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까지 CPU·GPU는 Arm 유지.. 차세대 AP 성능도 기대에 못미쳐
내후년 AMD 기반 GPU 출시 전망... 성능 개선 정도는 미지수

사진은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노트20./삼성전자

삼성전자 시스템LSI가 설계한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엑시노스’의 입지가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갤럭시S20’ 시리즈에 이어 ‘갤럭시노트20’ 시리즈의 내수용 모델에서도 엑시노스는 실종됐다. 북미·한국·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을 제외하고는 엑시노스가 일부 채택됐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다. 차라리 작년 출시된 갤럭시노트10 시리즈를 사겠다는 말까지 나온다.

 

옐로 카드는 두 번 뿐이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가 첫 번째 옐로 카드를 받은 건 지난해 가을이다. 갤럭시S20 시리즈 내수용 모델에 모바일 AP를 공급하는 데 실패하면서 시스템LSI 사업부는 조직 탄생 이래 첫 쓴 맛을 봤다.

사실 시스템LSI 사업부의 엑시노스가 퀄컴의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이 뒤쳐진다는 건 이전에도 여러 번 제기됐던 문제다. 스냅드래곤이 발열 이슈를 겪었던 지난 2015년을 제외하고 엑시노스는 늘 스냅드래곤보다 성능에서 뒤쳐졌고, 그 차이도 갈수록 벌어졌다.

그런 엑시노스를 안고 가는 건 무선사업부 입장에서도 부담이다. 최대 경쟁사인 애플은 자체 설계한 AP를 쓰지만, 무선사업부에 AP를 공급하는 건 퀄컴과 시스템LSI 사업부다. 두 업체가 제공하는 AP의 성능이 다르면 완제품의 성능 역시 차이가 난다. 균등한 품질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유럽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엑시노스 AP에 대한 항의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 일부./삼성전자 유럽 커뮤니티 캡쳐

이번에도 시스템LSI 사업부는 두 번째 옐로 카드를 받았다. 북미·한국·일본·중국 등 주요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시장에만 엑시노스가 담긴 갤럭시노트20 시리즈가 출시된다. 

소비자들은 또다시 들끓고 있다. 다시 한 번 엑시노스가 적용된 갤럭시노트20을 받아든 유럽에서 원성이 높다. 폰아레나·GSM아레나, 삼성전자의 유럽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도 “스냅드래곤이 엑시노스보다 성능이 좋은데 왜 엑시노스를 쓰느냐”며 “미국과 차별하는 것이냐. 공평하지 않다”는 문의와 반발이 끊이지 않는다.

 

퇴장은 없다... 엑시노스992는?

축구 경기에서는 옐로 카드를 2장 받으면 레드 카드 1장을 받았을 때처럼 퇴장해야하지만, 삼성전자에게 그런 선택지가 없다. 시스템LSI 사업부에게 AP는 단 한 번도 흑자를 낸 적이 없지만 계속 신제품을 내야할 정도로 상징적인 제품이다. 무선사업부 역시 한 지붕 아래 AP 공급 업체가 존재하는 게 가격 협상력에서 이득이다. 

시스템LSI 사업부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다음 제품인 ‘엑시노스992’의 성능을 스냅드래곤만큼 높이는 것 뿐이다. 

 

퀄컴테크날러지가 퀄컴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 5G 모바일 플랫폼(Qualcomm Snapdragon 865 Plus 5G Mobile Platform)을 출시했다./퀄컴
퀄컴 스냅드래곤 865 플러스는 엑시노스 990을 제치고 또다시 갤럭시노트 북미·일본·한국·중국 모델에 탑재됐다./퀄컴

엑시노스992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5나노 공정에서 생산된다. 파운드리 사업부가 10월 5나노 1세대 공정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니, 2~3월인 갤럭시S 시리즈의 출시 일정을 무리 없이 맞출 수 있다.

문제는 역시 성능이다. 퀄컴이 자체 CPU와 자체 GPU로 스냅드래곤 성능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것과 달리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여전히 Arm에게서 완성된 설계자산(IP)을 사와 이리저리 끼워넣어 AP를 만든다.

