비스가 각광을 받을까.

 

중국 니오(NIO), BaaS 서비스 출시

니오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니오
니오의 배터리 교체 스테이션./니오

중국 전기차 업체 니오는 이달 초 구독형 배터리 교체 서비스(BaaS)를 전 차종으로 확대했다. 앞서 이 회사는 2018년부터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진행해왔는데, 이를 구독형 모델로 전환하고 자사가 판매 중인 3가지 차량 모두에 적용했다. 

BaaS를 채택, 니오의 전기차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배터리 비용 약 7만위안(약 1212만원)을 제외한 순수 전기차 구매 비용만 회사에 지불하는 대신, 매월 980위안(약 17만원)을 내 70kWh 배터리 팩을 구독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의 교체 주기를 한 모델의 풀체인지 시기와 비슷한 5~7년으로 잡는다. 5년간 배터리 팩을 구독하면 5만8800위안(약 1018만원), 7년간 구독하면 8만2320위안(약 1425만원)으로 교체주기가 비교적 짧은 소비자들은 가격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

보조금 혜택도 볼 수 있게 됐다. 중국은 지난 4월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연장하는 대신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 신에너지차(NEV)에 대한 보조금을 10% 삭감하고, 지급 대상 차량도 30만위안(약 5194만원) 미만 가격의 차량으로 좁혔다. 

이와 함께 중국 정부는 교체형 배터리가 장착된 전기차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다. 니오의 ES6 모델은 35만8000위안으로, BaaS를 채택하면 이 중 28만8000위안만 지불하면 된다. 테슬라의 중국산 모델3(32만위안)가 간발의 차로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반면 ES6 모델은 지원 대상에 포함된 셈이다.

물론 니오가 당장 시장 점유율 1위 테슬라를 따라잡을 수 있는 건 아니다. 니오의 생산능력은 분기당 1만대 분에 그치지만, 테슬라는 상하이 소재 생산라인에서만 연간 20만대의 모델3를 만든다. 시장 선점 효과를 확실히 누리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왜 매력적인가

그럼에도 업계는 니오의 판매 전략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정확하게 이해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지난해 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에서 조사한 전기차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
지난해 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에서 조사한 전기차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EV트렌드코리아 사무국

전기차 구매 요인 조사에서 늘상 빠지지 않는 항목이 바로 국가 보조금 등의 정부 혜택과 저렴한 연료비다. 전기차 구매를 꺼리는 주된 이유는 ‘최대 주행 거리’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구매를 꺼리는 이유를 상쇄하는 동시에 전기차 구매 요인까지 만족할 수 있는 비책이다. 

전기차의 최대 주행 거리는 배터리에 달려있다. 배터리가 더 많은 전력을 담고, 주행 중 전력을 적게 소모할수록 최대 주행 거리가 길어진다.

기름이 떨어지면 주유소를 가듯 배터리를 충전하려면 전기차 충전소를 찾아야한다. 충전 인프라가 LPG 충전소나 주유소만큼 촘촘히 구축돼있지 않은 이상 전기차로 장거리 주행을 하기는 쉽지 않다. 급속 충전 기술이 나오긴 했어도 여전히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주유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사용할수록 배터리의 수명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단점이 있다.

배터리는 어쨌거나 소모품이라는 것도 배터리 교체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은 이유 중 하나다. 내연기관 자동차를 포함, 자동차의 평균 수명은 15년 혹은 15만㎞ 주행이다. 트럭·버스 같은 상용차 수명은 20년 혹은 160만㎞ 주행으로 훨씬 길다. 

현대차에 따르면 승용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보통 완전 소진 후 100%까지 충전하면 약 1000회 이상, 50% 사용 후 충전했을 때는 약 5000회, 20% 사용 후 충전했을 때는 약 8000회 사용할 수 있다. 현대차의 쏘울 부스터 EV를 기준으로 하면 매일 77㎞를 약 22년 동안 배터리 교체 없이 탈 수 있다. 

하지만 이것도 충·방전 시간이나 사용 온도, 주행 시간 등을 전기차에 가장 적합한 환경으로 맞췄을 때 얘기다. 배터리 팩을 구성하는 여러 셀(Cell) 중 일부의 효율만 떨어져도 이같은 수치는 나오기 어렵다.

차주 입장에서는 이 모든 게 부담이다. BaaS 서비스는 이 같은 진입장벽을 낮춘다. 배터리 성능이 떨어질 걱정이 없고, 배터리를 늘 최적의 상태로 유지할 수 있다. 차량의 가격도 싸지며, 중고 차량 판매 가치도 높아진다. 

 

배터리 교체 서비스, 상용차로 이어질 가능성은?

현대차가 지난 2018년 국제상용차박람회를 앞두고 공개한 수소트럭 렌더링 이미지./현대차
현대차가 지난 2018년 국제상용차박람회를 앞두고 공개한 수소트럭 렌더링 이미지./현대차

전기차 제조사 입장에서 배터리 교체 서비스는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차량 수명 주기를 늘리는 꼴이 되고, 배터리 교체 서비스를 선보이는 업체들에게 관련된 수익을 배분해야하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지난 2013년 모델S 배터리를 90초 안에 교체하는 자동시스템을 선보였지만 2년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후 테슬라는 슈퍼 차저(Supercharger)를 이용할 수 없을 경우 고객이 어떤 AS 센터에서는 15분 안에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에 대한 특허를 내놨지만, 상용화는 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BaaS는 가능성이 높다. 특히 상용 전기차에는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상용차는 하루 평균 200~300㎞를 달린다. 업계는 한번 충전 시 500㎞ 이상을 주행할 수 있어야 중대형 전기 상용차가 보급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지만, 현재 전기차 최장 주행거리는 414㎞에 불과하다. 

상용차는 승용차보다 더 큰 용량의 배터리가 들어가기 때문에 충전 시간도 오래 걸린다. 시간이 금인 이들에게 충전 시간이 길다는 건 최악의 단점이다. 그렇다고 배터리 용량을 더 늘리면 화물 적재 공간, 탑승 공간 등이 줄어든다. 급속 충전을 활용하자니 배터리에 갈 악영향을 피할 수 없다.

테슬라의 급속충전기 슈퍼차저는 한 번 완충 시 108분이 걸리지만, 니오가 배터리를 교체하는 데는 불과 수 분이 걸린다. 아직까지 상용차의 배터리를 자동으로 교환해주는 시스템은 없지만, 중국·일본 등에서 활발히 연구개발(R&D)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르지만,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만큼 빠르지는 않다”며 “배터리 기술이 고도화되면 승용차용 BaaS 서비스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지만, 상용차용으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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