엑시노스992는 Arm의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PU)와 Arm의 말리(Mali)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기반으로 한다. CPU의 경우 이전까지는 Arm의 코어텍스 하드웨어아키텍처(IPA)를 라이선스해 커스텀 CPU를 자체 개발했지만 이번에는 Arm의 ‘CXC 프로그램’을 활용할 전망이다.(참고 KIPOST 2020년 5월 28일자 <CPU 코어 개발 포기한 삼성이 찾아간 곳은>)

CPU보다도 더 중요해진 게 GPU다. 엑시노스992에 들어갈 GPU는 지난 5월 출시된 말리-G78이 유력하다. 하지만 말리-G78을 쓴다고 해서 스냅드래곤의 그래픽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말리G77과 아드레노 650 벤치마크 성능 비교./3DMark
말리G77과 아드레노 650 벤치마크 성능 비교./NotebookCheck

일례로 엑시노스990에는 지난해 출시된 말리-G77이 들어갔지만, 말리-G77은 ‘스냅드래곤865’와 ‘스냅드래곤865 플러스’에 들어간 퀄컴의 GPU ‘아드레노(Adreno) 650’보다 성능이 뒤쳐졌다. 

말리-G78 역시 전작인 G77 대비 성능은 15%, 에너지 효율성은 10%, 머신러닝(ML) 성능은 15% 강화하는 데 그쳐 기대했던 것만큼 성능 향상 폭이 크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Arm의 GPU IP를 그대로 가져다 쓰는 이상 엑시노스의 그래픽 성능 향상에는 한계가 있다”며 “GPU 성능이 AP 성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고, 애플마저 자체 GPU를 설계하고 나섰지만 삼성전자에게는 당장 GPU를 설계할 능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엑시노스의 고질적 문제인 소프트웨어 최적화까지 고려하면 스냅드래곤의 성능 차이를 좁힐 가능성은 더욱 낮아진다. 이미 갤럭시S시리즈를 통해 엑시노스990을 대량 배포했지만 갤럭시노트20에 들어서도 ‘엑시노스990’의 게임 가동시 발열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가 내년 초 나올 갤럭시S 내수용 모델에서도 엑시노스를 찾아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는 건 이 때문이다. 일각에서 엑시노스992의 성능이 스냅드래곤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예측하는 건 근거없는 뜬소문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성능을 발전시킬 때 퀄컴도 스냅드래곤의 성능을 향상시킨다”며 “차세대 스냅드래곤 성능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밝혀진 바 없지만, 당장 엑시노스가 스냅드래곤을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

 

AMD 기반 GPU가 나온다면?

 

시스템LSI 사업부가 자체 CPU와 GPU 설계를 포기한 이상 엑시노스의 성능이 대폭 개선될 시점은 주요 IP 공급업체를 바꿨을 때 뿐이다.

믿을 건 AMD와 협력해 개발 중인 차세대 GPU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지난해 AMD와 초저전력·고성능 GPU IP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AMD가 자체 GPU IP인 RDNA 아키텍처를 모바일에 맞춰 수정, 이를 기반으로 한 IP를 삼성에게 넘겨주면 삼성이 이를 엑시노스 AP에 넣는 식이다.

이 제품은 파운드리 사업부의 3나노 공정을 사용할 것으로 추측된다. 파운드리 사업부의 4나노 공정은 아직 성능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반면, 3나노 공정 개발은 순항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내년 3나노 공정 위험 생산을 시작, 이르면 연말 대량 양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양산부터 검증에까지 걸리는 시간을 합하면 AMD GPU 기반 AP가 나오는 건 빨라야 내후년 초다. 

 

AMD의 RDNA 2 아키텍처 홈페이지 캡처. RDNA 2 아키텍처는 엑스박스 등 올해 하반기 출시되는 콘솔에 쓰일 GPU에 적용됐는데, 레이 트레이싱 등의 성능이 예상보다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AMD

하지만 AMD가 모바일 AP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RDNA 아키텍처의 성능과 발열, 전력소모량 간의 균형을 맞출 수 있을지는 역시 미지수다. 더군다나 AMD는 단 한번도 모바일 시장에 발을 들인 적이 없다. 

특히 발열은 모바일 기기에 치명적이다. 부품 간 거리가 먼 PC와 달리 스마트폰은 작은 크기에 수백개의 부품이 밀집돼있는데다 최종 사용자가 직접 손에 쥐고 쓰는 시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하지만 GCN 아키텍처에서 RDNA 아키텍처로 바꾼 후에도 AMD의 GPU는 같은 성능의 엔비디아의 GPU 대비 발열이 높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MD가 GPU IP를 성공적으로 개발한다 해도 각 IP간 호환성과 소프트웨어 최적화는 시스템LSI 사업부의 몫”이라며 “자체 CPU, GPU 개발을 포기한 상황에서 시스템LSI 사업부가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지만, 이 과제들을 완벽히 수행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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